본문 바로가기

PEOPLE

사생활도 공개, 재벌 후계자들의 유튜브 전쟁

김명희 기자

2024. 10. 24

유튜브로 랜선 집들이를 하고, 쌩얼과 화장품 파우치를 공개하는 재벌 2세들. 그들이 신비주의를 뒤로하고 유튜브의 바다에 뛰어든 이유. 

그동안 재벌의 사생활은 신비주의의 영역이었다. 고급 주택가나 빌라에 그들만의 성을 쌓고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꼭꼭 숨을수록 더 궁금한 게 사람 심리다. 노출을 꺼릴수록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궁금증은 더 커졌고, 때로는 ‘카더라’라는 정체불명 입소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오뚜기 3세 함연지 씨 등이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에 나섰고,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생활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재계 후계자들이 등장했다. 애경그룹 3세인 채문선(38) 탈리다쿰 대표와 박이라(46) 세정 사장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고 싶은 것만 선별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 재벌들도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반인이 재벌 경영인들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정말 출근해서 일은 할까?’이다. 채문선 대표는 지난 9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꿈’ 코너를 열고 첫 영상을 올리며 “출근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 (유튜브를 통해) 오해를 풀고 싶었다. 탈리다쿰이 5년 됐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 탈리다쿰을 알리고 싶고 엄마로, CEO로 열심히 사는 모습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1 2 박이라 사장의 유튜브에는 집공개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업로드 되고 있다.
3 유튜브 콘텐츠 ‘채문선의 달리다 꿈’을 운영하는 애경 3세 채문선 대표.

1986년생인 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1남 2녀 중 장녀다. 예원학교를 거쳐 미국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2013년 세아그룹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와 결혼해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미국 유학 후 애경산업과 매일유업 외식사업부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채 대표는 3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2022년 6월 뷰티 브랜드 탈리다쿰을 론칭했다. 이태성 대표가 설립한 투자 전문 회사 에이치피피의 출자를 받은 탈리다쿰은 지리산 흰민들레를 주성분으로 한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비건 브랜드다. 채 대표는 난치성 피부질환인 켈로이드를 겪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성분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리다쿰(Talitha Koum)은 ‘소녀여 일어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채문선의 달리다 꿈’에는 현재 4개의 영상과 9개의 쇼츠가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탁구선수 신유빈과의 화보 촬영 현장을 담은 영상도 있다. 채 대표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으며, 애경그룹과 세아그룹 모두 탁구에 관심을 두고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채 대표와 남편 이태성 대표는 종종 탁구 경기장을 찾아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 대표는 11월 예정인 대한탁구협회장 선거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신유빈 선수는 올해 10월까지 탈리다쿰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기도 했다. 채 대표는 신 선수와의 화보 촬영에 앞서 자신이 메이크업 받는 장면을 공개하며 “피부가 민감하고, 헤어에 볼륨이 없다”고 고민을 드러내는가 하면, “하루 종일 촬영하고 식사하고 아이 안고 울고불고 해도 저녁에 얼굴이 똑같다”며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신유빈은 영상에서 “채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예뻤고, 에너지가 좋았다”고 말했는데, 이에 채 대표는 “유빈이가 치는 공은 (힘이 많이 들어가) 무거운 편이다. 그래서 손목이 아플 거다. 처음엔 탁구에 대해 하나도 몰랐는데 경기를 많이 관람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 여러분들도 탁구를 많이 사랑하고 일상처럼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탈리다쿰은 얼마 전 포시즌스 호텔과 ‘웰니스 이스케이프’ 패키지를 이용하는 숙박객에게 탈리다쿰 보디용 화장품 세트를 제공하는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채 대표는 직접 포시즌스 호텔에서 1박을 하며 영상을 제작했는데, 이 자리에서 파우치를 공개하고 탈리다쿰의 페이스 클렌저와 에센스 패드, 립밤, 세럼, 페이스 크림 등을 이용해 클렌징 및 피부 관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에 앞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K-뷰티 포럼에 참석해 흰민들레 특허 성분이 든 탈리다쿰 제품에 대해 설명하며 “흰민들레는 오랫동안 한의학에 사용돼왔지만, 제품에 사용하기 전 실험실의 확인이 필요했다. 저희 제품의 연구개발 과정이 3년이 걸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점점 더 진정성과 장인정신을 중시함에 따라 이러한 슬로 뷰티 브랜드의 성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탈리다쿰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애경 3세 채문선, 세정 박이라… 집과 파우치도 공개

박이라 사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탈리아 여행 사진(왼쪽). 지난해 탈리다쿰 브랜드 앰배서더 위촉식에 함께한 채문선 대표와 신유빈 선수.

박이라 사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탈리아 여행 사진(왼쪽). 지난해 탈리다쿰 브랜드 앰배서더 위촉식에 함께한 채문선 대표와 신유빈 선수.

박이라 세정 사장은 지난 3월부터 아예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와 동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영상이 많고 업로드가 규칙적인 것을 보면 대중과의 소통에 열정이 많은 부지런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박 사장은 박순호 세정그룹 창업자의 세 딸 중 막내로, 미국에서 MBA를 수료한 뒤 2005년 세정에 입사해 브랜드전략실장과 마케팅홍보실·구매생산조직 담당 임원 등을 거쳐 2019년부터 세정 사장을 맡고 있으며, 패션 유통 플랫폼 웰메이드와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의 론칭을 이끌었다.

세정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라위크도 그런 방향성에 맞춰 박 사장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하며 세정의 브랜드들을 깨알같이 홍보하는 식으로 제작된다. 우선 박 사장은 ‘진짜가 나타났다!! 패션그룹 CEO 유튜브 등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웰메이드와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 할인 유통에서 만날 수 있는 트레몰로, 온라인 유통 몰 WMC가 세정의 브랜드”라며 “어릴 때부터 패션 사업에 열정을 갖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어느 날 아버지가 외로워 보였다”고 사업에 뛰어든 계기를 설명했다. 박 사장은 또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매일매일’에서 가수 조권이 CEO의 집을 소개하는 ‘누구집이 CEO’ 코너에 출연해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집을 공개하는가 하면, 비하인드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도 올렸다. 박 사장의 집은 탁 트인 조망과 미술작품으로 꾸민 갤러리 같은 공간, 레고로 가득한 방, 핀 율 등이 디자인한 감각적인 가구,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 등이 인상적이었다. 박 사장은 영상에서 세정의 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와 자신이 공동 대표로 있는 패션 브랜드 다이닛의 제품들을 조권에게 선물하며 “다이닛 모자는 출시되자마자 품절되는 바람에 대표인 나도 구입하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패션 그룹 CEO는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럭셔리 크루즈 여행 모습을 공개하며 차원이 다른 재벌의 일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CEO도 쉴 땐 쉬어야죠’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직접 요리하고 반려견을 산책 후 목욕시키는 등 평범한 모습도 보여줬다.

박 사장은 패션 기업 CEO답게 패션과 트렌드에 관한 전문 지식과 OOTD 팁, 자신의 패션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업로드한다. 박 사장이 CEO로서 추구하는 스타일은 ‘꾸안꾸’다. 박 사장은 “기업인으로서 또 사업 파트너로서 온화하고 편안해 보이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컬러는 뉴트럴 등 차분한 색을 좋아하지만 너무 밋밋해 보일 수 있어 에지 있는 스타일을 가미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카디건을 이용한 가을 패션 스타일링 관련 영상을 업로드했다.

채문선 대표의 탈리다쿰은 구독자가 1만4000명, 박이라 사장이 운영하는 이라위크의 구독자는 1만 명가량이다. 오너의 부지런한 SNS 활동이 매출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호감을 사는 건 사실이다. 탈리다쿰은 뷰티업계에서 꾸준히 입지를 확대해나가고 있고, 세정은 WMC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150% 성장하는 등 불황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이다.

#탈리다쿰 #세정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출처 탈리다쿰 유튜브 이라위크 인스타그램 캡처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