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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 인상, 조정장치 합치면 청년층은 조삼모사“ 세대별 뜨거운 감자 연금개혁안

전혜빈 기자

2024. 09. 24

저출생 상황이 이대로 유지되면 국민연금 재정은 2056년 모두 고갈된다. 21년 만에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9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개혁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9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개혁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9월 4일 정부는 현재 소득의 보험료율 9%를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높이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여기에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의 안정성을 위해 두 장치를 도입했다. 20대보다 50대가 더 빠른 속도로 보험료율이 인상된다는 ‘세대별 차등 인상’과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 오면 자동으로 납부액을 늘리고 수급액을 줄이는 ‘자동조정장치’다.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세대별, 정당별로 의견은 갈리고 있다.

핵심은 형평성과 지속성

3월 8~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연금개혁 관련 의제숙의단 워크숍이 열렸다.

3월 8~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연금개혁 관련 의제숙의단 워크숍이 열렸다.

국민연금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도 거쳤다. 4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1안)을 선택한 바 있다. 보험료율만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방안(2안)에 비해 13.4%p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정부는 재정 상황을 고려해 보험료율은 공론화위원회 제안대로 13%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42%로 기존 비율에서 2%p만 올리는 방안을 택했다. 모든 세대에서 같은 속도로 올리면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손해가 크다고 판단해 청년층은 천천히, 중장년층은 빠르게 보험료율을 높이는 세대별 차등 인상을 함께 제시했다. 50대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50대의 경우는 목표로 하는 보험료율 13%에 4년 만에 도달하고, 20대의 경우 16년 후 도달하게 된다.

가령 현행 보험료율 9% 기준, 한 달에 300만 원을 버는 20대 직장가입자는 매달 13만5000원(4.5%·절반은 회사 부담)을 국민연금에 납부한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이듬해 매달 13만8750원(4.625%)을 부담해 납부액이 3750원 상승한다. 월 500만 원을 버는 50대 직장가입자의 경우 납부액이 한 달에 22만5000원(4.5%)에서 25만 원(5%)으로 2만5000원 오르게 된다.

이를 두고 세대별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모(55) 씨는 “아이들을 다 키워놓으니 양친의 병간호가 남았다”며 “50대도 돈 나갈 곳은 많은데 연금을 더 낸다고 생각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씨와 같은 중장년층이 세대별 차등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피크제, 짧은 정년 등으로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50대는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보험료율의 절반을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보험료율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윤 모(58) 씨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득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지 않다”며 “올해부터 임금피크제에 걸려 소득이 감소하는데 보험료율은 오르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모(52) 씨 역시 “지금이야 돈을 버니까 조금 더 내라고 하면 더 낼 수 있지만 은퇴 후 수입원이 없어질 것을 생각하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년층에서는 세대별 차등 인상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 모(27) 씨는 “인구 구조가 바뀌는 상황을 생각하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세금으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돈을 보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8월 18일 한국통계연구소가 발표한 설문 결과,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20대와 30대에서 ‘장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높이기 위해’라는 답변이 각각 38.3%, 37.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세대별 차등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모(56) 씨는 “연금이 고갈되는 해에 내 아들이 40대라고 생각하니 지금 내가 더 내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성세대가 좋은 사회를 못 물려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도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장치다. 물가상승률,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기대여명 증감률 등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춰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물가상승률 2%, 3년 평균 가입자 수 1% 감소, 기대여명이 0.5% 증가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월 100만 원을 받던 국민연금 수급자는 물가상승률 2%를 감안해 이듬해 102만 원을 받게 된다.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같은 물가상승률에 평균 가입자율 감소치와 기대여명 증가치를 뺀 0.5% 상승분만 수급자에게 지급된다. 인구 고령화로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줄고 기대수명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수급액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연금 재정 안정성은 높아진다. 2036년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된다고 가정하면 연금이 고갈되는 시기는 현행 2056년에서 32년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세대별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료를 더 많이 징수할수록 연금 고갈 시기를 더 늦출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돈만 내고 혜택은 못 받는 거 아니냐는 젊은 세대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국민연금이라는 제도 자체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부터 30년 넘게 보험료율은 9%로 동일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의 시스템이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재정은 2056년에 고갈된다. 미래세대 연금 확보를 위해 보험료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반면 세대별 차등 인상에 대해서는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받지 못할까 봐 불만이고 노인들은 수령하는 돈이 적다고 불만인데, 보험료에 차등을 두면 세대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율을 다르게 적용해야 후세대와 지금 세대의 기대 수익비가 동일하다는 식의 수치적인 근거로 전 세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만 내고 혜택 못 받는 거 아니냐는 우려 불식해야”

‘더 내고 덜 받을’ 가능성이 높은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현재 2030의 연금 수급액이 줄거나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세대별 차등 인상 역시 ‘조삼모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명 교수는 “노인빈곤율이 30% 이상으로 높은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로 향후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재정 지속성을 위해 자동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면서도 “보험료율 상한선이나 소득대체율 하한선을 마련해 보험료율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소득대체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위험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교수는 연금의 안정성을 위해 고소득자에게 징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보험료 부담 대상 소득 상한선이 617만 원, 즉 1000만 원 이상 벌어도 617만 원의 9%만 징수한다”며 “보험료 부담 대상 소득 구간을 수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 대치 국면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까지는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9월 4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자 국민의힘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법안”이라고 찬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방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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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사진제공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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