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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봄바람 맞으며 떠나는 전국 아트 트립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3. 05

따사로운 햇살과 꽃 내음 가득한 봄바람 그리고 자연만큼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좋은 미술관부터 여행 삼아 다녀오기 좋은 전국 미술관과 아트페어를 모아봤다. 

서울에 모인 글로벌 아티스트들

리움미술관 ‘필립 파레노:보이스’

필립 파레노,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전시 전경(2018).

필립 파레노,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전시 전경(2018).

개관 20주년을 맞은 리움미술관이 프랑스 설치 작가 필립 파레노 개인전을 선보인다.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파레노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인 만큼 그의 1990년대 작업부터 야외 대형 설치 신작까지 리움미술관 전시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미술관 데크를 지켰던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 ‘큰 나무와 눈’ ‘하늘 거울’도 철거했다. 전시는 데이터 연동, DMX(디지털 멀티플렉스),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시노그래피’(빛과 음향을 사용하여 원근감을 강조하는 미디어아트)를 보여주며 예술과 관객의 상호작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M2·M3 전시장부터 야외 데크, 로비까지 펼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건물 곳곳도 둘러보려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을 것.

M2·M3 전시장부터 야외 데크, 로비까지 펼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전시를 관람하면서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건물 곳곳도 둘러보려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을 것.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일시 2월 28일~7월 7일 

대림미술관
‘MSCHF: NOTHING IS SACRED’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게임 형태의 작품들로 구성된 섹션. 왼쪽의 모자와 경고장은 브랜드의 상표권을 의도적으로 침해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해온 기업을 우승자로 선정하는 ‘경고장 그랑프리’.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게임 형태의 작품들로 구성된 섹션. 왼쪽의 모자와 경고장은 브랜드의 상표권을 의도적으로 침해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해온 기업을 우승자로 선정하는 ‘경고장 그랑프리’.

‘장난 짓’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뉴욕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의 세계 첫 미술관 전시가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픈 초기부터 논란 속 작품들을 보기 위해 미술관이 북적거렸는데, 결국 사달이 벌어졌다. 전시를 본 20대 관람객이 최근의 경복궁 담벼락 낙서 범죄를 모방해 자신도 복원 현장에 낙서를 해놓곤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 나도 예술을 했다”고 주장한 것. 그렇다면 도를 넘는 장난과 유쾌한 도발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현미경으로 봐야 할 만큼 작지만 8400만 원에 판매된 루이비통 가방, 나이키 운동화에 사람 피를 담은 ‘사탄 운동화’,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그 가죽으로 버켄스탁 샌들을 만든 ‘버킨스탁’ 등 직접 보고 판단하길. 도슨트 해설 또는 오디오 가이드는 필수다.

1 나이키 운동화의 에어솔에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사탄신발’ 때문에 나이키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2 소통이 쉽지 않은 정치인, 공무원에게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어린이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

1 나이키 운동화의 에어솔에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사탄신발’ 때문에 나이키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2 소통이 쉽지 않은 정치인, 공무원에게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어린이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일시 3월 3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노먼 포스터 개인전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국립박물관’ 이미지. ⓒ포스터 앤 파트너스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국립박물관’ 이미지. ⓒ포스터 앤 파트너스

올해 의제로 ‘건축’을 선정하면서 준비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한 노먼 포스터는 현대 하이테크 건축의 시조다. 여닫을 수 있는 투명 돔이 인상적인 독일 국회의사당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우주선을 닮은 애플 신사옥이 그의 작품이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자예드국립박물관을 짓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가 1960년대부터 관심을 가져온 지속가능성이 담긴 철학과 미래 건축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현대 하이테크 건축의 매력에 흠뻑 빠진 채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과거, 덕수궁 돌담길을 마주한다. 시간 여유가 되면 덕수궁길로 들어서 구세군역사박물관을 지나 20여 분 걸어 광화문 광장으로 나서보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월 6일까지 빛의 놀이터가 운영된다.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미디어파사드를 보고 있다 보면 또 미래로 타임 슬립이다.

주소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일시 4월 25일~7월 21일


핫플 예감 강릉 ‘신상’ 미술관

솔올미술관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

Lucio Fontana, Spatial Environment with Neon Light (Ambiente spaziale con neon), 1967/2024,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s Angeles Ph. Fredrik Nilse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Environment with Neon Light (Ambiente spaziale con neon), 1967/2024,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s Angeles Ph. Fredrik Nilse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2월 14일 문 연 강릉 솔올미술관은 개관전 주인공으로 현대미술 거장 루치오 폰타나를 택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공간환경 설치작품 6점을 포함해 회화 12점, 조각 9점 등 대표작 27점을 소개한다. 아시아 미술관에서 그의 공간 설치 작업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 작품의 원본이 전시된 1940~60년대 당시 공간과 네온 설치를 그대로 재현했다.

솔올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예술품이다. 프리츠커건축상 수상자인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다. ‘백색 모더니즘’으로 유명한 마이어는 빛을 활용해 흰 캔버스 같은 건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백색의 솔올미술관 역시 넓은 창과 발코니를 통해 빛이 잘 들어오도록 하는 동시에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미술관 뒤편으로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다만 개관 초기라 어수선할 수 있다. 차로 15분 거리에 경포호와 아르떼뮤지엄 강릉도 있으니 하루 코스로 묶어 계획을 세우는 편이 좋겠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원대로 45 
일시 4월 14일까지


원화도 보고 꽃도 보는 낭만 경주 여행

한수원아트페스티벌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특별전

빛과 색채를 중시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 속 흐드러진 꽃나무와 벚꽃 명소 보문정 둘다 예술이다.

빛과 색채를 중시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 속 흐드러진 꽃나무와 벚꽃 명소 보문정 둘다 예술이다.

경주문화재단이 준비한 한수원아트페스티벌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특별전은 한국 최초로 근현대 세계 미술사를 총망라한 최대 규모 기획 전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미술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 중 145점을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네덜란드 황금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인상주의의 태동’ 등 8개 챕터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작품 중에는 모네, 세잔, 반 고흐, 피카소, 앤디 워홀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화가들의 원화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한국수력원자력 메세나 활동의 일환이라 관람료가 1만 원이다. 이 관람권으로 실감 미디어아트 체험전 ‘The 경주: 경주연대기’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전시는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5월까지 열린다. 경주에 벚꽃 구경하러 가기 딱 좋을 때다. 

경주문화관광 사이트 에서 개화 정도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벚꽃 알리미’를 운영하니 여행 전 참고할 것.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알천북로1 
일시 5월 26일까지


전국 아트페어, 어디 가볼까?

지난해 5월 열린 아트부산 풍경. 22개국에서 145개 갤러리(국내 111곳, 해외 34곳)가 참여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아트부산 풍경. 22개국에서 145개 갤러리(국내 111곳, 해외 34곳)가 참여했다.

봄과 가을은 아트페어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시기다. 서울에서는 3월 7일부터 10일까지 롯데호텔 서울에서 ‘뱅크아트페어’가 열린다. 2013년 홍콩에서 시작한 뱅크아트페어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열리다가 서울까지 진출했다. 올해는 홍콩,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독일, 스페인 등의 54개 갤러리와 작가 380여 명이 참여한다. 4월에는 국내 최초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큰형님답게 2020년부터 운영 중인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 ‘줌인(Zoom-in)’ 특별전을 눈여겨볼 것. 오늘의 원석이 내일의 보석이 되는 걸 지켜보는 게 미술품 수집의 묘미다. 4월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화랑미술제에 출품된 작품들. 갤러리FM에서 선보이는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PA82012’(왼쪽), 갤러리나우의 고상우 작가 ‘아테나’.

올해 화랑미술제에 출품된 작품들. 갤러리FM에서 선보이는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PA82012’(왼쪽), 갤러리나우의 고상우 작가 ‘아테나’.

‘미술의 도시’로 발돋움한 부산은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3월부터 쭉 이어진다.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블루아트페어’는 16층과 17층 44개 룸 규모로 준비되어 있으며 도슨트가 함께한다. 4월과 5월에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와 ‘아트부산’이 예정되어 있다. (사)부산화랑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지난해 12만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4월 11일부터 1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인파에 치여 마음에 드는 그림 가격을 물어보지 못했더라도 아트페어 기간에 맞춰 일시적으로 열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그림이 올라오진 않는다.

키아프 서울(kiaf SEOUL), 디아프(Diaf)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아트부산’은 올해 일정이 5월 9일부터 12일까지로 잡혀 있다. 아트페어 본 행사와 더불어 부대 행사가 늘 풍성한 편이다. 국내외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명사들을 초청해 현재 미술계의 트렌드를 살피는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가 특히 알차다. 올해도 역시 벡스코에서 열리며 바로 옆에 센텀시티, 부산시립미술관 등이 위치해 연계해서 관광하기 좋다.

또 아트부산이 열리기 바로 며칠 전인 5월 3일부터 대구에서는 디아프가 이틀간 열린다. 리안갤러리와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우손갤러리가 지방 갤러리 중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 바젤’에 참가하는 만큼 (사)대구화랑협회가 이끄는 디아프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리움미술관 #대림미술관 #솔올미술관 #아트페어 #전시 #여성동아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대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솔올미술관, 경주문화재단,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 이미지
사진출처 아트부산·화랑미술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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