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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유기견 보호소 입양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05. 19

해를 거듭할수록 반려견 수가 많아짐에 따라 유기견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파양 및 유기 이유의 약 40%가 ‘짖음 등 행동 문제’. 그래서인지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는 가정에선 유기견 보호소 개들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꺼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말 큰 오해다. 

개에게 책임의 소재가 있는 뉘앙스를 지닌 ‘유기견’보다 ‘보호견’이라고 부르는 걸 제안한다.

개에게 책임의 소재가 있는 뉘앙스를 지닌 ‘유기견’보다 ‘보호견’이라고 부르는 걸 제안한다.

흔히 ‘유기견’은 주인이 돌보지 않고 내다버린 개를 뜻한다. 유기한 사람 잘못인데 꼬리표는 개들에게 따라붙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유기견을 만났을 때 행동 문제가 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무책임한 보호자가 재미 삼아 키우다 싫증 나 핑계를 대며 유기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개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지닌 ‘유기견’이 아닌 ‘보호견’이란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보호소에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입소한 개들이 많다. 가장 흔한 경우가 구조견이다. 강아지 공장의 뜬장(사육하는 개, 닭 등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 개나 식용견, 묶인 채 방치된 개 등 생애 전반에 걸쳐 학대당하다 구조된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반려견으로 사랑받으며 살다 보호자가 사망하여 입소되기도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호소의 친구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

성견이 강아지보다 입양에 적합

실제로 방문해 만나본 개들은 많은 사람의 편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방문해 만나본 개들은 많은 사람의 편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먼저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누군가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다면서 상담을 요청해오면 보호소 봉사활동을 권한다. 보호소에 가면 사람이 너무 좋아 애교를 주체하지 못하는 개들이 많다. 당장이라도 데려가면 훌륭한 반려견이 되어줄 친구들이다. 또 처음 반려견을 찾는 사람이라면 어린 강아지보단 성견을 맞이하는 것이 함께하기에 비교적 수월해 보호소를 가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통 어린 강아지가 키우기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부분이 훨씬 많다. 성견은 어린 강아지보다 저지레가 훨씬 덜하다.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은 대체로 몇 개월에 불과한데 그 기간 동안 정말 상상도 못 할 사고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나 하루의 대부분을 집을 비우는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데리고 살아야 유대감이 더 깊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유대감은 기간이 아닌 교감의 문제다.

행동 문제가 없더라도 늙거나 아픈 강아지가 많을 것이란 편견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보호소에는 1~3세의 개가 가장 많았다. 인기 품종견을 분양받았다 금세 유기 및 파양하는 사람들로 인해 의외로 갓 성견이 된 품종견도 많고, 아무렇게나 풀어서 키우다 성견이 새끼를 낳아 감당이 안 되니까 유기한 새끼 진돗개도 있다. 새로운 보호자를 만난다면 함께 십수 년 이상 같이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물론 아픈 강아지도 더러 있다. 하지만 대체로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질병들이다. 그나마 많이 걸리는 질환은 탈수나 피부병.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보살피면 금세 회복이 가능하다. 이런 질병은 펫 숍에서 분양받은 개에게서도 흔히 나타난다. 그 밖에 뜬장에서 너무 오래 산 개는 발가락 기형이 생기기도 하고, 심장병이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굉장한 사명감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아픈 개를 입양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실 보호소 입양을 꺼릴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종종 본다. 하지만 관리를 잘하는 보호소는 위생 상태가 양호하다. 아무리 꼬질꼬질한 강아지라도 목욕 한 번이면 바로 깔끔해진다. 필자도 봉사활동 갈 때 굳이 버려도 되는 옷을 입지는 않는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대부분 진도견 믹스이고, 사나울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최근 ‘대중적인 품종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개 유전체학’이라는 연구를 통해 품종은 개의 행동 및 성격에 9% 정도만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즉, 진도견 믹스라 사납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펫 숍에서 입양한 개가 보호소에서 입양한 개보다 사납거나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의 성격도 타고나는 것이지 품종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년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17.3%가 ‘유기 동물 입양 때 방법이나 절차 등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공감 가는 부분이다. 동물 단체 같은 큰 보호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보호소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연락조차 쉽지 않다. 만약 보호견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포인핸드’라는 전국 보호소 유기 동물들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지나친 애정보단 인내심으로

입양을 결심했다면 반려견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자. 보호소 생활을 하던 개는 가정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입양하자마자 황금빛 반려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짧으면 며칠로도 충분할 수 있고,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동거하는 가족들의 의사도 중요하다. 입양 후 반려견을 확실히 책임질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파악해보자.

보호소에서 왔다고 해도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면 이제 유기견이 아닌 당신의 ‘가족’이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며 불쌍해할 필요도 없다. 졸졸 쫓아다니면서 “이거 먹어라” “저거 해보자” 하는 애정 표현도 적응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입양한 개가 먼저 행동할 때까지 지켜보자.

포털사이트에 유기견을 검색하면 ‘보호소’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곳이 많이 보인다. 이런 업체들은 최근 ‘신종 펫 숍’이라 불리는 곳들이다. 공장 출신의 강아지를 분양할 때 받는 분양비로도 모자라 이제 파양하는 사람의 죄책감을 이용해 ‘파양비’와 함께 동물을 보호해준다고 광고한다. 그리고 그 동물을 그곳에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분양비’를 받고 다른 가정에 분양한다. 이런 행위가 하루빨리 근절되길 바라며 예비 보호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보호견 입양 후 재파양하는 경우도 많다. 제발 충분히 고민했으면 좋겠다. 보호소의 수많은 개가 사람들의 섣부른 결정으로 이미 마음에 상처를 받은 상태다. 보호견 입양은 아름답고 숭고한 일이며 훌륭한 결정이다. 부디 그 결정이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반드시 심사숙고하고 입양하길 바란다.

#유기견보호소 #유기견입양 #유기견입양주의사항 #여성동아

서상원
현) 더 나은 반려견교육상담소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서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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