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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편견도 두려움도 없는 노출 2023 S/S MAN’S COLLECTION

정세영 기자

2023. 05. 11

치골과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는 크롭트 티셔츠와 재킷부터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핫팬츠, 등이 훤히 파인 백리스 룩까지. 그 어느 때보다 은밀하고 대담했던 2023 S/S 맨즈 컬렉션의 후끈한 현장 속으로. 

패션 신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며 철저히 취향을 통해 룩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남자 모델이나 셀러브리티의 모습이 익숙해진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성(性)을 초월한 옷차림을 뜻하는 ‘앤드로지너스 룩’이라는 단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나 자신을 결정할 수 있는 ‘젠더 플루이드’ 트렌드를 반영한 자유로운 룩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 아직 길거리에서 홀터넥과 시스루 톱을 걸친 남자를 마주칠 확률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당당한 애티튜드를 기반으로 노출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면 어떤 스타일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가 원하는 옷을 선택하고 입을 수 있는 동시대에서 살고 있으니까.

#힙한 노출의 끝판왕, 크롭트 룩

남성 컬렉션에서 크롭트 톱이 등장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성 컬렉션을 장악했던 크롭트 톱의 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남성 컬렉션에 번져가고 있다. 수많은 하우스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탄탄한 복근과 아슬아슬한 치골을 강조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크롭트 룩을 선보였기 때문. 사실 크롭트 톱은 과거 남자들이 선호하는 룩 중 하나였다. 1980년대 반항적인 펑크 문화가 전성기던 시절, 영국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와 미국 록 밴드 라몬즈가 과감한 크롭트 티셔츠를 입자 이를 따라 하는 남성들이 늘며 맨즈 트렌드가 된 것. 이번 시즌이 유독 흥미로운 이유는 상상을 뛰어넘는 짧은 길이와 다채로운 소재의 접목에 있다. 가장 주목받은 브랜드를 꼽자면 이탈리아어로 ‘No Sex’를 의미하는 노세소를 빼놓을 수 없다. 가슴이 보일 만큼 짧은 블랙 크롭트 티셔츠를 선보이며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 그 외에 베트멍의 새로운 레이블인 VTMNTS는 포멀한 스타일의 컬러 테일러링 크롭트 슈트 재킷을, 지속 가능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얼킨은 니트 소재의 카디건에 크롭트 티셔츠를 매치해 웨어러블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모스키노의 생지 데님 소재 크롭트 재킷은 특히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단독으로 착용하는 것은 물론 하이웨이스트 팬츠나 원피스 위에 툭 걸치기만 해도 트렌디한 무드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크롭트 톱을 입기 전 복근운동은 필수라는 것. 당당한 애티튜드 역시 중요하지만, 탄탄한 복근까지 장착하고 있다면 룩의 감도를 200%는 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전 매력의 정석, 백리스 룩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착용한 룩을 기억하는지. 그 어떤 여배우보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새빨간 홀터넥 보디슈트로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항간에는 보디슈트가 메인 브랜드 제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티모시의 절친이자 디자이너 하이더 아커만이 직접 제작한 의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티모시의 탄탄한 등 라인과 잔근육을 부각시킨 패션으로 섹슈얼하면서 관능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는 평. 베스트 드레서 등극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백리스 룩은 티모시를 주축으로 점차 하우스 브랜드의 메가트렌드로 스며드는 중이다. 그 반증으로 지난 2022 F/W 시즌 킴 존스가 선보인 디올 쇼가 좋은 예가 될 듯. 허리까지 트여 있는 블랙 니트 톱에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매치한 뒤 가죽 베레모를 눌러쓴 모델을 오프닝 스테이지에 세우며 백리스 트렌드의 서막을 알렸다. 정점을 찍은 것은 디자이너계의 핫한 슈퍼루키로 떠오른 레이블 피터도의 컬렉션이다. 시간을 테마로 전개된 이번 쇼에는 국내 아이돌 그룹 NCT의 멤버 제노가 오프닝 모델로 올랐는데, 앞모습은 정교한 테일러링을 장착한 블랙 슈트였지만 등이 뻥 뚫린 반전 뒤태를 자랑하며 수많은 기자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 외에 지방시, 드리스반노튼, 디올, 로에베 같은 빅 브랜드부터 루도빅드생세르넹, 고셰르, 칼로타바레라 등 젠더 플루이드를 외치는 디자이너들까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앞은 정제된 디자인을 고수하고 등 부분만 과감하게 노출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백리스 룩이 2023 S/S 시즌을 대표하는 맨즈 트렌드임을 확인시켰다.

#노출과 절제의 균형, 마이크로 쇼츠

1980년대에 유행했던 반바지의 귀환. 이번 시즌에는 어떤 디자이너가 더 짧게 만드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극단적으로 짧은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올여름 쇼츠 트렌드에 동참하고 싶다면 런웨이를 주름잡은 2가지 스타일만 기억하면 된다. 첫 번째는 레더 소재 쇼츠로 매니시한 룩을 연출하는 것. 존재만으로도 쿨하고 터프한 레더 소재 반바지는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드는 웨어러블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전천후 아이템이다. 넉넉한 실루엣으로 체형 보완은 물론이고 슈트와 셔츠, 스웨트셔츠, 후디 등 여기저기 매치하기도 쉽다. 두 번째는 클래식한 슈트 팬츠의 활용. 무더운 여름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슈트 팬츠만 한 게 없다. 오버사이즈 셔츠와 함께 매치해 포멀하게 풀어내거나 컬러풀한 티셔츠에 레이어드해 위트 있게 연출하기에도 제격이다. 여기에 편안한 스니커즈나 샌들로 룩의 밸런스를 맞춰주면 캐주얼한 분위기까지 더할 수 있다. 슈트 팬츠의 가장 큰 특징은 길이에 따라 귀여운 소년이 될 수도, 섹시한 남성미를 뽐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얼마 전 더현대 서울의 셀린 팝업스토어 매장을 방문한 배우 박보검의 룩을 검색해볼 것!

#선택적 노출의 해답, 컷아웃 룩

어깨와 허리, 가슴과 등까지 사방에 구멍이 뚫린 컷아웃 룩은 지난 몇 시즌 여성 컬렉션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었다. 그 기세를 몰아 치골이 드러나게 옆구리를 뚫은 JW앤더슨,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크레이그그린, 등을 시원하게 판 고쉐르 등 신체 일부분을 과감하게 드러낸 룩이 2023 S/S 맨즈 컬렉션에 대거 등장했다. 런웨이 모델들에게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깨나 허리의 일부분을 살짝 보여주는 룩부터 치골을 그대로 드러내는 수위 높은 노출까지 단계는 천차만별이다. 컷아웃 스타일은 디테일의 크기와 신체 부위에 따라 180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또 자신 있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 유니크한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을 때 컷아웃 디테일의 밸런스를 영리하게 활용한다면 부담 없는 노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첫 시도라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상반된 컬러 티셔츠를 골라 이너로 레이어드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과한 노출이 부담스러울 땐 소매 부분만 커팅된 디테일의 룩을 눈여겨보자.



#보일락 말락, 시스루 룩

과감한 노출보다 몸의 실루엣이 은근히 비치는 시스루 룩이 훨씬 더 야릇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과감하고 대담한 소재를 입은 시스루 룩을 통해 아찔한 시각적 판타지를 선사했다. 더 이상 시스루 룩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공표하기 위해서다. BTS의 뷔, 박보검, 블랙핑크 리사가 참석한 셀린옴므 컬렉션에서는 ‘디스펑셔널 바우하우스’라는 테마로 다채로운 소재의 시스루 룩을 선보였다. 사막 한가운데서 쇼를 연 생로랑 맨즈 컬렉션은 지난 시즌 여성복 컬렉션을 재해석해 구상한 얇은 실크 블라우스를 선보이며 젠더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릭오웬스 역시 시스루 재킷을 통해 오묘한 남자 모델의 보디라인을 그대로 드러냈다. 디올맨과 발렌티노, 톰포드, 에트로, 톰브라운, 루도빅드생세르넹 역시 섹슈얼한 무드에 동참하며 얇디얇은 소재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렸다. 디자이너들은 런웨이를 통해 현실에서도 시스루 룩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때문에 올여름은 리얼웨이에서 시스루 의상을 입은 남자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전망. 단독으로 입기 부담스럽다면 재킷 안에 매치하거나, 셔츠 위에 레이어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볼드한 네클리스나 패턴이 있는 모자까지 활용하면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

#패션트렌드 #맨즈컬렉션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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