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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중꺾마’의 원조 ‘슬램덩크’ 신드롬 ② 300만 돌파한 ‘슬램덩크’ TMI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2. 25

1. 그래서 북산고는 어떻게 됐을까?

고작 전국대회 2차전에서 당대 최강 산왕공고와 맞붙어 모든 힘을 쏟아낸 북산고는 다음 경기에서 참패한다. 심지어 어떤 팀과 3차전에서 겨뤘는지, 최종 우승 팀이 어느 학교인지도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한 엔딩이다. 그러나 당시 결과를 확인한 독자 대부분은 결말에 대한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란 걸 북산고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2. 극장판 나오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작가 이노우에 다케하코

작가 이노우에 다케하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 연재가 종료된 1996년 이후 27년 만에, 1995년 7월 개봉한 네 번째 극장판 이후 28년 만에 만들어진 영화다. 그동안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에게 극장판 제작 제안이 계속 들어왔으나 제안하는 쪽에서 만들어 보내온 파일럿 영상이 마음에 차지 않아 거절했다고.

작가가 이번 극장판 제작을 최종 승인한 때는 연재 종료 이후 시간이 훌쩍 흐른 2014년이다.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도에이애니메이션’이 제시한 파일럿 영상 속 3D CG(컴퓨터그래픽)에 2D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수락하며 2015년 1월부터 각본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영화의 생동감을 중요하게 생각한 감독과 제작진이 쏟은 열정은 북산고 팀에 맞먹는다. 이노우에 감독은 원작 그림이 아닌 새 그림을 고집했다. 작화감독의 그림 작업에 조언해주거나 직접 빨간 펜으로 그려 보여주는 과정을 1년여 거쳤다. 제작진은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보기도 하고, 프로농구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그림 속 경기 묘사가 정확한지 검토했다. “속편이 10년 안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염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다.

3. 지금도 멋진 이름 강백호

강백호의 원작 속 이름은 ‘사쿠라기 하나미치(桜木花道)’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국식 이름으로 접한 국내 팬들에게는 사쿠라기 하나미치보다 강백호가 더 친숙하다. 캐릭터 작명은 당시 출판사 대원씨아이의 ‘소년챔프’ 편집자였던 장정숙 이사(현 레드아이스 스튜디오 대표)가 담당했다. 장 이사는 학창 시절 동창 이름 ‘백호기’에서 앞 두 글자를 따와 자신이 좋아하는 성 강 씨를 붙였다. 그 외 인물 이름은 졸업 앨범을 뒤적이며 조합했다.



4. 더빙판 인기의 이유

강백호 역을 연기한 성우 강수진과 서태웅 역을 연기한 성우 신용우.

강백호 역을 연기한 성우 강수진과 서태웅 역을 연기한 성우 신용우.

보통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자막 버전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나 ‘슬램덩크’는 자막 관객 53.1%, 더빙 관객 46.9%로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빙판은 자막을 읽느라 시선을 분산하지 않아도 되고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평이다.

스타급 성우들도 총출동했다. 20여 년 전 ‘슬램덩크’ 비디오판과 극장판에서 강백호 역할을 맡았던 강수진 성우는 오디션 끝에 한일 성우 통틀어 유일하게 배역이 유지됐다. 서태웅 ‘명탐정 코난’ 괴도 키드 역의 신용우 성우가, 채소연은 ‘겨울왕국’ 안나 역의 박지윤 성우가 맡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퉁퉁이 역을 담당한 한국판 성우와 일본판 성우 모두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캐스팅됐는데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르다는 것. 일본판 퉁퉁이 역의 성우는 강백호 역할을, 한국판의 퉁퉁이 역 성우는 채치수 역할을 맡았다.

5. ‘드래곤볼’ 대항마 ‘슬램덩크’

1988년 창간한 ‘아이큐점프’보다 3년 늦게 후발 주자로 주간지 만화시장에 뛰어든 ‘소년챔프’(현 ‘코믹챔프’)가 당시 경쟁지의 메가 히트작 ‘드래곤볼’에 맞서는 대항마로 택한 작품이 바로 ‘슬램덩크’였다. 일본에서 인기가 검증된 만큼 안전한 선택이었고 이후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협객 붉은 매’ ‘검정 고무신’ ‘짱’ 등이 ‘소년챔프’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6.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top 1 등극할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2월 16일 오후 기준으로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2위에 등극했다. 이로써 1위는 ‘너의 이름은’(2016) 379만 명, 2위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다음으로 3위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261만 명, 4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1) 218만 명, 5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216만 명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지금의 기세라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top 1에 오를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개봉 첫날 809개 스크린으로 시작해 개봉 6주 차인 2월 8일 기준 오히려 898개로 스크린이 늘어나며 뒷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7. 서태웅파 vs 정대만파

올 1월 일본 애니메이션 랭킹 집계 사이트 ‘랭킹 넷’은 팬들을 상대로 ‘가장 좋아하는 ’슬램덩크‘ 캐릭터’ 투표를 진행했다. 41명의 캐릭터 중 남녀 공동 1위는 정대만, 남성 팬 2위는 채치수, 여성 팬 2위는 서태웅이었다.

주인공 강백호를 이긴 정대만과 서태웅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순정 만화 속 미소년과 달리 투박하면서도 땀 흘리는 모습이 섹시한 정대만과 서태웅에 이끌려 많은 소녀 팬이 스포츠만화에 입문했다. 특히 이노우에 작가가 직접 언급한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캐릭터 대다수의 롤 모델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정대만의 경우 상상해 만든 인물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만큼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참고로 고릴라처럼 우직한 북산고 주장 채치수는 여성 팬 순위 10등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주장인 셈.

8.‘슬램덩크’ 받고 스포츠 만화 더

사이클 만화 ‘겁쟁이 페달’을 실사화한 동명의 영화 포스터.

사이클 만화 ‘겁쟁이 페달’을 실사화한 동명의 영화 포스터.

스포츠만화의 고전으로는 야구를 소재로 한 ‘터치’ ‘H2’와 ‘테니스의 왕자’(테니스) 등이 있다. ‘하이큐’(배구), ‘겁쟁이 페달’(로드바이크), ‘플라이 하이’(체조), ‘블루 록’(축구), ‘슬램덩크’를 만든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또 다른 농구 만화 ‘리얼’도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 중 애니메이션 마니아인 내성적인 소년이 사이클부에 들어가 재능을 찾고 팀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겁쟁이 페달’은 애니메이션, 드라마, 뮤지컬에 이어 올 2월 실사 영화로도 나왔다. 실제로도 엄청난 자전거광인 와타나베 와타루 작가는 만화를 통해 “자전거는 페달을 밟는 만큼 강해진다”고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이큐’의 경우 ‘슬램덩크’ 배구판으로 통하는 작품이다. 키는 작지만 순발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팀원들과 함께 땀을 쏟는 내용으로, 배구선수 김연경이 “배구 전술과 선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고 호평한 바 있다. 2012년부터 일본 ‘주간 소년 점프’ 연재 이후 시리즈 누적 발행 부수 5500만을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하이큐’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도 출시됐다.

#슬램덩크 #중꺾마 #슬친자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뉴시스
사진제공 이노기획 홍기중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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