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리 청년회장님” “이게 누구야, 청년회장이네!”
충북 진천, 충남 태안, 전국 어느 지역을 가도 동네 어르신들이 손헌수를 먼저 알아본다. ‘박수홍 절친’으로 익숙한 그에게 ‘청년회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2018년 9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면서 극단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근황이 비쳐 시청자들의 걱정을 샀는데, 불과 1년 만에 그의 일상이 180도 달라졌다.
KBS ‘6시 내고향’을 만난 덕분이다. 2019년 하반기에 프로그램의 월요일 간판 코너 ‘청년회장이 간다’에서 청년회장 역할을 맡아 리포터로 활약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미유기 잡이, 감자 캐기 등 농가 일손을 척척 돕고, 싹싹하게 주민들을 대해 ‘재래시장 BTS’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현재 청년회장 외전 코너 ‘붕붕이가 간다!’로 시골 곳곳 어르신들의 편리한 이동을 책임지고 있으며, 인기에 힘입어 2021년 12월부터 KBS 새 교양 프로그램 ‘일꾼의 탄생’을 맡아 가수 진성·김용임, 개그맨 미키광수와 함께 전 국민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손헌수가 청년회장을 맡을 당시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이 불었다. 방송인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부캐릭터 ‘유산슬’의 등장으로 너도나도 트로트 시장에 뛰어들 때였다. 손헌수도 트로트 앨범 ‘전기뱀장어’ 출시를 준비하며, 열풍 대열에 끼어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즈음 ‘6시 내고향’ 작가로부터 섭외 제안을 받았다. 손헌수는 이전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트로트를 하려면 장년층을 공략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손헌수는 ‘이번이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타이밍이 잘 맞았네요.
사실 쉽게 결정을 내리진 못했어요. 보통 개그맨들 사이에서 ‘6시 내고향’은 인기가 떨어지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을 때 자연스레 넘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저도 그랬죠. 섣불리 ‘6시 내고향’에 나갔다가 다른 프로그램은 못 하게 될까 봐 고민하긴 했어요.
출연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청년회장이 간다’ 코너에서 청년회장 역할이 돋보이더라고요. ‘6시 내고향’ 작가님한테 오후 9시 넘어 전화가 왔는데, 청년회장을 4주만 맡아달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짧게는 안 하겠다고 하니까 “한 번만 고민해봐라” 하더라고요. 원래 청년회장이었던 김용명 형이 그만두고, 다른 개그맨 후배가 4주 정도 맡아 했는데 허리를 다쳐서 못 하게 돼 저한테 기회가 온 거죠. 다행히 첫 방송에서 국장님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근데 청년회장 일이 정말 힘들어요. 온갖 노동에 한번 촬영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죠. 다른 프로그램 2~3개를 합한 것보다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을 것 같은데요.
청년회장이 저한테 딱 맞는 역할이긴 한데, 몸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촬영 끝날 때면 늘 매니저 실장님과 언제 그만둘지 고민했어요(웃음). 그런데 출연 하고 한 달 뒤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하면서 ‘좀 더 해볼까’로 마음이 바뀌어서 1년 넘게 하고 있죠. 그사이 ‘일꾼의 탄생’이란 새 코너도 만들어졌고요.
장년층 팬들은 표현이 적극적인데, 인기를 체감하나요.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주세요. 하하. 한번은 프로그램 내에서 팬 사인회를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어머니는 오다가 꺾은 도라지와 큰 호박, 어떤 어머니는 쌀까지 들고 줄을 서 계시더라고요. 요즘은 5만 원, 10만 원 그렇게 용돈을 주세요. 하하. 손 편지도 정말 많이 와요. KBS로 직접 보내시죠. 어떤 남자 어르신은 “청년회장 손헌수 보거라” 하면서 서예로 멋있게 글을 써서 주셨어요(웃음). 어르신들은 삶의 연륜이 있으니 상대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만 봐도 다 아시는 것 같아요. ‘6시 내고향’을 시작하면서 ‘진심을 다하자’고 다짐했는데 어머님들이 ‘손헌수가 날 진심으로 대하는구나’ 생각하시고 더 예뻐해주는 것 같아요.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붕붕이가 간다!’ 코너에서 아들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고 1년간 집 밖으로 안 나오신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어요.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죽을까’ 고민만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 방송을 보면서 한 주 한 주 버티셨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촬영 온 저와 마주치신 거죠. 어머니 사연을 듣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전국 팔도에 재밌는 어르신도 많으실 것 같아요.
95세 정도 된 어르신이었는데 방송을 참 잘 아는 분이셨어요. 갑자기 미나리를 막 캐서 오더니 아스팔트에 그냥 뿌리시는 거예요. “어머니, 미나리를 왜 뿌리세요?” 물었더니 뽑는 척하라는 거예요(웃음). “어머니, 흙도 같이 뿌려주셨어야죠” 하고 농담을 했죠. 촬영 때 제가 일을 끝까지 하고 가는 걸 모르시고 “이 정도 찍었으면 방송 다 나가잖아” 하고 놀리는 분들도 계세요.
매주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일하다가 숨이 턱끝까지 차서 몇 번을 죽겠다고 했죠(웃음). 카메라 끄고 나서도 일을 다 끝내고 가거든요. 두 달 전 충남 청양 수정리 마을에서 ‘일꾼의 탄생’을 촬영하느라 배우 정경호 씨랑 하루 종일 시멘트 공사를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제작진은 시멘트 1~2포대 정도면 끝날 줄 알았대요. 그런데 이날 시멘트 12포대로 작업했어요. 흙은 시멘트량의 1.5배가 들어간대요. 심지어 비까지 내렸어요. 제작진이 현장 답사를 한다 해도 디테일하게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그걸 둘이서 나르고, 푸고, 섞고, 10m 가까이 되는 길을 다 포장하는데, 정말 진이 다 빠졌죠. 작업 현장을 보자마자 ‘절대 둘이서 못 할 양인데’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버님, 어머님한테 하도 설레발을 쳐놔서 무조건 완성할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2000년 MBC 11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손헌수. 데뷔하자마자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하우스’에서 ‘허무개그’ 코너를 맡아 인기 개그맨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2010년 초 손헌수는 영화 연출을 하겠다며 감독에 도전했고, 극단 사업에도 욕심을 내 10여 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애지중지 키웠던 극단 후배들과 불화를 겪고, 사채까지 손을 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손헌수는 “밑바닥을 찍고 나서야 모든 걸 정리하고 지금의 삶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요즘 그는 ‘이렇게 꾸준히 방송을 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낀다고. 개가수, 방송인으로 본업에 충실하며 제2의 전성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었어요.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직업 방송인으로 살고 있어요. 인기가 있으면 감사하겠지만 억지로 붙잡고 싶지는 않아요. 거품 같은 인기는 싫거든요. 그전까지 제 인생 자체가 거품이었어요.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비싼 외제 차 몰고, 명품 옷에 금목걸이를 7~8개씩 했죠.
욕심을 버리니 더욱 잘됐네요.
유재석 형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는 얘기를 해준 적 있어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거라고요. 그때는 그 이야기가 귀에 안 들렸는데, 재작년부터 들리기 시작했어요. 힘든 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 형의 말이 맞다는 걸 체감하게 됐죠. ‘6시 내고향’에 출연하게 된 것부터 정말 계획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제 상황이 밑바닥을 찍고, 마인드를 바꾸니까 일이 풀리더라고요.
TV조선 ‘미스터 트롯2’에 참가하셨다고요.
네. 방송 전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훈아 선생님의 정통 트로트 곡을 불렀어요. 이 전까지 개가수의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아서 이번에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어요. 3일 동안 7시간 자면서 최선을 다했죠. 순서가 뒷쪽이라 새벽 4시가 다 돼서 노래를 불렀는데 힘들더라고요(웃음).
심사위원들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받았나요.
사실 진성 선배님은 저랑 지금 ‘일꾼의 탄생’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있어서 코멘트를 안 해주시길 바랐어요. 눈치보이잖아요. 근데 “정말 헌수 네가 이렇게 노래를 잘할 줄 몰랐다.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고,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장윤정 씨도 “충분히 실력이 되니 개가수라고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평이 다 좋았어요. 문희경 선배님도 전화하셔서 “헌수야 노래가 너무 늘었어. 너 정말 열심히 했구나”하고 칭찬해주셨어요.
2014년부터 음반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 행사용인가요(웃음).
물론 행사를 배제할 순 없지만(웃음), 개그 무대만 16년을 섰어요. 다른 무대에 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에 뮤지컬을 접하게 됐는데, 노래 부르면서 무대에 서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죠. 당시 소속사 대표님이 앨범 제안을 하셔서 첫 앨범을 내게 됐어요.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과 Mnet ‘엠카운트다운’에 섰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소속사 대표님이 먼저 제안을 하셨군요.
예전에 ‘정 실장’이라고 박명수 매니저로 유명했던 분이에요. 정석권 형님이 대표님이셨어요. “좋은 노래가 있는데 앨범 한번 내보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행사는 더 재밌더라고요.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제 노래가 많은 사람 입에서 불리면 좋겠어요. 그렇게 작곡에도 도전했고요. ‘3분 디스코’(2016)부터 5~6곡가량이 제가 만든 노래예요. 올해는 더 재밌게 놀아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 박수홍 씨에게 많은 힘이 돼준 걸로 압니다.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단 일단 선배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다행히 요즘 프로그램 섭외가 막 들어와서 엄청 바빠요. 오히려 저한테 “헌수야, 내가 뭐 할 건데 같이 할래?” 제안도 많이 해주시고요.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어요.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셨어요.
조혜련 선배 첫째 아이 돌잔치에서 만났어요. ‘허무개그’ 코너를 같이 한 이진환 형과 함께 갔는데 수홍 선배가 계속 저한테 “너무 잘 보고 있다”며 말을 걸더라고요. 또 수홍 선배가 개그맨 김국진 선배랑 동기인데 보자마자 “형님, 안녕하세요. 뷔페 뭐 좀 갖다드릴까요?”라고 묻는 거예요. ‘정말 예의 있는 분이구나’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너무 팬이었는데 더 팬이 됐어요. 친해지고 싶었는데 타 방송 선배라 감히 먼저 다가가진 못했거든요. 근데 제 옆에 앉아서 “코너를 어떻게 그렇게 재밌게 짜는 거예요?” 하면서 계속 말을 걸고, 먼저 다가와 줬어요.
그렇게 전화번호 교환을 하셨군요.
뷔페 음식을 가지러 가는데 수홍 선배가 갑자기 오더니 “저는 코너에서 헌수 씨가 돋보이더라고요” 하면서 전화번호를 가져갔어요(웃음). 그리고 몇 달 후에 SBS ‘좋은 친구들’ 감독님이 얼굴 좀 볼 수 있냐고 전화를 하셨어요. 수홍 선배가 계속 제 얘길 했다면서 다음 학기 MC로 섭외하고 싶다는 거예요. 당시 제가 MBC 막내였던 터라 “가면 죽습니다” 하고 아쉽게 기회를 놓쳤는데, 결국 그다음 학기에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웃찾사’도 같이 만들고 재밌었어요.
손헌수 씨가 왜 마음에 드셨대요.
안 그래도 제가 물어봤어요. ‘좋은 친구들’에 출연했을 때 떨리고 긴장돼서 6주 차까지 말 한마디를 못 했거든요. 그런데도 끝나면 선배가 항상 “헌수야, 네가 제일 웃겼어. 잘했다”고 하는 거예요. “오늘 말 한마디 못 했는데 왜 계속 잘했다고 하냐”고 물었더니 “아니야, 헌수야 네가 적재적소 딱 맞는 타이밍에 들어와서 한 리액션은 아무나 못 한다”고 하면서 천재성을 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어릴 때 선배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힘을 실어주고 싶었대요. “다른 후배들한테 무시당하면서 왜 저만 챙기냐, 잘나가는 후배들 챙겨서 걔네 덕 좀 보시라” 해도 “헌수야 나는 너밖에 안 보인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저는 이게 무슨 복이에요. 절 바라보고 사는 선배가 있으니 더 잘해야죠.
친한 개그맨들끼리 유튜브 하는 게 유행인데, 두 분이 함께 하고 싶은 콘텐츠는 없나요.
한때 클러버(클럽을 좋아하는)였던 우리의 육아하는 모습을 찍고 싶어요.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고 얘기했었거든요(웃음). 선배님도 결혼하셨고, 저도 이제 결혼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어머, 결혼하시는군요.
가을쯤으로 생각 중이에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공무원이에요. 일하다가 만났는데 제가 고백을 받았어요. 하하.
세상에 고백을 받으셨다니!
그때는 제가 누군가를 만날 상황이 아니어서 시간 차를 두고 사귀게 됐어요.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결혼은 이런 사람하고 하는 거구나’ 싶어요. 딱히 이상형 이런 거 없었는데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이런 사람이 내 이상형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밝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주변에서들 다 좋아하는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아지더라고요. 연애한 지 1년 2개월 정도 됐고, 알고 지낸 건 3년이 넘었어요.
열애 소식에, 새 앨범 계획에 좋은 소식 풍년이네요.
올해 곡도 3개 정도 내고 싶은데 잘해봐야죠. 개가수인 걸 굳이 떨칠 필요 없이 오히려 ‘더 개가수가 돼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신나는 음악으로 디스코 메들리를 만들어볼까 해요. 나이트클럽 음악 느낌 나게요. 어르신들 모시고 ‘경로 대잔치’ 느낌으로 콘서트도 열고 싶어요. 한 가지 더 욕심이 있다면, 방송도 몇 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일꾼의 탄생’처럼 진심을 다해 임할 수 있는, 초창기 멤버로 최선을 다해 활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면 좋겠어요.
#손헌수열애 #6시내고향청년회장 #여성동아
사진 홍중식 기자
사진출처 KBS LIFE 유튜브 캡처
충북 진천, 충남 태안, 전국 어느 지역을 가도 동네 어르신들이 손헌수를 먼저 알아본다. ‘박수홍 절친’으로 익숙한 그에게 ‘청년회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2018년 9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면서 극단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근황이 비쳐 시청자들의 걱정을 샀는데, 불과 1년 만에 그의 일상이 180도 달라졌다.
KBS ‘6시 내고향’을 만난 덕분이다. 2019년 하반기에 프로그램의 월요일 간판 코너 ‘청년회장이 간다’에서 청년회장 역할을 맡아 리포터로 활약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미유기 잡이, 감자 캐기 등 농가 일손을 척척 돕고, 싹싹하게 주민들을 대해 ‘재래시장 BTS’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현재 청년회장 외전 코너 ‘붕붕이가 간다!’로 시골 곳곳 어르신들의 편리한 이동을 책임지고 있으며, 인기에 힘입어 2021년 12월부터 KBS 새 교양 프로그램 ‘일꾼의 탄생’을 맡아 가수 진성·김용임, 개그맨 미키광수와 함께 전 국민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트로트 하고 싶어 청년회장 시작
kbs ‘6시 내고향’ 청년회장 외전 코너 ‘붕붕이가 간다!’
타이밍이 잘 맞았네요.
사실 쉽게 결정을 내리진 못했어요. 보통 개그맨들 사이에서 ‘6시 내고향’은 인기가 떨어지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을 때 자연스레 넘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저도 그랬죠. 섣불리 ‘6시 내고향’에 나갔다가 다른 프로그램은 못 하게 될까 봐 고민하긴 했어요.
출연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청년회장이 간다’ 코너에서 청년회장 역할이 돋보이더라고요. ‘6시 내고향’ 작가님한테 오후 9시 넘어 전화가 왔는데, 청년회장을 4주만 맡아달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짧게는 안 하겠다고 하니까 “한 번만 고민해봐라” 하더라고요. 원래 청년회장이었던 김용명 형이 그만두고, 다른 개그맨 후배가 4주 정도 맡아 했는데 허리를 다쳐서 못 하게 돼 저한테 기회가 온 거죠. 다행히 첫 방송에서 국장님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근데 청년회장 일이 정말 힘들어요. 온갖 노동에 한번 촬영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죠. 다른 프로그램 2~3개를 합한 것보다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을 것 같은데요.
청년회장이 저한테 딱 맞는 역할이긴 한데, 몸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촬영 끝날 때면 늘 매니저 실장님과 언제 그만둘지 고민했어요(웃음). 그런데 출연 하고 한 달 뒤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하면서 ‘좀 더 해볼까’로 마음이 바뀌어서 1년 넘게 하고 있죠. 그사이 ‘일꾼의 탄생’이란 새 코너도 만들어졌고요.
장년층 팬들은 표현이 적극적인데, 인기를 체감하나요.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주세요. 하하. 한번은 프로그램 내에서 팬 사인회를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어머니는 오다가 꺾은 도라지와 큰 호박, 어떤 어머니는 쌀까지 들고 줄을 서 계시더라고요. 요즘은 5만 원, 10만 원 그렇게 용돈을 주세요. 하하. 손 편지도 정말 많이 와요. KBS로 직접 보내시죠. 어떤 남자 어르신은 “청년회장 손헌수 보거라” 하면서 서예로 멋있게 글을 써서 주셨어요(웃음). 어르신들은 삶의 연륜이 있으니 상대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만 봐도 다 아시는 것 같아요. ‘6시 내고향’을 시작하면서 ‘진심을 다하자’고 다짐했는데 어머님들이 ‘손헌수가 날 진심으로 대하는구나’ 생각하시고 더 예뻐해주는 것 같아요.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붕붕이가 간다!’ 코너에서 아들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고 1년간 집 밖으로 안 나오신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어요.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죽을까’ 고민만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 방송을 보면서 한 주 한 주 버티셨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촬영 온 저와 마주치신 거죠. 어머니 사연을 듣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전국 팔도에 재밌는 어르신도 많으실 것 같아요.
95세 정도 된 어르신이었는데 방송을 참 잘 아는 분이셨어요. 갑자기 미나리를 막 캐서 오더니 아스팔트에 그냥 뿌리시는 거예요. “어머니, 미나리를 왜 뿌리세요?” 물었더니 뽑는 척하라는 거예요(웃음). “어머니, 흙도 같이 뿌려주셨어야죠” 하고 농담을 했죠. 촬영 때 제가 일을 끝까지 하고 가는 걸 모르시고 “이 정도 찍었으면 방송 다 나가잖아” 하고 놀리는 분들도 계세요.
매주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일하다가 숨이 턱끝까지 차서 몇 번을 죽겠다고 했죠(웃음). 카메라 끄고 나서도 일을 다 끝내고 가거든요. 두 달 전 충남 청양 수정리 마을에서 ‘일꾼의 탄생’을 촬영하느라 배우 정경호 씨랑 하루 종일 시멘트 공사를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제작진은 시멘트 1~2포대 정도면 끝날 줄 알았대요. 그런데 이날 시멘트 12포대로 작업했어요. 흙은 시멘트량의 1.5배가 들어간대요. 심지어 비까지 내렸어요. 제작진이 현장 답사를 한다 해도 디테일하게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그걸 둘이서 나르고, 푸고, 섞고, 10m 가까이 되는 길을 다 포장하는데, 정말 진이 다 빠졌죠. 작업 현장을 보자마자 ‘절대 둘이서 못 할 양인데’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버님, 어머님한테 하도 설레발을 쳐놔서 무조건 완성할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꾼의 탄생’.
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었어요.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직업 방송인으로 살고 있어요. 인기가 있으면 감사하겠지만 억지로 붙잡고 싶지는 않아요. 거품 같은 인기는 싫거든요. 그전까지 제 인생 자체가 거품이었어요.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비싼 외제 차 몰고, 명품 옷에 금목걸이를 7~8개씩 했죠.
욕심을 버리니 더욱 잘됐네요.
유재석 형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는 얘기를 해준 적 있어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거라고요. 그때는 그 이야기가 귀에 안 들렸는데, 재작년부터 들리기 시작했어요. 힘든 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 형의 말이 맞다는 걸 체감하게 됐죠. ‘6시 내고향’에 출연하게 된 것부터 정말 계획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제 상황이 밑바닥을 찍고, 마인드를 바꾸니까 일이 풀리더라고요.
TV조선 ‘미스터 트롯2’에 참가하셨다고요.
네. 방송 전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훈아 선생님의 정통 트로트 곡을 불렀어요. 이 전까지 개가수의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아서 이번에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어요. 3일 동안 7시간 자면서 최선을 다했죠. 순서가 뒷쪽이라 새벽 4시가 다 돼서 노래를 불렀는데 힘들더라고요(웃음).
심사위원들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받았나요.
사실 진성 선배님은 저랑 지금 ‘일꾼의 탄생’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있어서 코멘트를 안 해주시길 바랐어요. 눈치보이잖아요. 근데 “정말 헌수 네가 이렇게 노래를 잘할 줄 몰랐다.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고,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장윤정 씨도 “충분히 실력이 되니 개가수라고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평이 다 좋았어요. 문희경 선배님도 전화하셔서 “헌수야 노래가 너무 늘었어. 너 정말 열심히 했구나”하고 칭찬해주셨어요.
2014년부터 음반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 행사용인가요(웃음).
물론 행사를 배제할 순 없지만(웃음), 개그 무대만 16년을 섰어요. 다른 무대에 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에 뮤지컬을 접하게 됐는데, 노래 부르면서 무대에 서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죠. 당시 소속사 대표님이 앨범 제안을 하셔서 첫 앨범을 내게 됐어요.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과 Mnet ‘엠카운트다운’에 섰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소속사 대표님이 먼저 제안을 하셨군요.
예전에 ‘정 실장’이라고 박명수 매니저로 유명했던 분이에요. 정석권 형님이 대표님이셨어요. “좋은 노래가 있는데 앨범 한번 내보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행사는 더 재밌더라고요.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제 노래가 많은 사람 입에서 불리면 좋겠어요. 그렇게 작곡에도 도전했고요. ‘3분 디스코’(2016)부터 5~6곡가량이 제가 만든 노래예요. 올해는 더 재밌게 놀아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박수홍 선배랑 육아 콘텐츠 해보고 싶어”
손헌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박수홍은 그의 소중한 절친이자 가족 같은 선배다. 2021년 박수홍은 62억 원 상당의 출연료 횡령 혐의로 친형 부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집안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박수홍은 손헌수의 바쁜 근황을 모니터하며 누구보다 좋아하고 응원해줬다고 한다. 2022년 12월 23일 박수홍이 결혼식을 올린 데 이어 손헌수도 열애 소식을 전했다.최근 박수홍 씨에게 많은 힘이 돼준 걸로 압니다.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단 일단 선배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다행히 요즘 프로그램 섭외가 막 들어와서 엄청 바빠요. 오히려 저한테 “헌수야, 내가 뭐 할 건데 같이 할래?” 제안도 많이 해주시고요.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어요.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셨어요.
조혜련 선배 첫째 아이 돌잔치에서 만났어요. ‘허무개그’ 코너를 같이 한 이진환 형과 함께 갔는데 수홍 선배가 계속 저한테 “너무 잘 보고 있다”며 말을 걸더라고요. 또 수홍 선배가 개그맨 김국진 선배랑 동기인데 보자마자 “형님, 안녕하세요. 뷔페 뭐 좀 갖다드릴까요?”라고 묻는 거예요. ‘정말 예의 있는 분이구나’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너무 팬이었는데 더 팬이 됐어요. 친해지고 싶었는데 타 방송 선배라 감히 먼저 다가가진 못했거든요. 근데 제 옆에 앉아서 “코너를 어떻게 그렇게 재밌게 짜는 거예요?” 하면서 계속 말을 걸고, 먼저 다가와 줬어요.
그렇게 전화번호 교환을 하셨군요.
뷔페 음식을 가지러 가는데 수홍 선배가 갑자기 오더니 “저는 코너에서 헌수 씨가 돋보이더라고요” 하면서 전화번호를 가져갔어요(웃음). 그리고 몇 달 후에 SBS ‘좋은 친구들’ 감독님이 얼굴 좀 볼 수 있냐고 전화를 하셨어요. 수홍 선배가 계속 제 얘길 했다면서 다음 학기 MC로 섭외하고 싶다는 거예요. 당시 제가 MBC 막내였던 터라 “가면 죽습니다” 하고 아쉽게 기회를 놓쳤는데, 결국 그다음 학기에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웃찾사’도 같이 만들고 재밌었어요.
손헌수 씨가 왜 마음에 드셨대요.
안 그래도 제가 물어봤어요. ‘좋은 친구들’에 출연했을 때 떨리고 긴장돼서 6주 차까지 말 한마디를 못 했거든요. 그런데도 끝나면 선배가 항상 “헌수야, 네가 제일 웃겼어. 잘했다”고 하는 거예요. “오늘 말 한마디 못 했는데 왜 계속 잘했다고 하냐”고 물었더니 “아니야, 헌수야 네가 적재적소 딱 맞는 타이밍에 들어와서 한 리액션은 아무나 못 한다”고 하면서 천재성을 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어릴 때 선배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힘을 실어주고 싶었대요. “다른 후배들한테 무시당하면서 왜 저만 챙기냐, 잘나가는 후배들 챙겨서 걔네 덕 좀 보시라” 해도 “헌수야 나는 너밖에 안 보인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저는 이게 무슨 복이에요. 절 바라보고 사는 선배가 있으니 더 잘해야죠.
친한 개그맨들끼리 유튜브 하는 게 유행인데, 두 분이 함께 하고 싶은 콘텐츠는 없나요.
한때 클러버(클럽을 좋아하는)였던 우리의 육아하는 모습을 찍고 싶어요.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고 얘기했었거든요(웃음). 선배님도 결혼하셨고, 저도 이제 결혼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어머, 결혼하시는군요.
가을쯤으로 생각 중이에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공무원이에요. 일하다가 만났는데 제가 고백을 받았어요. 하하.
세상에 고백을 받으셨다니!
그때는 제가 누군가를 만날 상황이 아니어서 시간 차를 두고 사귀게 됐어요.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결혼은 이런 사람하고 하는 거구나’ 싶어요. 딱히 이상형 이런 거 없었는데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이런 사람이 내 이상형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밝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주변에서들 다 좋아하는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아지더라고요. 연애한 지 1년 2개월 정도 됐고, 알고 지낸 건 3년이 넘었어요.
열애 소식에, 새 앨범 계획에 좋은 소식 풍년이네요.
올해 곡도 3개 정도 내고 싶은데 잘해봐야죠. 개가수인 걸 굳이 떨칠 필요 없이 오히려 ‘더 개가수가 돼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신나는 음악으로 디스코 메들리를 만들어볼까 해요. 나이트클럽 음악 느낌 나게요. 어르신들 모시고 ‘경로 대잔치’ 느낌으로 콘서트도 열고 싶어요. 한 가지 더 욕심이 있다면, 방송도 몇 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일꾼의 탄생’처럼 진심을 다해 임할 수 있는, 초창기 멤버로 최선을 다해 활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면 좋겠어요.
#손헌수열애 #6시내고향청년회장 #여성동아
사진 홍중식 기자
사진출처 KBS LIFE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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