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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유포자들'로 돌아온 그 때 그 '장고래' 박성훈

이경은 기자

2022. 11. 23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사람에 옮기면 이 남자일까. ‘장고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부지런한 활동으로 개봉을 앞둔 작품만 벌써 서너 개다. 영화 ‘유포자들’ 개봉을 앞두고 배우 박성훈을 만났다.



2019년 종영한 KBS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장고래’. 대중이 배우 박성훈(37)을 가장 익숙하게 기억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 조연, 주연까지 안 해본 배역이 없는 그는 데뷔 15년 차 배우다. 말 그대로 한 발 한 발 우직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최근 박성훈은 작품 촬영과 홍보 스케줄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참여한 영화 ‘지옥만세’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됐고, 11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유포자들’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12월 30일 공개 예정인 ‘더 글로리’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의 꾸준한 열정과 성실함은 11월 9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화보 촬영에서도 드러났다.

고3 때 선택한 배우의 길

표정, 포즈 다 너무 잘하셔서 놀랐어요.

그런가요(웃음). 처음엔 사진 찍으면 굉장히 어색해했는데 찍으면서 연습을 하다 보니 조금씩 늘더라고요.

자타 공인 노력파답네요. 2008년 데뷔 후 정말 많은 작품을 통해 꾸준하게 입지를 다져왔잖아요.

전 스스로에 자신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서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열 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배역 하나를 맡으면 연습도, 고민도 남들보다 더 많이 했어요.



그는 최근 영화 ‘유포자들’로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인 이 영화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얼마나 한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유포자들’은 어떤 영화인가요.

결혼을 앞둔 학교 선생님 ‘도유빈’이 친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여자 친구가 잠시 해외에 가 있을 때 클럽에 갑니다. 거기서 핸드폰을 잃어버리죠. 그러다 수많은 일에 연루되는 이야기예요.

‘N번방’ ‘버닝썬 사건’ 등 사회문제가 떠오르는 영화인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선 대본이 흡입력 있었어요. 순식간에 모두 읽을 만큼요. 또 ‘하나뿐인 내편’을 함께한 홍석구 감독님과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 사이고요. 감독님이 부르시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각해요.

‘유포자들’은 디지털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영화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던 남자 ‘도유빈’의 사라진 하룻밤과 핸드폰이 그를 파멸로 이끄는 과정이 영화의 주 내용. 한 영상을 지키는 과정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박성훈이 맡은 ‘도유빈’은 디지털 범죄에 예외란 없음을 시사한다.

‘유포자들’ 외에도 최근에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요.

드라마 ‘더 글로리’ 촬영이 끝나고 공개를 기다리고 있어요. 또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 촬영도 시작하고요. 다른 드라마를 하나 더 찍고 있는데, 캐스팅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말씀드릴 순 없네요.

처음 배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거창한 계기는 없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 고민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할까’ 생각하다 나온 결론이죠. 저는 친구를 연기로 속이는 장난을 굉장히 재밌어했어요. 예능 프로그램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같은 거요. 그래서 연기학원을 한번 찾아갈까 싶었죠.

외고에 다닌 걸 보면 공부도 곧잘 했을 텐데,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요.

그 전엔 제가 확고히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 그런지,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말씀드리니 뭐라도 하라고 하셨어요. 성적이 나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엄청 좋지도 않아서 부모님이 딱히 아쉬워하시진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어머니 손잡고 함께 연기학원으로 갔죠.

그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영화·드라마·연극으로 대중을 만났다. 데뷔 15년 차가 된 그는 “자신이 격동기에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양도 양이지만, 장르의 폭이 넓어 놀랐어요. 영화, 드라마, 연극 중 가장 본인이 즐기는 무대는 어딘가요.

영화요. 처음 시나리오 작업할 때부터 감독님과 의견을 주고받고, 대사를 하나하나 같이 고쳐나가 캐릭터를 만들고, 그 배역을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지금껏 맡은 배역 중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뭔가요.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장고래죠. 시청률이 워낙 높게 나오기도 했고, 저를 ‘고래’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으니까요. 대중에게 저를 제대로 각인시켜 기억에 남네요.

장고래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좋아하던 드라마 등장인물 맞죠.

맞아요, 맞아요(웃음). 저희 배우들이랑 콘텐츠도 함께 찍으셨죠.

박막례 할머니와의 만남은 어땠나요.

상황이 재밌었어요. 우선 저를 많이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할머님이 너무 귀여우셔서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요. 나중에 박막례 할머님의 따님이 하시는 식당에 찾아가서 식사도 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최근엔 인기 프로그램인 ‘환승연애’ 리뷰를 하시더라고요(웃음).

평소 박성훈은 주변에 어떤 사람인가요.

사실 모르겠어요. 저도, 주변 지인들도 요즘 저를 보면 적잖이 당황하기도 해요. 성격이 매일매일 바뀌어요. 2년 만에 작품을 같이하는 한 동생이 “내가 알던 형이 아니다. 완전 변했다”고 할 정도로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결과도 계속 바뀌어요. 처음 할 때는 ISFJ가 나왔는데, 이제는 ENFP가 나오더라고요.

“‘집돌이’에서 외향적으로 바뀌어”

영화 ‘유포자들’의 한 장면. 극 중 박성훈은 사학재단 장녀 ‘임선애’와의 결혼을 앞둔 ‘도유빈’역을 맡았다.

영화 ‘유포자들’의 한 장면. 극 중 박성훈은 사학재단 장녀 ‘임선애’와의 결혼을 앞둔 ‘도유빈’역을 맡았다.

쉬는 날엔 어떻게 지내나요.

운동도 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사람도 만나요. 특히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원랜 ‘집돌이’였는데 요즘에는 어떻게든 약속을 잡아요. 동료들이랑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죠. 한두 번 나가니까 거기서 에너지를 얻더라고요.

박성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스 아범”이라는 설명을 붙여뒀다. 반려견 이름 ‘박스’에 아빠를 뜻하는 ‘아범’을 붙였다. 누구든 인연을 맺고 나면 이를 소중히 여기는 성격이 엿보인다. 최근 내향형 인간에서 외향형 인간 100%로 바뀌었다는 그는 휴식의 순간이 오면 쌓아온 인연들을 찾아간다.

요즘은 누구와 자주 만나나요.

‘더 글로리’ 멤버를 정말 자주 만나요. 다 친해서 꼽기도 어려워요. 김히어라 씨, 김건우 씨, 차주영 씨 등 모두 친해졌어요.

배우 박성훈에게 다짐이 있다면요.

군대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일부러 서울 압구정 로데오 주변의 옷 가게서 알바를 했어요. “강남의 기운을 받겠다!”면서요. 당시 출퇴근길에 오가던 청담동의 한 영화관 앞엔 포스터가 크게 걸려 있었어요. 그걸 보고 항상 ‘내 얼굴을 저기 걸겠다’ 생각했죠. 존경하는 선배 배우들을 묵묵히 따라가 언젠가 그 다짐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박성훈 #유포자들 #하나뿐인내편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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