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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의 오구(誤球) 플레이, 남의 일 아냐!

-10타 골프 레슨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입력 2022.09.07 10:00:01

4월 17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2022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 4번홀에서 윤이나가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4월 17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2022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 4번홀에서 윤이나가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몰이에 나섰던 새내기 윤이나 선수(19)의 ‘오구(誤球) 플레이’ 파장이 큽니다.

“어떻게 프로 선수가 저런 불법을 저지르지?” “데뷔 첫 우승으로 이제 갓 피어난 신인이 단 한 번의 실수로 퇴출 위기에 몰린 게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아니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관심조차 두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윤이나는 7월 17일 끝난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대회에서 최장 316야드(약 289m)의 호쾌한 티샷을 날리며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 직후 언론의 집중 공세에 팬카페 회원 수는 급증했습니다. 1주 뒤 투어에서는 장타에 열광한 갤러리들의 현장 샤우팅으로 가히 ‘윤이나 신드롬’을 일으켰죠. 하지만 윤이나는 6월 16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메이저대회)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 플레이를 했다고 7월 25일 털어놔 골프계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윤이나는 러프에 떨어진 볼을 쳤는데 그린에 올라가 보니 자신의 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고 고백했습니다. 잘못을 뉘우친 윤이나는 “협회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달게 받겠다. 반성하는 뜻에서 당분간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오구 플레이를 했을 때 이를 바로 알리면 2벌타를 받습니다. 하지만 다음 홀로 넘어가 플레이를 이어가면 실격 처리됩니다. 윤이나는 당시 2라운드까지 경기한 뒤 컷 탈락했는데 규정에 따라 실격 처리됐죠.

대한골프협회와 KLPGA의 징계 경중(輕重)에 상관없이 ‘골프 정신을 훼손한 선수’로 추락한 윤이나는 선수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됐습니다. 아무리 어린 선수라지만 어떻게 이런 규칙을 위반하게 됐을까요.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오구 플레이가 선수 생명에 치명타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 골퍼 입문 시 규칙 교육을 철저히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2벌타’를 받으면 때에 따라 선두권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비양심적인 행위를 저지르게 됩니다.

또 다른 오구 플레이로, 선수들은 로스트볼(분실구) 상황일 경우 ‘악마의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합니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인 탓에 남몰래 속임수를 쓰기도 하죠. 아마추어 중에는 숲속에 공이 들어가 찾기 어려울 때,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주머니에서 새 공을 꺼내 마치 공을 찾은 척 다음 샷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물론 캐디는 속일 수 없음). 이른바 ‘알까기’입니다.

한 번의 속임수로 망가진 골프 신데렐라

골프에서 가장 나쁜 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다.

골프에서 가장 나쁜 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다.

알까기를 포함해 오구 플레이는 아마추어들이 쉽게 저지르는 ‘범법 행위’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숲속이나 나무 사이에 공이 떨어졌을 때 남의 분실구를 발견하면 마치 자신의 공인 척 플레이를 이어갑니다. 또 공을 찾지 못하면 주머니에서 새 공을 꺼내 분실하지 않은 척 양심 불량을 행하게 됩니다.

완전 초보자일 때는 룰을 잘 몰라서 저지를 수 있는 위반 사항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스크린골프장에서 대충 기량을 습득하고 필드에 나가는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의 위반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벌타인 줄 뻔히 아는 경력자가 반복해서 룰을 어기면 동반자들의 눈총과 지탄을 받게 됩니다. 골프 자체의 품위도 떨어지고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오구 플레이 등 규칙 위반이 이 칼럼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입니다. 룰을 잘 지킨다고 기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룰을 자주 어기면, 다시 말해 동반자들을 속이면 ‘양심’에 찔려 샷이 무너지는 등 당일 라운드는 물론 전반적으로 골프 기량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적합한 예를 하나 들까요. 몇 년 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잘나가던 A 선수가 대회 중 알까기로 퇴출됐습니다. A는 나무 사이로 들어간 공을 찾지 못하자 주머니에서 공을 슬쩍 꺼내 다음 샷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경기 위원이 이를 적발해 실격 처리했고 급기야 A는 불명예스럽게 강제 출국당했습니다.

그는 이런 비위 사실을 숨기고 KLPGA에 복귀했습니다만 충격 탓인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습니다. ‘죄의식’에 발목이 잡혀 제 기량을 발휘 못 한 케이스입니다.

물론 아마추어는 까다로운 룰을 잘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디벗에 빠진 공을 벌타 없이 옮겨 치고, 바위 뒤나 카트 도로에 떨어진 공을 페어웨이로 던져서 편안하게 다음 샷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OB티에서 티를 꽂고 플레이하거나 해저드에 떨어진 공을 ‘벌타 없이’ 다음 샷으로 이어가는 건 너무 눈 밖에 나는 행위이므로 삼가야겠습니다.

특히 오구 플레이나 알까기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명예에 먹칠할 수 있죠. 사업상 라운드 때는 더욱더 유의해야 합니다. 룰을 잘 지키는 지인과의 라운드에서는 오래 다져진 우정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골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단골 메뉴입니다. 트럼프는 최근 열린 프로 대회에 초청받아 라운드하면서 잘못 친 공을 수시로 바꿔치기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뉴욕타임스’ 등의 기자들이 이를 폭로했지만,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없이 “역대 대통령 중 나만큼 잘 치는 사람은 없다”고 떠벌려 미국 골퍼들의 빈축을 샀죠.

골프에서 가장 나쁜 것은 OB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입니다. ‘골프의 성지(聖地)’ 스코틀랜드에서는 골프를 시작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격언이 있습니다. “잘못된 볼(오구)을 치지 말라(Be careful not play a wrong ball)”입니다. ‘윤이나 사고’는 누구든 룰이나 매너를 웬만큼 알아야 하고, 또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스코어는 안 좋더라도 룰과 매너를 잘 지키는 ‘필드 위 숙녀’가 돼야겠습니다.

#골프레슨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KLPGA



여성동아 2022년 9월 7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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