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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TT

‘헤어질 결심’ 봤다면 OTT에서 ‘이 작품’도 보라

문영훈 기자

2022. 07. 30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헤어질 결심’의 원형
‘밀회’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가 신작 ‘헤어질 결심’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음을 다수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5년작 ‘밀회’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우연히 기차역 카페에서 처음 만난 로라와 알렉은 이윽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각 남편과 아내가 있다.

‘밀회’에서 로라는 알렉이 예방의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으며 ‘진폐증’ ‘탄분증’ 같은 단어를 읊조릴 때 눈이 반짝인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형사 일에 진심인 해준에 빠지는 것처럼, 로라 역시 알렉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매료된다.

‘밀회’는 ‘헤어질 결심’ 외에도 다수의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는 1950년대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캐롤’이다. 감독 토드 헤인즈는 손을 어깨에 살짝 올리는 것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밀회’의 명장면을 오마주했다.

고전 영화라 웨이브, 유튜브에서도 감상할 수 있지만 추가 요금 없이 ‘밀회’를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은 왓챠가 유일하다. 감독 데이비드 린의 수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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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캐롤’


리보위츠의 불만 가득한 뉴욕 산책
‘도시인처럼’

출판사 문학동네는 매주 다채로운 문필가들의 소설, 산문 등을 게재하는 ‘주간 문학동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문예지의 웹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난주 눈을 의심케 하는 필자를 확인했다. 그의 이름은 프랜 리보위츠.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경의를 표했던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찬사를 보낸 작가다.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그의 직업 중 하나는 뉴요커다. 뉴요커가 직업인 또 다른 유명인으로는 앤디 워홀이나 우디 앨런 정도가 될 것이다.



‘도시인처럼’은 프랜 리보위츠가 뉴욕 거리와 유명 장소를 쏘다니며 사정없이 통찰을 툭툭 내뱉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주제는 ‘문화’ ‘건강’ ‘택시’ ‘책’ 등 일상과 학문을 가리지 않는다. 지식인과 함께 뉴욕의 역사를 돌아보는 ‘세계문화기행’ 포맷을 생각하면 오산인데, 리보위츠가 시종일관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 그럼피(grumpy·심술이 난)를 인간으로 만들면 그가 되지 않을까.

“제가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광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꼬마가 자전거로 7번가를 달리더라고요. 한 손으로 문자를 보내고 다른 손으로 피자를 먹으면서 팔꿈치로 자전거를 몰고 있었죠. 당연히 저를 칠 뻔했죠.”

그리고 덧붙인다.“매일 뉴욕 거리에서 수만 명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이런 종류의 풍자와 유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도시인처럼’과 매주 ‘주간 문학동네’에 게시되는 그의 글을 추천한다. 양쪽 다 길이가 짧고 순서대로 볼 필요가 없어 초콜릿 까 먹듯 생각날 때 보거나 읽으면 시니컬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넷플릭스 제작진이 서울 버전의 ‘도시인처럼’을 계획하고 있다면 주인공으로 배우 윤여정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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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감독이 나치즘을 다루면
‘조조 래빗’

‘토르: 러브 앤 썬더’가 개봉 첫날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뉴질랜드 출신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서 ‘아픈 손가락’이었던 ‘토르’ 시리즈를 흥행 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가 연출한 ‘토르’ 3편 ‘토르: 라그나로크’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조조 래빗’은 와이티티 감독이 ‘토르’ 3편과 4편 사이에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그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배경은 할리우드가 수백 번 다뤘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어둡고 아픈 이야기를 소년 조조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돌프 히틀러를 상상의 친구로 두고 있는 조조가 우연히 자신의 집에 숨어 있는 소녀 ‘엘사’를 발견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감독 와이티티의 주무기인 화려한 색감과 만화적인 터치가 이 영화에서도 잘 살아 있다. 개봉 당시 홀로코스트를 가볍게 다뤄도 되는가에 대해 영미권 평론가들의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밝은 색감과 동화적 연출이 잔혹한 역사적 진실을 두드러지게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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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영감의 기원
‘인사이드 픽사’

동년배(밀레니얼 세대)라면 ‘PIXAR’라고 쓰인 단어 사이로 난데없이 전등 하나가 등장해 알파벳 ‘I’를 밟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야 마는 ‘픽사’의 오프닝을 기억할 것이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레전설’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는 아드만 스튜디오(‘치킨 런’), 지브리 스튜디오(미야자키 하야오) 등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데, 2006년 디즈니가 인수합병했다. M&A의 대가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은 당시 “(픽사를) 절대 디즈니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두에 이렇듯 픽사의 히스토리를 구구절절 밝힌 이유는 디즈니+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픽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각각 12분 내외, 20개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픽사 스튜디오를 이루는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다. 캐릭터 아트 디렉터, 조명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애니메이션을 창조하는 이들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창조를 돕는 이들까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된다. 픽사 작품에 영감을 받아 디저트를 만드는 사내 제빵사와 스튜디오 내 모든 건물을 관리하는 시설 운영 감독의 에피소드가 특히 흥미롭다. 픽사의 팬들과 영감을 찾아 헤매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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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에서 만든 모든 작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밀회 #조조래빗 #도시인처럼 #인사디자인 강부경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이드픽사 #O!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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