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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노트’ 이승희의 맛집, 트렌드 찾아 삼만리

이승희 ‘네이버’ 마케터

2022. 05. 30

아는 동생이 말했다. “언니, 요새 인스타그램만 켜면 ‘애니오케이션’이 너무 많이 떠서 지겨워요. 다 거기만 가나 봐요.” “응…? 애니오케이션이 뭔데…?” 나는 이렇게 물으면서 순간 식은땀이 났다. 

“언니! 설마 애니오케이션을 모르는 거 아니죠?”

아니, 정말 몰랐다. 내 인스타그램에는 한 번도 뜨지 않던 곳. 대체 어디기에 지겹다고 말할 정도인가. 알고 보니 애니오케이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기 맛집 ‘노티드’ ‘다운타우너 버거’를 만든 기업 ‘GFFG’가 새로 연 베이글 가게였다. 어떤 가게든 오픈만 하면 사람들 줄 세우기로 유명한 업체가 만들었으니 대중의 눈길을 끄는 건 당연할 수 있겠다.

내가 애니오케이션을 몰랐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건,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그곳에 다녀왔다는 게시글이 아예 없는 거였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나와 내 친구들은 주말이면 점점 속세를 떠나 아무도 없는 자연으로 향하고 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케터라면 트렌드를 선도하진 못할지언정 최소한 변화를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나. 다시 머리와 마음을 바쁘게 움직이기로 했다. 자연으로 돌아간 친구들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애니오케이션을 다녀온 사람들 게시물에 ‘라이크’를 누르며 뉴 알고리즘 속으로 들어갔다. 서울 성수동·송리단길·압구정 등에 새로 생긴 ‘핫플’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요즘 ‘핫하다’고 평가받는 공간 대부분이 F&B(Food and Beverage·식음료) 업계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하나둘 생기는 유명 브랜드 팝업 스토어에도 어김없이 먹을거리가 배치된다.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뛰어나오기 시작할 때, 브랜드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공간에서 미식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생각해보면 1시간에 걸친 식사가 15초짜리 영상보다 훨씬 큰 광고효과를 낼 것은 자명하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좋은 분위기와 공간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라면 다 같을 테니까. 그래서 마케터가 대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그널도 ‘맛집’이다. 그 안에 인간의 모든 욕망이 숨어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유행을 리드하는 패션 피플을 중심으로 패션산업이 성장하다가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어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케이크를 만들고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카페를 여는 시대다.

지금 우리는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이 서로 뒤섞이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른바 ‘빅블러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새로운 환경에서 여러 브랜드들은 고객의 욕망을 끌어내고자 분야를 넘나들며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그러니 어딘가에 새로운 F&B 공간이 생겼다는 얘기가 들리면 이제 예사로 보지 말자. 그곳이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여다보자. 그러면 트렌드가 보일 것이니!

#애니오케이션 #젠틀몬스터 #영감노트 #여성동아


이승희 ‘네이버’ 마케터
하루하루 충실한 기록자이자 좋은 것을 빨리 알리고픈 마케터. 일을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감노트(@ins.note)’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2tnnd)과 블로그, 유튜브 채널 ‘이승희의 영감노트’를 운영 중. 책 ‘인스타하러 도쿄 온 건 아닙니다만’(2018), ‘여행의 물건들’(2019), ‘기록의 쓸모’(2020)를 썼고, 3명의 마케터와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2018)’를 출간했다.




사진제공 이승희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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