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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eleb

'대체 불가 배우' 천우희의 시간이 돌아왔다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5.13 13:45:09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천우희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소위 ‘센’ 캐릭터부터 순진무구한 캐릭터까지 두루 소화하며, 어떤 배역이든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천우희에게 끊임없이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다.
천우희는 영화 ‘앵커’에서 강박과 불안에 시달리는 앵커, 세라 역을 맡았다.

천우희는 영화 ‘앵커’에서 강박과 불안에 시달리는 앵커, 세라 역을 맡았다.

이쯤이면 ‘대세 배우’라 할 만하다. 천우희(35) 얘기다. 최근 극장가엔 천우희가 주연한 영화 두 편이 일주일 차이로 나란히 걸렸다. 각각 ‘앵커’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봉을 미뤄온 영화들이 올봄 속속 개봉을 결정한 영향이기는 하지만, 천우희가 영화계에서 각광받는 배우임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천우희는 이에 대해 “제 입장에서는 극장가에 다시 활력이 좀 도는 게 아닌가 싶어서 기쁘기도 하다”면서 “다행히 두 작품의 결이 아예 다르다. 비교하는 재미로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천우희는 한때 이른바 ‘센캐(센 캐릭터)’ 전문 배우로 유명했다. 영화 ‘한공주’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를, ‘곡성’에서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를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어느날’ ‘해어화’ 등을 통해 코믹하거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선보였다. 이번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서도 천우희는 정반대 얼굴로 등장해 팬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앵커 연기 위해 발성 교육받고 단발로 스타일 바꿔

4월 7일 열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천우희.

4월 7일 열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천우희.

4월 20일 개봉작 ‘앵커’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천우희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 역을 맡았다. 어느 날 그에게 “앵커가 직접 취재해달라”는 내용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이후 연달아 벌어지는 기묘한 일이 영화의 주된 내용. 천우희는 이 작품에서 성공을 향한 강박과 불안에 시달리는 세라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신하균, 이혜영과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앵커라는 직업이 흥미로웠어요. 그동안 주로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 역할을 많이 맡아서 ‘나도 프로다운 면모를 한번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적인 감정선이 많은데, 장르적인 특징을 잘 살리면서 주인공의 심리 또한 명확히 표현하고 싶어 그래프를 그려가며 준비했습니다.”

극 중에서 앵커석에 앉을 일이 많다 보니 전문적인 훈련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김민정 전 KBS 아나운서에게 발성, 자세, 표정 등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앵커로서 중립적이고 정제된,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세라가 가진 극적인 내면까지 표현해야 하다 보니 두 가지를 융합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준비하며 끝없는 훈련으로 ‘앵커다운’ 말투를 가다듬고, 겉모습도 앵커처럼 바꿨다고 한다.

“일단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제가 단발머리로 나오는 작품은 ‘앵커’가 처음이에요. 저 스스로도 신선하더라고요. 또 제가 이전 작품에서는 거의 노 메이크업으로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메이크업을 통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자 했습니다.”

많은 노력 끝에 완성한 영화 속 세라 캐릭터에 대해 천우희는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세라같은) 센 캐릭터는 항상 양면적인 부분이 있다. 연기하는 동안 계속 압박을 받기 때문에 힘든 역경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지만, 끝나고 나면 또 그것을 해냈다는 쾌감과 나름대로의 만족감이 있다”고 답했다.

“세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다 갖고 있는 캐릭터라서 좋았어요. 그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데 만족했고요. 생각해보면 센 캐릭터라고 해서 더 어렵고, 유쾌한 캐릭터라고 해서 덜 어려운 건 아닙니다.”

꼭 ‘천우희’여만 했던 영화

천우희가 학생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담임 교사 역을 맡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한 장면.

천우희가 학생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담임 교사 역을 맡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한 장면.

4월 27일 개봉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을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또래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한 학생이 호수에 몸을 던져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되는 데서 시작한다. 그의 편지에는 4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 아이들 부모가 자기 자녀를 보호하고자 사건 은폐에 앞장서는 게 영화의 중심 내용이다. 천우희는 이 작품에서 사건을 폭로하고 피해자를 돕고자 애쓰는 담임 교사 송정욱 역을 맡았다. 시종일관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가해자 부모로는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 고창석, 오달수, 문소리가 등장한다. 일본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가 각본을 쓴 연극이 원작. 이 연극은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된 바 있다.

“예전에 원작을 낭독 공연으로 본 일이 있어요.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 연극도 찾아봤고요.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에서는 이 스토리가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이니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나 정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이 캐스팅을 제안했을 때는 거절했다고 한다. “원작 공연을 본 팬으로서 이 작품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설경구 선배님과 오달수 선배님이 ‘같이 하자’며 직접 전화를 주신 거예요. 정말 감사한 일이었죠. 이후 마음을 바꿔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이 작품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선배님들께 더 감사했어요.”

김 감독은 4월 7일 열린 이 작품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천우희의 거절에도 재차 배역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우희 씨가 그동안 강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그 이면에 있는 부드럽고 나약한 모습을 보고 싶었고,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기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설경구 역시 “이 배역은 꼭 천우희 씨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했다. 설득을 논리적으로는 못 하고 애걸복걸 집요하게 부탁했다”고 회상했다. 배우 고창석은 “우희 씨가 왔을 때 정말 고마웠다”며 웃음 지었다.

“사실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송정욱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해자 부모 사이에서 피해자를 도와주려 노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투사는 아니거든요. 인간적인 면이 있는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기로에 서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천우희에 따르면 송정욱은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경험치가 적다. 어설프고 유약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진실에 다가가려 애쓰는 모습을 잘 표현하는 데 연기의 중점을 뒀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천우희는 “선배들 사이에서 저는 아기였다”면서 “제가 해온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훈훈하고 끈끈했던 현장이었다”고 회고했다.

“선배들이 술 한잔하면서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듣기만 해도 좋았어요. 평소엔 웃으면서 이야기하다가도 현장에서는 모두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더라고요. 배우로서 긴장감을 풀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 제목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그 자체로 군더더기 없이 강렬한 메시지다. 학교 폭력 문제가 좀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볼 만하다.

#천우희 #니부모얼굴이보고싶다 #여성동아

사진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코리아



여성동아 2022년 5월 7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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