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3월 이후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 명씩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게 됐다. ①코로나19에 걸렸다 나은 사람 ②코로나19를 앓고 있는 사람 ③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 말이다. 요즘 필자를 만나는 환자분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신다. 이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면역력’이다.
면역이란 우리 몸이 외부 물질에 맞서는 현상을 뜻한다. 크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구별된다. 선천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갖는 인체의 고유한 방어 능력이다. 후천면역은 한번 침입했던 이물질을 기억해 다음번에 효과적으로 물리치는 능력을 일컫는다. 백신 접종자나 코로나19에 한번 걸렸던 사람이 다시 잘 걸리지 않는 것은 후천면역 덕분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병원체 같은 이물질에 맞설 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을 모두 동원한다. 핵심 과정은 두 단계다. 첫째, 적과 아군 잘 구별하기. 둘째, 적을 파악한 뒤엔 잘 싸우기. 중국의 병법가인 손자는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했다. 후천면역을 통해 코로나19의 정체를 파악하고 나면 다음에 맞닥뜨렸을 때는 좀 더 수월하게 싸울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한의학’ 하면 바로 ‘보약(補藥)’을 떠올리는데, 한의학이 가장 치열하게 싸워온 적은 바로 전염병이다. 한의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상한론(傷寒論)’의 저자 장중경은 중국 한나라의 의사로, 가족과 친척 모두를 전염병에 잃은 뒤 괴로움을 극복하고자 의서 집필에 매달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으로 유명한 허준 선생 또한 임진왜란을 겪으며 전쟁 중 창궐하는 전염병을 다스리고자 ‘신찬벽온방’ ‘벽역신방’ ‘언해두창집요’ 등을 썼다.
한의학에서는 호흡기계 전염병을 이겨내려면 두 가지 면역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째는 우리 몸의 음액(陰液)인 점액을 통한 면역이다. 인체의 겉을 피부가 감싸고 있다면, 속에는 점막이 있다. 바이러스 등 이물질은 점막을 통해 체내에 침투한다. 이를 막고자 점막에서는 끈끈한 점액을 분비한다. 평소 점액이 부족해 눈코입이 건조하고, 자주 목이 칼칼하며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은 폐의 음액을 늘리기 위해 칡뿌리(葛根)와 도라지(桔梗)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인체의 체온을 높이고 염증반응을 잘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평소 배가 자주 아프고 속이 불편하며, 손발이 차고 추위를 잘 느끼는 사람은 음액이 충분해도 바이러스를 신체 바깥으로 밀어내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체온과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인삼(人蔘), 홍삼(紅蔘), 육계(肉桂), 부자(附子) 등의 약재 사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단, 이러한 약재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몸의 점액을 말릴 수 있으니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해 사용 여부와 적절한 용량을 정하는 게 좋다.
코로나19의 체내 작동 기전이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코의 점액이 말라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감퇴, 폐의 점액이 마르면서 폐가 섬유화돼 생기는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및 가래 발생, 전신의 염증반응이 오래된 영향으로 생기는 식욕감소·소화불량·무기력감 등의 후유증을 호소한다. 병중에는 은교산(銀翹散) 같이 폐의 점액을 보충하면서 염증을 제거하는 처방약을 복용하고, 후유증을 겪을 때는 사삼(沙蔘), 맥문동(麥門冬), 현삼(玄蔘) 등의 약재를 통해 황폐화된 폐의 기운을 북돋아주면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면역력 #폐건강 #한방치료 #여성동아
이근희
MZ세대 한의사.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학대학원에서 안이비인후피부과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을 거쳐 현재 경북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면역이란 우리 몸이 외부 물질에 맞서는 현상을 뜻한다. 크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구별된다. 선천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갖는 인체의 고유한 방어 능력이다. 후천면역은 한번 침입했던 이물질을 기억해 다음번에 효과적으로 물리치는 능력을 일컫는다. 백신 접종자나 코로나19에 한번 걸렸던 사람이 다시 잘 걸리지 않는 것은 후천면역 덕분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병원체 같은 이물질에 맞설 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을 모두 동원한다. 핵심 과정은 두 단계다. 첫째, 적과 아군 잘 구별하기. 둘째, 적을 파악한 뒤엔 잘 싸우기. 중국의 병법가인 손자는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했다. 후천면역을 통해 코로나19의 정체를 파악하고 나면 다음에 맞닥뜨렸을 때는 좀 더 수월하게 싸울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한의학’ 하면 바로 ‘보약(補藥)’을 떠올리는데, 한의학이 가장 치열하게 싸워온 적은 바로 전염병이다. 한의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상한론(傷寒論)’의 저자 장중경은 중국 한나라의 의사로, 가족과 친척 모두를 전염병에 잃은 뒤 괴로움을 극복하고자 의서 집필에 매달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으로 유명한 허준 선생 또한 임진왜란을 겪으며 전쟁 중 창궐하는 전염병을 다스리고자 ‘신찬벽온방’ ‘벽역신방’ ‘언해두창집요’ 등을 썼다.
한의학에서는 호흡기계 전염병을 이겨내려면 두 가지 면역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째는 우리 몸의 음액(陰液)인 점액을 통한 면역이다. 인체의 겉을 피부가 감싸고 있다면, 속에는 점막이 있다. 바이러스 등 이물질은 점막을 통해 체내에 침투한다. 이를 막고자 점막에서는 끈끈한 점액을 분비한다. 평소 점액이 부족해 눈코입이 건조하고, 자주 목이 칼칼하며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은 폐의 음액을 늘리기 위해 칡뿌리(葛根)와 도라지(桔梗)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인체의 체온을 높이고 염증반응을 잘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평소 배가 자주 아프고 속이 불편하며, 손발이 차고 추위를 잘 느끼는 사람은 음액이 충분해도 바이러스를 신체 바깥으로 밀어내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체온과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인삼(人蔘), 홍삼(紅蔘), 육계(肉桂), 부자(附子) 등의 약재 사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단, 이러한 약재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몸의 점액을 말릴 수 있으니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해 사용 여부와 적절한 용량을 정하는 게 좋다.
코로나19의 체내 작동 기전이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코의 점액이 말라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감퇴, 폐의 점액이 마르면서 폐가 섬유화돼 생기는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및 가래 발생, 전신의 염증반응이 오래된 영향으로 생기는 식욕감소·소화불량·무기력감 등의 후유증을 호소한다. 병중에는 은교산(銀翹散) 같이 폐의 점액을 보충하면서 염증을 제거하는 처방약을 복용하고, 후유증을 겪을 때는 사삼(沙蔘), 맥문동(麥門冬), 현삼(玄蔘) 등의 약재를 통해 황폐화된 폐의 기운을 북돋아주면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면역력 #폐건강 #한방치료 #여성동아
이근희
MZ세대 한의사.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학대학원에서 안이비인후피부과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을 거쳐 현재 경북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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