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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interview

오현정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 무용수

글 오홍석 기자

입력 2022.04.30 10:30:02

지난해 조기 폐막을 딛고 한국을 다시 찾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팬들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오리지널 팀에서 열정적인 안무로 유독 눈에 띈 동양인 무용수 오현정. 그가 커튼콜을 하며 울음을 터트린 이유는 무엇일까.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각색해 만든 뮤지컬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이자 꼽추인 콰지모도, 주교 프롤로, 파리의 근위대장 페뷔스가 동시에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1998년 파리 초연 이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은 현장성이 매우 중요한 장르다. 그래서 작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 공연은 보통 두 갈래로 펼쳐진다. 먼저 뮤지컬의 원래 기획자가 최고의 배우와 무용수를 선발해 꾸린 ‘오리지널 팀’이 세계 곳곳을 돌며 무대에 선다. 동시에 각국의 공연 기획사가 작품 라이선스(판권)를 구매해 자체적으로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국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공연돼 매번 큰 사랑을 받았다. 웅장하다고 할 만큼 힘 있는 뮤지컬 넘버와 무대를 가득 채우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이 인기 비결로 손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동안 찬바람이 불었던 한국 공연계에 올봄 훈풍을 가져온 것도 바로 이 작품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팀은 2월 25일에서 3월 18일까지 한국을 찾았다. 마치 지난해 한국을 찾았다 방역 조치의 영향으로 공연을 조기 폐막한 아쉬움을 달래듯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호응하고자 오리지널 팀은 공연을 5일(6회) 연장하기도 했다.

다시 열린 무대,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오리지널 팀에서 단연 눈에 띈 건 무아경에 빠진 표정으로 역동적인 춤을 추는 동양인 무용수였다. 한국인 무용수 오현정(37) 씨가 그 주인공. 2013년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에서 공연해온 그는 현재 대만 공연을 위해 현지에 머무는 상태다. 그와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공연될 때마다 늘 큰 인기를 누리는데요. 이 작품에 대한 대만 반응은 어떤가요.

여기도 역시 대단합니다. 팬들이 호텔까지 찾아와서 환영 플래카드를 걸어주셨어요. 가는 곳마다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대만은 외국인 입국자에게 엄격한 방역 규정을 적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입국 후 열흘 동안은 호텔방에서 자가 격리를 했어요. 공연 주최사가 멤버들에게 나눠준 매트를 이용해 스트레칭과 하체운동을 열심히 했죠. 평소 몸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공연하다 부상을 당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자가 격리를 마치고 일주일에 걸쳐 ‘셀프 모니터링’을 하는 상태입니다. 이 기간에는 실내 시설에 못 들어갈 뿐, 야외를 돌아다니는 건 가능해요. 숙소 근처를 산책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자가 격리 기간에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니, 마치 운동선수 같네요. 원래 무용수가 부상이 잦은 편인가요.

저는 춤추다 여러 번 인대가 파열됐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는 특히 역동적인 동작이 많은 작품이라 공연 기간 동안 부상을 당하는 사람이 한 명은 꼭 나오는 것 같네요.

말씀을 듣다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무용수님이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춤을 추셨거든요.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했어요.

제가 그런 표정을 지었나요(웃음). 춤을 출 때 딱히 어떤 생각을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는 건 제가 이 뮤지컬에서 맡은 집시 역할과 맞지도 않는다고 보고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거죠. 안무 담당 감독도 “너를 틀 안에 가두지 마라. 자유롭게 자신을 발산하라”고 하세요. 공연 전에 대략 “오늘은 개구쟁이가 돼야겠다” 정도의 계획만 세우는 편이죠.

‘노트르담 드 파리’는 특히 즉흥 안무가 많아 보이던데 무용수들끼리 동선이 엉키지는 않나요.

전부 다 자유롭게 보이지만 일부 장면의 경우 동선을 사전에 완벽하게 짜놓고 움직입니다. 반면 동선은커녕 무용수 각각이 어디 서야 하는지조차 정해놓지 않은 넘버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가끔 무용수들끼리 부딪히기도 하죠(웃음).

“꽉 찬 객석을 보고 울음 터졌다”

공연예술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지난해 한국 공연을 열었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지침 강화에 따라 조기 폐막해야 했다.

그나마 한국은 지난 3년 사이에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이 열린 유일한 나라다. 당초 오 씨가 참여하기로 했던 중국, 미국, 대만 공연은 줄줄이 취소됐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올봄 다시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그 출발점인 한국에서 관객들은 객석을 가득 채우고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한국에 이어 대만 공연을 앞두고 있는 오 씨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무대에 선 소감을 물었다.

공연을 하는 분으로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들고 세계 어느 무대에 서든 늘 객석이 가득 찼어요. 지난해 한국 공연 당시 띄엄띄엄 앉아 마스크를 쓴 관객들을 보는데 느낌이 굉장히 이상하더군요. “우리가 과연 객석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전에는 없던 고민도 하게 됐고요. 그때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연장에 온 소수의 관객들로부터 큰 힘을 받았어요. 서로 말 한마디 못 하지만 마스크 넘어 눈빛으로 응원해주시는 게 느껴져 버틸 수 있었죠.

지난해 말에는 공연 기간이 단축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공연장에 대한 방역 수칙이 매주 달라졌어요. 무용수들이 모여 코로나19 방역 수칙 발표를 같이 지켜보곤 했죠. 입장 가능 관객이 객석의 50%인지 30%인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한 기억이 나네요. “한 주만 더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빌었는데 결국 조기 폐막을 해야 했죠.

그래서인가요. 2월 앙코르 무대가 끝나고 눈물을 훔치시는 걸 본 것 같아요.

보셨군요(웃음). 사실 이번 공연을 하며 여러 번 울었어요. 커튼콜(공연을 마치고 출연진이 관객의 박수에 화답하는 인사) 때 관객으로 가득 찬 객석을 보면 기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여전히 어려운 환경인데도 저희를 찾아준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감사했고,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마친 것도 감사했죠. 기뻐서 흘린 눈물이에요.

어릴 때 배운 한국무용으로 ‘나만의 스타일’ 만들어

오 씨는 초등학생 때 발레로 무용을 시작한 뒤 대학원까지 쭉 같은 길을 걸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에 합류하게 된 건 이 뮤지컬 안무를 담당하는 마르티노 뮐러가 한국에 와서 우연히 오 씨 공연을 봤기 때문. 오 씨는 “원래 빨리 춤추는 걸 좋아한다. 그날도 평소처럼 무대를 즐겼는데 공연이 끝난 뒤 연락이 왔다”고 했다. 뮐러는 오 씨에게 “‘크레이지’한 사람을 찾고 있다”며 ‘노트르담 드 파리’ 팀 합류를 제안했다고 한다. 오 씨는 “당시 머리를 쇼트커트 스타일로 짧게 자르고 하얗게 염색했었는데 그 점이 눈에 띈 것 같다”며 “‘노트르담 드 파리’ 작품 특성상 개성 있는 무용수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10년 가까이 매년 같은 공연을 하는 게 지루하지는 않을까. 오 씨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2013년 오리지널 팀에 합류해 줄곧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해오셨어요. 매너리즘에 빠지신 적은 없나요.

작품을 무척 좋아해서인지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하곤 합니다. 그리고 지루할 틈도 없어요. 즉흥 안무가 많아서 매 공연이 새롭거든요. 공연 중에 무용수들끼리 깜짝 이벤트를 하기도 해요. 지루한 적은 없지만 몸이 힘들었던 적은 있죠.

세계 최고의 뮤지컬로 평가받는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서 춤을 추는 건 많은 무용수의 꿈이기도 할 텐데요. 동료 무용수들이 부럽다고 하지는 않나요.

주위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는 꼭 서보고 싶은 무대”라는 말을 자주 듣긴 해요.

무용수로서 그 자리에 선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어렸을 때 발레, 한국무용, 재즈댄스를 조금씩 다 배웠는데 그런 경험이 쌓여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크레이지한 제 성격이랑 정말 잘 맞고요(웃음). 같이 지내는 무용수들도 모두 저같이 크레이지해요. 저는 무용수로 살아오면서 늘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고, 춤을 돈 버는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즐겼어요. 그렇게 살았더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팀 내에서 경력이 많으신 편에 속하잖아요. 새로 들어온 무용수가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요.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아, 무대에서 저렇게 놀 수도 있구나” 할 때가 많거든요.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시는군요.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죠.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도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받고, 더 트레이닝해 뒤처지지 않고 같이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그들이 저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대만 공연이 끝나면 일단 한국에 돌아오시는 건가요.

네. 좀 쉬면서 다음 투어에 합류하라는 콜이 오기를 기다리겠죠.

그렇게 매해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거군요. 좀 무서울 것 같은데요.

저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웃음). 이 공연을 오래 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거든요. 정말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계속 연락을 주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운명에 맡겨야죠.

언제까지 ‘노트르담 드 파리’ 팀에서 활동하고 싶으신가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스물여덟 살에 시작했는데 이제 서른일곱 살이 됐네요. 팀이 절 찾는다면 몸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 포스터(왼쪽)와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화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현정 무용수.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 포스터(왼쪽)와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화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현정 무용수.

인터뷰가 계획했던 것보다 빠르게 흘러가 준비한 질문이 다 떨어졌다. 사전 질문지에 없는 질문을 돌발적으로 던졌다. “팬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오 씨는 허공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이어 “즐겁게, 행복하게 춤췄던 댄서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했다. 답변을 한 뒤 “가식적인가요”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무대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무용수. 한 번이라도 무대 위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은 이 말이 전혀 가식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트르담드파리 #오현정 #무용수 #여성동아

오현정 무용수가 좋아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 베스트 넘버
보헤미안 / Bohemienne
주인공 에스메랄다의 음색이 돋보이는 곡.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에스메랄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여성 솔로 파트 안무를 매번 즉흥적으로 합니다. 에스메랄다의 노래에 맞춰 저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좋아합니다.”

기적의 궁전 / La cour des miracles
집시 무리의 ‘왕초’인 클로팽이 H 빔 철근에 올라 부르는 노래. 그에 맞춰 남녀 무용수가 선보이는 안무가 돋보인다.
“몸은 가장 힘들지만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괴로워 / Dechire
파리의 근위대장 페뷔스가 우연히 마주친 에스메랄다와 약혼녀 플뢰르 사이에서 고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넘버. 핀 조명을 받으며 격정적인 동작으로 페뷔스의 심경을 표현하는 남자 무용수들의 즉흥 안무가 백미다.

사진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yoon_stage



여성동아 2022년 5월 7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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