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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아, 이젠 할머니가 나설게”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위원장

글 문영훈 기자

입력 2022.03.02 10:30:01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노년층, 그레이 그린(Grey Green) 모임이 한국에서도 싹을 틔웠다. ‘60+ 기후행동’ 출범부터 함께한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대선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오징어 게임’ 대사 中)”

1월 19일 대설특보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모인 노인들 손에 들려 있던 팻말 속 문구다. 이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60대 이상 고령층, 이른바 ‘그레이 그린(Grey Green)’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60+ 기후행동’ 창립식에 참석하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결연하게 자리를 지킨 이들 뒤에는 창립식에 오지 않았지만 서명에 참여한 700여 명의 ‘할매’ ‘할배’가 더 있다.

국내 ‘에코 실버 세대’의 움직임은 지난해 시작됐다. 2021년 9월 23일 60+ 기후행동 출범 준비식이 열렸다. 녹색연합 상임대표인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이 단체의 출발 단계부터 함께했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흔쾌한 승낙이 돌아왔다. 2월 10일 사진 촬영 전 윤 위원장은 직접 준비해 온 크레파스로 버려진 박스 위에 ”진서, 진하야! 할머니가 나설게“라는 문구를 꾹꾹 눌러썼다. 진서와 진하는 윤 위원장 손주들 이름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창립 멤버이자, 유수 시민 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36년 차 시민운동가의 표정은 새로운 걸 배우는 아이처럼 해맑았다.

“산업화 세대가 일조한 기후 위기, 스스로 책임져야”

60+ 기후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지난해 9월 23일 창립 준비 기자회견을 했어요. 세계 기후행동의 날(9월 24일) 바로 전날이죠. 세계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목소리를 내는 날이에요. 한국 노년층도 여기에 동참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죠. 사실 우리가 알음알음 모이기 시작한 건 2020년 1월부터입니다.

단체 창립까지 2년 넘게 걸렸네요.

처음에는 10명쯤 모였어요. 젊은이들이 열심히 나서고 있으니 우리도 환경운동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데 동의한 사람들이죠.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어요. 그 탓에 두 번째 회의가 무기한 연기됐고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니까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해 지난해 9월 화상회의 앱을 통해서 창립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거의 매일 회의했어요.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기후 위기를 우려하는 청년은 정말 많잖아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장 이후 세계 곳곳에서 ‘원주민 툰베리’ ‘흑인 툰베리’ ‘한국인 툰베리’가 생겼고요. 그런데 지금의 지구를 만든 건 노년 세대예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지적했죠. 경제와 산업, 인류의 삶의 방식이 기후 위기를 만든 것이라고요. 우리 세대는 젊을 때부터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연말 연초 언론은 늘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사를 큼지막하게 다뤘고요.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고 우리는 풍요를 누렸지만 그늘도 있는 거죠. 노년 세대가 지난 30~40년간 산업화 주력군으로 살면서 만들어낸 현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회원 중에는 손주가 있는 사람이 많아요. 손주들의 50년 미래가 걸린 일이잖아요.

윤 위원장은 “60+ 기후행동을 통해 고령층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고령층은 수동적이고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져요. 창립식을 진행한 탑골공원은 3·1운동이 시작된 장소이지만 지금은 노인들이 무료 급식을 받거나 햇빛을 쬐며 담배를 피우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우리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회원들이 탑골공원에서 모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미국 배우 제인 폰다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요. 그를 보며 힘을 얻었어요. 기후 위기에 대해 세대별로 각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박수 쳐주는 사람이 많아요. 젊은 환경운동가들도 무척 좋아하고요. 기자들에게 연락도 많이 와서 운영위원들이 돌아가며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웃음). 창립 전 선언문에 대한 지지 서명을 받을 때 다양한 분이 동의하며 피드백을 줬어요. “대신 나서줘서 고맙다” “늦었지만 함께하겠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시작이죠.

‘어슬렁어슬렁’하며 ‘웅성’거리자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윤 위원장은 “이미 연간 플랜을 다 세워놓았다”며 밝게 웃었다. 소풍을 앞둔 학생처럼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선 기후 위기 현장을 가는 거예요. 현장에서 노인들이 기후 위기의 증인이 되는 거죠. 우리가 어디를 점령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대신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서 ‘웅성웅성’ 얘기를 나누려고 해요. 창립 전에는 60+ 기후행동 회원들끼리 제주도에 갔어요. 지금 기후 위기로 제주 인근 해역 산호가 죽어가고 있어요. 해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산물 수확량이 과거의 절반도 안 된대요. 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죠. 이런 현장에 직접 찾아갈 겁니다. 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도시 방문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리산이나 설악산도 갈 거고요.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는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할 겁니다.”

환경과 납세자의 날, 국회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잖아요. 평생 노동하면서 세금을 낸 시민으로서 국회의원들에게 세금을 좀 더 좋은 쪽으로 써달라고 부탁하고자 합니다. 60+ 기후행동은 앞으로 정책 결정자나 기업 관계자들도 만날 겁니다. 일종의 압력을 주려는 거죠. “젊은 세대뿐 아니라 우리 세대도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을 원한다”고 하면, 정책 결정자들이 대개 우리 나이 또래니까 말이 더 잘 통하지 않을까요(웃음).

대선 후보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해야죠.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지난해 “(앞으로 20년 내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IPCC 보고서는 인류에 적색경보(공습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했어요. “그 경보 알람은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크다”고도 했고요. 청년들은 “어른들은 늙어 죽지만 우리는 기후 때문에 죽는다”고 호소해요.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청년들에게는 향후 50년이 달린 문제죠.

대선 토론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이 화젯거리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건 정말 작은 부분이죠. 한국 사회에는 아직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그랜드 프레임’이 없어요. 시민의 요구를 정치권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2020년 12월 그린피스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과 정부가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문항에 86%가 동의했어요. “기후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94%가 동의했고요. 시민의식은 날로 높아지는데 기후 위기에 대한 정치권 인식은 후진적이라고 봐요.

왜 그럴까요.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기후 위기 영향을 덜 받거든요. 힘없는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몸으로 느끼죠. 폭염에 죽음을 맞기도 하는 건설 노동자나 배달 플랫폼 노동자, 기후 위기로 수확량이 줄어 생계에 곤란을 겪는 해녀와 농민들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저개발국가, 이른바 제3세계에 사는 이가 기후 위기로 더 큰 고통을 겪죠.

폭우가 내린 뒤 계층별로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되는 영화 ‘기생충’이 떠오릅니다.

그렇죠. 저개발 국가일수록, 경제적인 지위가 낮을수록 기후 위기에 대응할 인프라가 훨씬 부족하니까요.

지금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거죠.

2020년,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지금은 로드맵만 발표한 단계인데요. 그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한 아주 구체적이고 빠르고 치열한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에너지 전환을 비롯해 건물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짓는 것 등을 포함해야죠.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이자 녹색연합 상임대표이십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이전부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영향이 컸어요. 그때 ‘이제 늙어 죽을 때까지 환경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걸 바꿔놨잖아요. 바다와 땅이 오염되고 사람도 희생됐어요. 원전 사고는 반복되고 있어요. 1970년대 미국 스리마일섬, 1980년대 구소련 체르노빌에서 사고가 발생했죠. 단 한 번의 실수 혹은 막을 수 없는 자연 재난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요. 산업, 문명과 기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어요.

일부 대선 후보는 원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유럽의 경우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원전에 의존하는 나라가 없어요.

윤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한국 정치권은 기후 문제를 과도하게 정쟁화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덴마크 사례를 소개했다.

“덴마크를 보면 1970년대만 해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99%였어요.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에너지 관련 부처가 따로 생겼죠. 1985년에는 의회에서 원전 건설을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요. 최근에는 9개 정당이 만장일치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내용의 합의문을 통과시켰어요. 그런데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 관련 정책이 달라지죠. 그 결과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31.6%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6%대 수준입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예요.”

여성동아 독자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거죠. 일회용품 사용도 재고해야 하고요. 저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일회용품 없는 빌딩, ‘플라스틱 프리 오피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요. “구내식당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채식의 날을 만들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하고요. 이런 작은 시도가 환경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쳐요.

시민운동은 크리에이티브한 일

윤 위원장은 2013년 녹색전환연구소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시민사회에 몸담아왔다. 1987년 한국여성민우회 창립 회원으로 참여해 상임대표를 하기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2006년부터는 새로운 기부 문화를 주도한 아름다운재단과 동그라미재단 이사를 맡기도 했다.

무려 36년 차 시민운동가십니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주부로 살다 보니 여성 문제가 눈에 들어왔죠. 그렇게 서른 살 때 자원 활동을 한 게 시작이에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현모양처’가 꿈이었죠. 파평 윤씨 집안 장손의 딸로 태어났거든요. 1년에 열 번씩 제사를 지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지고, 내게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됐어요.

한국여성민우회 창립에 함께 참여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나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정치권으로 진출했습니다. 윤 위원장께도 정부나 기업의 영입 제안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시민운동만 하겠다고 선을 정해놓은 건 아닙니다. 다만 여기가 저와 맞는 토양이라고 생각했어요. 시민운동은 굉장히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일이에요. 정계나 재계에 몸담으면 의사 결정에 아무래도 제한을 받잖아요. 시민운동 분야에서는 내가 주체적으로 무엇이든 마음껏 해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 사회의 관행과 금기를 깨는 거죠. 과거 징병제, 성소수자 인권, 남북 관계 관련 이슈 등을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던 때가 있었어요. 양심적인 개인, 시민의 힘을 모아 그런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데 보람을 느껴요.

앞서 환경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정치권에 가면 그런 걸 좀 더 빨리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하곤 하는데요.

그게 쉽다면 이미 더 좋은 세상이 왔겠죠(웃음). 저는 양 날개가 필요하다고 봐요. 제도권 정치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죠.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시민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왔어요. 노예 해방, 여성 참정권 부여 등 많은 변화가 시민들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월든’으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노예 해방론자였어요. 법을 바꾼 건 링컨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소로를 비롯한 시민들이 있는 거죠.

제도권 밖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으신가요.

힘들죠(웃음). 주변에서 많이 물어봐요. 왜 이렇게 오래 시민운동을 하냐고요. 그런데 조금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기로만 결심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요. 사회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충분해요. 또 저 같은 사람은 국제 네트워크가 많아요. 해외를 다니면서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동료가 있다는 생각에 힘이 솟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시가 시민 단체의 ATM기로 전락했다”며 시민 단체 지원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실책이라고 생각해요. 시민 단체라고 하면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만 떠올리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죠. 시민 단체는 지역의 작은 생활공동체, 조직화된 큰 단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노인으로 구성된 풀뿌리 조직도 있고, 학생 교육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주부들 모임도 있어요. 만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운영한 시민 단체 지원 거버넌스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인 근거와 철학을 바탕으로 그 정책을 비판하 모든 시민 단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건 안타깝습니다.

“백래시는 예외 없이 찾아온다”

1월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모임 ‘60+ 기후행동’ 창립식이 열리고 있다.

1월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모임 ‘60+ 기후행동’ 창립식이 열리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작금의 논쟁을 바라보는 윤 위원장 생각도 궁금했다. 그는 1997년 영국 서식스대학교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직을 맡았다. 1999년 ‘동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 위원장이 말한 ‘새천년’ 목표는 이랬다.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는 짧지만 민주화 경험과 역동성을 갖췄어요. ‘여성의 주류화’란 세계 여성계의 흐름에 맞춰 그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국내 문제를 세계적 관심사로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고요.”

지금은 누구나 페미니즘을 아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렇죠. 과거에는 소수 여성들만 주고받는 이야기였다면 이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말하는 주제가 됐어요. 좋은 변화지만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이 혐오와 대립, 정쟁 이슈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걱정입니다.

윤 위원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제가 처음 여성운동을 할 때는 ‘결혼 퇴직 각서제 철폐’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같은 문제가 이슈였어요. 여성이 사회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활동하려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를 하던 시기예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여성 문제도 많이 달라졌죠. 최근 벌어진 온라인 성 착취 사건과 여성 대상 ‘묻지 마 살인’ 등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우리 세대의 젠더 감각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깊이 파악하거나 해법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당면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봐요.”

일각에서 보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백래시(backlash·반동)로 볼 수 있을까요.

유럽에는 스킨헤드(극우민족주의자)가 있잖아요. 어느 사회든 어떤 주장이 급속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면 예외 없이 백래시가 찾아와요. 인종 문제든 젠더 문제든. 그런데 저는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젠더 문제를 너무 제로섬 문제, 서로 파이 빼앗아 먹기 식으로 보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소수자가 있잖아요. 빈곤에 빠진 고령층, 장애인, 성소수자…. 그런 사회적 마이너리티를 존중하는 세상이 됐으면 해요. 여성운동이 이들과 함께 가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reygreen #기후위기 #RE100 #페미니즘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뉴스1



여성동아 2022년 3월 6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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