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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우주에서 길을 찾는 여성 경영인 김연수 한컴 대표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10.21 11:02:45

1990년대 열에 아홉은 사용했던 소프트웨어 한글과컴퓨터는 2000년대 반복된 인수합병으로 잠시 길을 잃었다가 2010년 김상철 회장이 인수하면서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제 그의 딸 김연수 대표이사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한컴그룹은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9월 중순, 한컴그룹은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청사진을 공개했다. 경기 성남시 한컴타워에서 ‘우주·항공 사업 전략 발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 ‘세종 1호’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 이와 함께 인공위성, 드론, 완성형 초고해상도 센서 확보 후 세계 유일의 우주-항공-지상을 커버하는 영상 데이터 서비스 벨트를 구축하는 계획도 밝혔다. 한컴그룹은 이를 통해 독보적 영상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AI,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한컴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신사업 발굴 및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모두 발언은 8월 2일 부사장에서 승진한 김연수(38) 한컴그룹 대표이사가 맡았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2남 1녀 중 맏이인 김 대표는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연수 대표 취임 후 직원들은 가장 큰 변화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꼽았다. 김 대표는 비대면 ‘한컴 랜선-day’를 통해 한컴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누구나 익명 채팅을 통해 질문하면 현장에서 바로 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직급 없이 동료 간에 ‘님’으로 호칭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등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통해 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M&A 전략가인 부친 김상철 회장 빼닮은 실력파 여성 경영인

김연수 대표는 2007년 미국 보스턴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보스턴칼리지 대학원에서 금융학 석사, 뱁슨칼리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반도체 제조기업 ‘위지트’에 해외사업팀장으로 입사해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었다. 4년간 경력을 쌓은 후 소프트포럼(현 한컴위드) 투자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 한글과컴퓨터 이사로 입사해 실무를 익혔다. 이후 2016년 상무로 승진, 2019년 한컴그룹 투자전략실장을 거쳐 2020년 한컴그룹 운영실 실장 및 총괄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8월 김 대표는 변성준 대표이사(그룹운영총괄)와 함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로 승진했고, 한컴그룹 미래전략총괄로서 그룹의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M&A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쟁취해나갔다는 점에서 기존 오너 경영인들과 차별화된다. 이는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해온 김상철 회장의 경영 철학에도 부합한다. 김 대표는 한글과컴퓨터에서 해외 신사업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유학 시절 맺은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인수합병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사내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2010년 한컴그룹이 하나그린기업인수목적회사(SPAC)에 투자할 때 프로젝트를 주도했는데, 이 회사는 당시 게임 ‘애니팡’으로 알려진 선데이토즈와 합병 및 상장하면서 수백%의 수익률을 올려 회사 이익에 크게 기여했다.



김 대표는 한컴그룹이 국내외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M&A할 때에도 톡톡히 이름값을 했다. 2014년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MDS테크놀로지(현 한컴MDS), 2015년 모바일 포렌식 기업 지엠디시스템(현 한컴위드), 2017년 개인 안전장비 기업 산청(현 한컴라이프케어) 등의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우주·드론 전문기업 한컴인스페이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한컴프론티스, 토털 헬스케어 기업 케어링크 등 스타트업 인수와 지분 투자도 이끌어왔다. 또한 한컴그룹이 AWS(아마존 웹 서비스)와 협력해 해외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데도 일조했고, NHN, 네이버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과의 협력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모바일PDF 1위 기업이자 대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인 케이단 모바일(Kdan Mobile) 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등 다년간 한컴그룹의 클라우드 기반 확장을 추진해왔다.

김 대표는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하며 자력으로 성장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PDF 솔루션 회사 아이텍스트(iText) 그룹을 인수해 대표이사 및 의장을 맡았는데 3년 만에 회사 규모를 3배 이상 성장시켜 성공적인 매각을 주도한 것. 또한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아이텍스트 COO를 역임한 최형우 파트너 등과 함께 사모펀드 운용사 다토즈주식회사(이하 다토즈)를 설립해 반년 만에 운용액 8백억원을 넘기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다토즈는 설립과 동시에 우주·드론 전문기업 한컴인스페이스를 한컴그룹과 공동인수하며 첫 펀드를 시작했고, 업비트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에 7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높은 기관 의존도, 넘어야 할 산

10월 6일 개막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 & 블록체인 서울’에서 한컴프론티스 직원이 트레드밀 VR 시뮬레이터를 선보였다.

10월 6일 개막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 & 블록체인 서울’에서 한컴프론티스 직원이 트레드밀 VR 시뮬레이터를 선보였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한글과컴퓨터는 1990년 10월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동아리 모임에서 만난 이찬진, 김택진, 우원식 등이 1989년 4월에 개발한 ‘아래아한글 1.0’ 워드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설립한 회사다. 1983년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비교해도 성능이 뒤지지 않아 당시 국내 시장 점유율 90%에 달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사용됐다. 덕분에 1993년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로 매출액 1백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는 PC 운영체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로 바뀌면서 위기를 맞았다. 외환위기 때는 자금난을 겪으며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한글학회를 비롯한 사회단체가 국민 모금에 나서면서 기사회생했고, 창업주 이찬진 사장은 한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글과컴퓨터는 M&A의 대상으로 수차례 손바뀜이 있었고, 2010년 12월 김상철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포럼 컨소시엄이 아홉 번째 주인이 됐다. 당시 김 회장은 금호전기 영업본부장, 금호미터텍 대표이사를 거쳐 M&A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던 터라 회사 몸집을 키운 뒤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2011년부터 2019년 9월까지 한컴그룹의 대표로서 경영을 이끌었다.

김상철 회장 체제를 거쳐 김연수 대표에 이르기까지 한컴그룹은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회사 규모를 키워왔다. 김상철 회장이 실질적인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지분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 5월 김연수 대표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다토즈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HCIH를 통해 아버지 김상철 회장과 어머니 김정실 이사가 개인 명의로 보유한 한글과컴퓨터 주식 2백32만9천3백90주를 약 5백억원에 매수해 지분 9.4%를 확보한 것. 이로써 김 대표는 한컴그룹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부모가 보유한 지분을 증여나 상속이 아닌 지분 매입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확보해 재계 안팎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김 대표가 아직 한컴의 1대 주주로 올라서지 못한 것도 오너 경영 체제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한컴그룹은 한컴위드가 1대 주주이며, 김상철 회장이 15.77%, 김정실 대표이사가 3.92%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김 대표는 한컴위드 지분 9.07%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다토즈를 통해 김 회장 내외가 개인 보유한 장외주식을 인수한 방식으로 한컴위드 보유분을 확보하거나 두 회사를 M&A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컴그룹은 국내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주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도 회사의 고질적 한계로 지목된다. 국산이라는 이유로 MS오피스보다는 한컴오피스를 사용하는 기관이 많지만 해외 업무 빈도가 높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경우 MS오피스를 선호한다. 한컴오피스에서는 MS오피스를 열 수 있지만 반대로는 사용할 수 없어 MS오피스로 2중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한컴그룹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점도 김 대표의 숙제다. 이런 가운데 김연수 대표가 지난 8월 한컴그룹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력하고 있는 우주·항공 사업 진출과 클라우드 시장 확보 전략 등이 추후 어떤 성과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동아DB 
사진제공 한컴그룹



여성동아 2021년 11월 6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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