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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전문경영인으로서 열정 만랩,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8.11 10:30:01

국내 5백 대 기업 대표이사 가운데 여성은 9명에 불과하다. 이 중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오너가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는 독특한 인물. 우유업계 여전사로 불리는 그녀의 경영 스타일과 실적을 살펴봤다. 
저출산은 국가적 난제일뿐 아니라 연계 산업군에도 생사가 걸린 문제다. 우유, 분유, 치즈 등을 생산하는 우유업계가 대표적인데, 이들 산업군은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2010년을 전후로 위기에 직면했다. 흰 우유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3대 기업은 파이가 점점 작아지는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이익 없는 경쟁을 계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매일유업은 가장 먼저 대체 식품에 눈을 돌렸다. 흰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커피음료 시장은 점점 커지는 데 주목한 것. 이를 공략해 2013년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 사업부문을 분할해 비상장법인 ‘엠즈씨드’를 세우고, 2016년에는 2007년 출시한 ‘바리스타룰스’ 컵커피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16년 식물성 음료 ‘아몬드 브리즈’, 2018년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셀렉스’를 순차적으로 출시해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창사 50주년을 맞은 2019년에는 매일홀딩스 매출액 1조5천9백7억원으로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2014년부터 경영을 총괄한 김선희(57) 대표이사 사장이 있었다.


매일유업 창업주의 조카, 김정완 회장과는 사촌지간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

매일유업의 창업주는 1946년 월남한 고(故) 김복용 전 회장이다. 그는 서울 방산시장에서 담배 좌판을 벌여 마련한 사업 밑천으로 1964년 신극동제분을 설립했고, 1969년 정부와 공동으로 지분 50%씩을 투자해 출범한 ‘한국낙농가공주식회사’를 인수한 후 본격적으로 우유업계에 진출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1980년 회사명을 ‘매일유업주식회사’로 바꾸고 2006년 86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회장으로 재임했다. 이에 앞서 1997년 장남인 김정완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0년부터는 매일유업 대표이사 회장이자 2017년 분할된 매일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김선희 사장은 김복용 창업주와 함께 월남한 남동생의 딸로, 김정완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김 사장의 외할아버지는 설의식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다. 1922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설의식 씨는 1935년 편집국장에 올랐는데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일장기를 신문사진에서 지운 이른바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편집국장에서 물러났다.

김선희 사장은 매일유업 입사 이전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재원이다. 1988년 연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91년 미네소타대학교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귀국해 1995년 BNP파리바은행 한국지점, 1997년 크레디아그리콜은행 한국지점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이후 2005년 한국시티은행 신탁리스크 관리부장, 2007년 스위스 UBS인베스트먼트뱅크 신탁리스크관리부 이사를 거쳤다. 그녀는 MBA에서 재무를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13년 동안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녀가 매일유업에 합류한 것은 2009년. 재경본부 본부장(전무)으로 일을 시작했고, 2010년 재경본부장 부사장과 2011년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2014년1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김 사장의 합류 배경에는 김정완 회장의 요청이 있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및 남양유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던 차, 금융업계에서 재무통으로 인정받고 있던 사촌 동생 김선희 사장을 불러들였다는 후문이다. 김선희 사장은 취임 초 매일유업 주식 17주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성과급 형태로 매일유업 주식 0.09%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김선희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우유업계의 흐름을 빠르게 분석하고 기존 제품의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단순히 유제품 회사에 머무는 것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먼저 김 사장은 소비 감소로 남아도는 우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식품 박람회를 찾아 미래 먹거리를 알아보는 데 열중했다. 우유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멸균 유제품 라인업을 강화했고, 대리점 중심 영업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나갔다. 또 2014년에는 단백질은 많이 섭취하되 지방은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층을 공략해 우유의 지방 함량을 0%, 1%, 2%로 세분화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국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아몬드 음료 아몬드 브리즈도 그녀의 작품이다. 김 사장은 미국에서는 두유보다 아몬드 음료가 더 잘 팔리는 데 주목, 글로벌 아몬드 공급 기업 블루다이아몬드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100% 국내에서 생산한 아몬드 브리즈를 출시했다. 우유나 두유보다 덜 진하지만 더 고소한 맛의 아몬드 음료는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주로 하는 2030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크게 환영받았다.

유제품 이외에 김 사장이 주목한 시장은 커피와 성인 영양식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순간 세계에서 손꼽히는 커피 소비국으로 등극했을 정도로 커피가 일상화된 지 오래. 특히 커피음료 가운데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도 적지 않아 생산자 입장에서 유제품 대체판매상품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매일유업은 2003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한 바리스타 폴 바셋과 협력을 통해 브랜드 폴 바셋을 만들어 2009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처음 오픈하고 커피 전문점 사업에 진출했다. 9년 뒤 서울 서초동에 1백 호점을 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2020년 매출 7백3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김 사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은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다. 미국에서는 단백질 보충제가 일상화돼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더 친숙한 제품군이다. 매일유업은 중앙연구소 산하에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한 ‘매일사코페니아 연구소’를 따로 조직해 대학병원 등과 함께 3년간 연구한 끝에 2018년 셀렉스를 출시했다. ‘100세 시대 고령층을 공략한 영양식’이란 전략은 제대로 통했고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또한 소비층을 다각화해 코어프로틴(분말), 마시는 프로틴, 프로틴바, 스포츠, 슬림25, 밀크세라마이드(먹는 화장품) 등 6종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한 전략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셀렉스 매출은 약 5백억원에 이른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출시 3년 만에 다소 생소한 브랜드와 제품군을 시장에 안착시킨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족친화 경영으로 내부에서도 호평

탈플라스틱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한 김선희 사장(왼쪽 두 번째).

탈플라스틱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한 김선희 사장(왼쪽 두 번째).

실적도 실적이지만 매일유업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데 주력한 것도 회사 내외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초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장 취임 직후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들을 위해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출산 및 육아휴직도 남녀를 불문하고 적극 권장했다고. 매일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육아휴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원들이 많고, 그에 따른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그 덕에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근무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에는 (주)SK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현직 CEO가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성과 경력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주)SK 측의 설명이다.

현재 매일유업이 직면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우유업계의 판도를 보면 2019년 기준 서울우유협동조합이 1조7천2백45억원을 기록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매일유업이 2위(1조3천9백17억원), 3위 남양유업(9천4백89억원) 순이다. 하지만 남양유업 역시 우유 제품군 비중이 50%에 이르고 급식 시장에서는 서울우유협동조합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또한 남양유업의 경우 오너가 리스크 및 대리점 갑질 등으로 오너 사퇴 및 전문경영인 체제로 대대적인 혁신을 꾀하는 중이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 밖에 지난해 초 발발한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 등교수업이 전면 중지되면서 업계가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우유 제품군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발 빠른 신사업 확대로 생존 방안을 모색해 최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고, 신제품 및 기존 제품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면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뉴시스 
사진제공 매일유업



여성동아 2021년 8월 6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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