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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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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메가 인플루언서 마가렛 장은 어떻게 ‘보그차이나’ 최연소 수장이 되었나

글 정세영 기자

2021. 04. 29

낙원의 물빛처럼 신비로운 파란색 머리칼, 무심하게 툭 걸친 화려한 의상과 볼드한 블랙 아이라인. 반항기 서린 아이처럼 마냥 자유롭고 앳돼 보이는 젊은 여인이 세계적 패션 매거진 ‘보그 차이나’의 편집장 자리를 꿰찼다. 1995년생 중국계 호주인 마가렛 장의 이야기다.

패션 매거진 ‘보그’가 팔로어 1백20만 명을 보유한 26세의 인플루언서 마가렛 장을 편집장으로 선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가렛 장 전까지만 해도 ‘보그’ 편집장을 지낸 이들은 전형적인 에디터 코스를 밟아온 인물들이었다. 이전 편집장이자 ‘보그 차이나’를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안젤리카 청 역시 ‘엘르 차이나’ 에디터와 ‘마리끌레르 홍콩’ 편집장을 거쳐 ‘보그 차이나’까지 패션 매거진에서만 무려 15년을 지냈다. 안젤리카 청이 38세에 편집장으로 임명됐으니, 에디터 경험이 전무한 어린 인플루언서가 편집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마가렛 장의 아버지가 최대 주주라든가 어머니가 ‘보그’ 편집장을 지냈거나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다! 일각에서는 “다소 경험이 적은 최연소 편집장이 ‘보그 차이나’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그녀는 알고 보면 다양한 경험과 그 결실로 이루어진, 수만 가지 색으로 찬연하게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인물이다.

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미루어 패션을 전공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마가렛 장은 호주의 명문 국립대인 시드니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수재다. 3세 때부터 발레를 시작한 그녀는 솔로 공연 의상을 준비할 당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오리엔탈 무드의 발레복을 입기를 강요당했다.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며 발레복을 직접 만들어 입기로 결심하고 관련 자료를 서치하면서 패션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알려졌다. 발레가 그녀를 패션이라는 장르에 눈뜨게 해준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던 셈이다. 다양한 소재와 컬러를 유니크하게 매치한 발레복은 당시 함께 활동하던 댄서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며 ‘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조력자이자 정체성이 담긴 예술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대담한 패션의 소유자

떡잎부터 달랐던 될성부른 나무는 15세가 되자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쌓기 위해 ‘Shine by Three’라는 블로그를 개설한다. ‘Dump of Visual Stimuli(시각적 영감 더미)’라 일컬어지는 이 블로그에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여행, 뷰티 등 다양한 장르가 글로벌 패션 매거진에 나올 법한 사진들과 함께 포스팅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이 사진들 모두 마가렛 장이 직접 콘셉트를 짜고 셀프 타이머로 촬영해 완성했다는 것! 유능한 스타일리스트이자 포토그래퍼, 아트 크리에이터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아담한 체구, 까무잡잡한 피부 톤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대담한 스타일링과 당당한 애티튜드까지! 신선함과 독특함 그리고 프로패셔널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녀는 월 방문자 50만 명에 육박하는 핫 피플로 성장한다. 이를 계기로 호주와 태국의 ‘하퍼스 바자’, 일본 ‘나일론’과 ‘휘가로’ 등의 패션 매거진, ‘구찌’ ‘루이비통’ ‘디올’ ‘로레알’ 등의 패션 하우스와 함께 작업하며 MZ세대를 대표하는 ‘패션계 거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16년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안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블로그 속 만인을 사로잡은 마가렛 장의 스타일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판타지 같은 면모를 자랑한다. 트레이드마크인 블루 헤어는 한때 루비처럼 강렬한 레드 컬러였다가 진달래 같은 핑크를 입기도 하고, 반짝이는 금빛으로 물들기도 했다. 신비로운 색감으로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컬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유니콘 같은 미지의 존재를 만난 것처럼 흥미롭다. 반전은 화려한 헤어에 비해 메이크업은 최대한 내추럴하게 연출한다는 것. 맑고 깨끗한 피부가 돋보이게 베이스 메이크업은 최소한만 하고, 아이라인을 뾰족하게 그리거나 글로시한 아이섀도를 눈두덩에 넓게 펴 바르는 등의 포인트 메이크업을 즐긴다. 때론 짙은 컬러의 립스틱이나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스파클링 아이섀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베이스 메이크업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패션 역시 절대 뻔하지 않다. 정형화된 것을 질색하고 이색적이며 자극적인 것을 사랑하는 MZ세대를 사로잡을 과감한 믹스 매치를 즐기는 편. 주로 풍성한 볼륨이 돋보이는 드레시한 실루엣을 선보이는데, 보이시한 무드의 슈트에 볼드한 헤어밴드를 더하거나 셔츠를 뒤집어 활용하고, 플라워 모티프의 스타킹 위에 투박한 워커를 신는 등 쿨한 스타일링으로 자신만의 애티튜드를 만들어낸다. 또한 오버사이즈 재킷에 미니스커트를 매치하고, 플로럴 패턴 원피스에는 모노톤 재킷과 슈즈를 더하는 등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패턴과 컬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영리한 스타일링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속 가능한 미래와 다양성을 선보일 차세대 ‘보그 차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패션 미디어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팔로어 수’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매체는 지면보다 영상과 사진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가렛 장은 팔로어 1백만 명이 넘는 메가 인플루언서이자 기획, 제작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로, “뛰어난 콘텐츠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보그’의 비전”이라는 미국 ‘보그’의 편집장이자 글로벌 편집 디렉터 안나 윈투어의 의견에 가장 적합한 인물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안나 윈투어는 마가렛 장의 편집장 취임이 결정된 이후 ‘보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녀의 국제적인 경험과 멀티 플랫폼에 대한 탁월한 이해, 광범위한 관심사는 ‘보그 차이나’의 미래를 이끌어가기에 완벽하다”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마가렛 장은 “사람들은 가치와 의견을 공유하길 원한다”며“‘보그 차이나’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은 존경할 수 있고 혁신을 주도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답하며 차세대 ‘보그’가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가 편집장으로 취임한 이후 선보인 ‘보그 차이나’ 4월호의 커버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로 만든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보그 차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학과 기술의 협력을 통해 패션 산업은 환경을 보호하면서 놀라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패션의 중요성에 대해 열거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세계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자리에 올라 사회적 책임과 동시대의 가치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이라니! MZ세대에게 이토록 닮고 싶은 아이콘이 또 있을까?

문득 그녀가 이끌어갈 ‘보그 차이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재활용 세트는 예삿일이 될 것이고, 그보다 더 신선하고 참신한 시도로 패션 업계에 새로운 가치와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블로그 ‘Shine by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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