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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자기소개서

박선영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

2020. 10. 24

박선영의 우리 아이 큰 그릇으로 키우기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이자 태광실업 고문. 태광실업의 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영성에서 답을 얻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본성을 타고났으며, 영성회복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기업 컨설팅 노하우를 공유한다.


요즘 40~50대 중년 남성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용접 기술을 배운다고 합니다. 젊은이들 가운데는 외국에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 대학을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에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부모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만의 무기가 없으면 세상 살기가 어렵기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라고 권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제 살길을 찾을 수 있는 바탕을 만들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그것도 아니면 내 자식에게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며 외면하고 계십니까? 

대학 진학, 이르면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는 ‘나’라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기소개서가 다양한 활동이나 경험 등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대학 입학과 관련된 활동으로 채워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뿐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대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 어릴 때 경험하는 각종 체험, 여행이라는 것도 부모의 철저한 계획과 보호 아래서 이루어집니다. 넘어진다, 위험하다, 조심해라… 얼마나 많은 장벽을 세우고 아이들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있는지 부모들은 인식이나 하겠습니까? 

학창 시절은 전체 인생의 극히 짧은 시기지만 가장 에너지 왕성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중요한 때입니다. 또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인생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이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버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본인들이 생각하고 경험을 기술하는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도 자기소개서를 쓸 때 ‘엄친자모(嚴親慈母)’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똑같은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단 ‘엄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라는 말로, 한자에서 한글로 표현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어머니와 무관심한 아버지’가 더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지금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은 외길과 같은 Line(선)을 그어놓고 그 길로만 가라고 하는 형국입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잔소리하고 다그치는 꼴입니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자식들은 아프고 부모는 실망하는 게 당연합니다. 

Line이 아니라 Lane(길, 항로)을 만들어놓고 아이와 부모 모두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너른 울안에서 작은 일이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경험하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기술경시대회에서 우승을 한 고등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 너무 즐거운데, 가장 어려운 점은 어머니의 반대”라고요. 자기소개서라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긴 하지만 내 인생과 동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모습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 자기소개서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자기소개서가 되어야 합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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