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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몸신’의 장수 MC 정은아

“하루 15분의 실천으로 건강 지켜요”

글 김지은

입력 2020.09.22 10:30:01

채널A의 건강 정보 예능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매주 화요일 오후 9시 50분)가 300회를 맞았다. 진행자 정은아에게도 지난 6년의 무게와 의미는 사뭇 크고 진지하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에게 ‘나는 몸신이다’와 함께한 지난 시간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은아(55) 아나운서는 오랜만의 인터뷰에 무척 신이 나 있었다. 6년 전 처음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을 때의 기억에 대해 묻자 순식간에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왔다. 첫 질문이 무엇이었든 그랬을 것만 같았다. 정은아는 정말로 ‘나는 몸신이다(이하 ‘몸신’)’에 홀릭해 있었다. 


방송가 어벤저스와 함께한 6년

인터뷰마다 했던 이야기를 지겹도록 하고 또 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 직장생활 7년 만에 용감하게 프리랜서로 독립을 선언하고 나왔을 무렵엔 특히 그랬다. ‘1세대 프리랜스 아나운서’라는 프레임에 갇혀 뻔한 인터뷰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졌고, 언제부턴가 인터뷰 제의가 들어와도 선뜻 응하는 일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정은아가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인 채널A ‘몸신’ 제작진은 자칭 타칭 대한민국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방송계의 어벤저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껏 만나본 팀 중에서도 최고다.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가장 믿음직한 원동력은 제작진이에요. 제가 만난 어떤 팀보다 팀워크가 좋고, 열정적인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그저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사람이어서 눈에 띄는 것일 뿐이죠.” 

사실 2014년 말 김진 PD가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제의했을 때만 해도 그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MBC ‘21세기 위원회’ ‘칭찬합시다’, KBS ‘비타민’ ‘스펀지’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정보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한 자신을 메인 MC 자리에 앉히고자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자신했던 것이다.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대뜸 그랬죠. ‘제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는데, 자신 있으신가요?’ 하하. 지금 생각하면 내가 뭐라고,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처음엔 “정은아 아나운서는 건강에 관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분”이라는 김 PD의 말처럼 프로그램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오랜 세월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쌓아온 자신의 노하우일 것이라 생각했다. ‘정은아’라는 이름 석 자를 간판으로 내걸어도 부끄럽지 않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욕심도 부렸다. 하지만 매번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은 오히려 그 자신이었다. 지난 6년간 ‘몸신’ 제작진과 함께하며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겸손이었다. 한 편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해외 논문까지 뒤져가며 열과 성을 다하는 제작진의 모습에 전문가인 의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떨 땐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도 않은 해외 논문들을 제작진이 먼저 찾아와 의사 선생님들께 물어보곤 해요. 선생님들은 제작진이 가져온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보셔야 할 정도니, 덕분에 그분들도 공부를 더 많이 하실 수밖에요. 사실 오한진(가정의학과 전문의)·임경숙(임상영양학 박사) 선생님은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권위자들이거든요. 그런데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늘 열린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나눠주려 애쓰시죠. 이런 과정들이 너무 열정적이고 애정이 넘치셔서 모두가 서로에게 겸손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한 줄의 정보를 전하더라도 정확한 것을, 그리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생각은 신기하게도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의 바람이자 목표이기도 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은 프로그램 장수의 비결이 되었다. 


일과 삶은 분리되지 않는다

한때는 일과 생활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싶어 선을 긋고 벽을 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건 과거의 수많은 정은아들이었다. 무엇을 먹고 마시고 무슨 운동을 하고 또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가는가가 자신의 삶을, 그리고 일상의 자신과 분리될 수 없는 ‘아나운서 정은아’를 만들어왔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파트너십 이상으로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가’ 그 결과가 방송을 통해 보이는 거더라고요. 어찌 보면 공과 사가 절대 분리될 수 없는 직업인 거죠. 그래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켜나가는 게 정말 중요해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요. 지금 제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을 담당하고 있는 스태프는 모두 가족이자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동료 이상의 끈끈한 무언가가 있죠.”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의 그는 늘 혼자 달리기에 지쳐 있는 외로운 마라토너였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누군가 곁에서 든든한 러닝메이트가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겨를이 없었다. 나이가 들고 좋아진 건 그런 것들이다. 이제는 친구 정은아 혹은 가족으로서의 정은아라는 존재가, 그리고 방송인 정은아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것이 여전히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의 곁에서 함께 달려준 친구, 가족, 동료들에게 무한한 애정이 샘솟는 이유다. 


장래 희망은 호기심 많은 할머니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몸신’ 팀과 함께 맞은 300회가 무엇보다 뜻깊다는 정은아.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몸신’ 팀과 함께 맞은 300회가 무엇보다 뜻깊다는 정은아.

이제는 쉰을 훌쩍 넘긴 중년의 나이, 누가 뭐래도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름 앞에 달리는 ‘노련함’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노련함이란 건 좋은 단어가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무엇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롭지 않고, 표현도 진부해질 수 있으니까요. 편하고 익숙한 것에 젖어 있기보다 약간은 불편하고 낯선, 그런 긴장감이 좋아요.” 

중요한 건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늘 다니던 길도 돌아서 가보고 늘 만나던 사람 외에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도 만들어보는 것, 그것은 인생을 늘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활력소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제외하곤 늘 새로운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에 열심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어와 중국어 공부를 하며, 기타와 키보드 레슨을 받는 것도 익숙함보다는 새로운 것으로 자신을 채워나가고픈 바람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주 새롭게 접한 정보를 직접 실천해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일은 일상이 늘 신선할 수밖에 없는 비결이다. 지금까지 300 회를 진행했으니, 적어도 300가지의 새로운 실천을 해낸 셈이기도 하다. 

“저는 아직도 인생이 너무 재미있어요. 어쩌면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들에 대해 생각이 열려 있어 그럴 거예요.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난생처음 접하게 되는 식재료들도 많은데, 저는 그런 것들을 시도해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처음 접하는 음식을 꺼리기도 하고, 맛이 이상하다고도 하는데 전 새로운 맛이면 다 맛있더라고요. ‘맛있다’라는 말 속에는 ‘재미있다’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거잖아요. 아마 나이가 더 들면, 여전히 호기심 많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예요(웃음).” 

학구적이고, 무엇에든 열정적이며, 하나라도 들은 게 있으면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못 견디는 ‘호기심 천국’의 그는 그렇게 다져지고 만들어져서 오늘의 방송인 정은아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 하루에 한 번은 꼭 걷기,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정보 중 한 가지는 꼭 실천해보기, 아침은 집에서 원하는 식재료로 해 먹기, 채소 꼭 먹기, 잠자는 시간만큼은 꼭 지키기, 책을 읽고 북클럽에 꼬박꼬박 참여하기 등 작지만 소소한 일상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삶에 적용해나가는 것은 내일의 정은아를 위한 오늘의 소중한 실천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가령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나 무엇이든 과한 것들. 젊었을 때는 그런 것들이 몸을 유지하는 데 크게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있으니 스스로를 절제하고 조절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냉장고가 텅 빈 것도 ‘몸신’을 진행하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다. 그때그때 필요한 먹거리만 온라인으로 주문해 채소 위주의 생식을 하는 식이다. 특히 프로그램에 소개할 식재료들은 꼭 한 번씩은 먹어보고 카메라 앞에 선다. 

“예전에는 요리하는 것도 즐기고,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음식을 직접 다 해 먹었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좋은 먹거리에 대해 배우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가령 ‘몸신’에서 소개해 유명해진 ‘abc주스’나 ‘오토파지주스’ 같은 것들요. 실제로 일주일만 해보아도 몸이 가벼워지고 독소가 많이 빠져나간 걸 느낄 수 있어요. 조금 안타까운 건 이렇게 방송에 소개가 되면 관련 식재료 가격이 갑자기 뛴다는 거예요.” 

오토파지주스는 물 350ml, 케일 75g, 단호박 100g, 연근 75g, 아몬드 7알을 믹서에 넣고 갈아 한 번에 마시는 해독 주스의 일종이다. abc주스는 사과, 당근, 비트를 1:1:0.3의 비율로 믹서에 넣고 물 200ml를 부어 갈아 마시는 것으로, 이제는 인터넷만 찾아봐도 간증에 가까운 후기가 쏟아지는 범국민적 다이어트 해독 주스가 되었다. 


인생을 바꾸는 하루 15분의 실천

‘몸신’ 방송에 소개된 해독 주스의 일종인 
‘오토파지주스’. 정은아와 남편이 함께 먹고 효과를 봤다.

‘몸신’ 방송에 소개된 해독 주스의 일종인 ‘오토파지주스’. 정은아와 남편이 함께 먹고 효과를 봤다.

“오토파지주스는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은데 입맛에 따라선 먹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지라 방송 전 남편에게 권했더니 질색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고 나선 달라졌어요. ‘그 주스 만들어달라’며 먼저 찾을 정도로요. 저와 제 남편은 그 주스 덕을 톡톡히 보았죠.” 

그가 정한 나름의 원칙은 촬영 전까지 ‘하루 딱 15분씩만 해보자’는 것이다. 대본이 나오면, 운동이든 먹거리든 새롭게 접한 정보 중 적어도 한 가지는 꼭 몸소 실천해보고서야 카메라 앞에 선다. 그것은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는 일이자 스스로의 삶을 건강하고 활력있게 이어나가는 그만의 해법이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정말 놀라웠던 에피소드 중 하나가 계단 오르기 미션이었어요. ‘몸신’의 차별점 중 하나가 실제 체험단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내용을 실행해보고 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거든요. 약 3주간 진행된 테스트였는데, 처음엔 계단 5층도 올라가기 힘들어하던 분들이 매일 꾸준히 계단 오르기를 해서 결국 3주 뒤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백27층까지 걸어서 올라간 거예요. 단지 체력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그사이 허리 사이즈가 바뀌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많이 낮아져서 몸이 완전히 바뀌게 된 거죠.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을 바꾸는 데 대단한 노력이나 엄청난 실천이 필요한 건 아닌 듯해요. 오히려 사소한 것 하나를 버리고 좋은 것 하나를 새로 해나가기가 어려운 거죠.”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몇 해 전 생활 습관을 바꿔 건강해진 사례로 나왔던 출연자가 다시 처음과 비슷한 몸 상태로 스튜디오를 찾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유전적인 영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고 토로한다.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말 기본적인 것들조차 내 것으로 만들어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인간에게는 사소한 변화에도 노력이 필요한 법. 


이전의 정은아는 없다

“그래서 저는 자기 몸을 바꾸는 사람을 신뢰해요. 건강한 몸에서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 몸을 바꾸는 것은 나의 멘탈을 건강하고 균형 있게 세우는 것이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요.” 

자기 몸을 바꾼다는 건 스스로의 변화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렵지만, 때로는 그것이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를 리셋해야 하는 순간과도 맞닿아 있다. 나이 50을 넘기면서 그에게도 그런 시기가 찾아왔다.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고, 운동을 해도 예전만큼 근육이 붙지 않았다. 생활의 리듬을 찾기가 어려워 마음에 불안이 드리워진 적도 있다.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활력 넘치던, 근력이 충분하고 대사량이 높던, 무언가 한 번 보면 꼼꼼하게 다 잘 기억하던 그런 정은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를 새로운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누군가 저 같은 사람은 ‘자기가 대형차인 줄 알고 살아가는 소형차’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희한하게 통증도 잘 못 느끼고, 소화가 안 되거나 그런 적도 손에 꼽을 정도라 저는 항상 건강 체질이라 믿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그렇게 좋지만도 않아요. 하고 싶은 게 많고 그만큼 열의도 크지만 내 몸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늘 과사용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뜻일 거예요. 이제는 조금 더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내 몸이 가진 한계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여전히 호기심 충만하지만 스스로의 변화를 인정할 줄 알게 된 중년의 정은아는 사소한 약속이나 해야 할 작은 일 한 가지도 모두 메모해두고, 건강을 위해 꼬박꼬박 정기검진도 챙겨 받으며, 모든 일에 욕심 부리지 않고 에너지를 적절히 나눠 쓸 줄 아는 새로운 자아가 생겨났다. ‘몸신’은 이런 시간들을 잘 견디게 해준 고마운 인연이다. 

“몸을 놓지 말고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의 몸은 항상 정신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몸에 대한 도전은 스스로의 멘탈을 건강하게 바로잡는 지적인 도전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영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채널A ‘나는 몸신이다’ 방송화면 캡처



여성동아 2020년 10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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