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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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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돈이 일하게 하라

글 정혜연 기자

2020. 08. 11

대한민국 거의 모든 부모가 자녀가 잘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에는 공부만 잘하면 인생이 바뀌었다. 그런데 요즘은 명문대를 나와도 취직이 쉽지 않고, 어렵사리 전문직에 종사하게 돼도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아직 많은 학부모가 수입의 대부분을 사교육에 쏟아 붓고 있다. 일단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존 리(62)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이런 시각을 가진 부모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지금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자녀의 사교육에 집착했다가는 불행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경고한 것. 또 자녀가 어릴 때부터 돈과 친해지게끔 금융 교육을 시키고, 일찍 주식 혹은 펀드에 투자해 경제 독립을 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 리 대표가 이런 조언을 한 데는 그가 남다른 길을 걸어온 탓도 있다. 1980년대 초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그는 미국에서 성공한 누나를 보고 과감하게 자퇴한 뒤 뉴욕대 회계학과에 들어갔다. 졸업 후 회계사로 일하다가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에 펀드매니저로 전직, 1991년부터 15년간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코리아펀드는 상장 초기 6백억원 규모였으나 20년 만에 1조5천억원 규모로 급성장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5년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로 자리를 옮긴 존 리 대표는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14년 한국에 돌아와 현재까지 메리츠자산운용에서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월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 날려

미국에서 돈의 흐름과 기업의 성장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그 속에서 부를 일군 존 리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 사교육비 연간 30조원 지출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생활과 투자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국인들이 많았기 때문. 존 리 대표를 만나 그가 부를 축적한 방식과 금융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방송에서 경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모습이 상당히 화제가 됐어요. 

우리나라가 심각한 금융 문맹국이기 때문이죠. 일본은 1980년대 초 전 세계를 위협할 정도의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어요. 그런데 40년이 흐른 지금, 경제 소국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더 그럴 거예요. 종신고용을 신봉하고 돈이 일하게 하는 방법을 활용하지 못했거든요. 반면 미국은 401(K)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 직장인들의 수입 일부를 주식 시장에 장기 투자하게끔 유도했어요. 그 자금이 새로운 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을 가능케 했죠. 궁극적으로 국민들은 노후 준비를, 미국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죠. 놀랍게도 한국은 침몰하는 일본의 케이스를 더 나쁘게 따라가고 있어요. 자녀들 사교육비로 한 달에 1백만~2백만원씩 지출하면서 정작 중요한 경제 교육은 시키지 않아요. 남편 퇴직금까지 깨서 교육을 시키고 남편은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 시험을 보러 가요. 공부를 많이 시키면 커서 부자가 되리라 막연하게 생각하고 최악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죠. 지금부터라도 자녀들에게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알려줘야 합니다.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부자가 되는 법’이란 무엇인가요. 

자녀들이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돈이 일하게 하는 원리’를 깨닫도록 가르쳐야 해요. 한국의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가 커서 기업에 들어가게 하려고 교육시켜요. 그런데 월급쟁이들은 회사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일하죠. 자녀를 월급에만 의존하는 노동자에 머무르게 할 건가요. 아니면 투자를 통해 자본이 효과적으로 일하게 하는 자본가가 되게 할 건가요. 유대인들은 자녀가 12~13세에 성년식을 맞으면 가족들이 소액을 선물하고, 그 돈으로 주식 혹은 펀드에 투자하도록 해요. 훗날 그 돈이 쌓였을 때는 자기 회사를 차려 자립하게끔 교육하죠.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기업을 소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예요. 부자가 되려면 나 대신 자본이 일하게 해야 해요. 

그럼 자녀가 어릴 때부터 주식 투자를 하게끔 가르쳐야 하나요.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직접 투자하기 어렵다면 펀드에 가입해도 되죠.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가 나름대로 연구해서 인생 첫 번째 주식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테슬라 같은 회사에 대해 살펴보는 거죠. 누가 어떻게 세웠고, 어떤 차를 만들며, 앞으로 어떤 운영 계획을 갖고 있는지 얘기한 뒤 아이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주식을 사주는 거예요. 자녀가 게임을 좋아한다면 게임 회사 주식을 사주는 것도 좋고요. 많은 유대인들이 부자가 된 이유는 부모와 자녀가 이런 식의 대화를 끊임없이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부모 자식 간에 대화하기보다는 막대한 돈을 학원에 쓰며 거기서 배워오라고 하청을 주죠.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부모와 자녀가 유망하다고 보는 종목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하나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도 젊은 시절 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그가 지금 소유한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원래 섬유 제조 회사였어요. 버핏이 초창기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고, 보험 사업에 진출한 뒤 섬유 사업은 접게 됐죠. 투자 실패도 값진 자산이에요. 아이들에게 관심 기업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만약 신념이 있다면 믿고 투자해보게 하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죠. 


존 리 대표가 
최근 각종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금융 철학을 솔직하게 말해 화제가 됐다.

존 리 대표가 최근 각종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금융 철학을 솔직하게 말해 화제가 됐다.

과거 삼성전자, SK텔레콤 주식에 투자해 많은 차익을 얻었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이 그런 안목을 가지게 하려면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요. 

많이 놀게 하고, 상상력도 키우게끔 해야 해요. 앞으로의 미래는 아이들이 만들어가게 됩니다. 1990년대 초 SK텔레콤에 투자할 당시 휴대전화가 없었는데 저는 향후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1인당 1대씩 가지게 될 거라 예상했고, 전국적으로 통신망이 갖춰질 거라 내다봤어요. 그때 SK텔레콤 주식을 주당 3만~4만원에 샀고 9년 뒤 4백40만원에 팔았어요.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1인당 2대씩 갖고 있는 걸 보고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죠. 이러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는 눈은 사교육을 통해 길러지지 않아요. 놀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부모가 같이 끊임없이 대화하며 세상을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해요. 

장기 투자를 강조하시는데 몇 년 정도 보유하는 게 적당한가요. 

주식을 살 때는 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특히 아이들의 경우 지금 투자하면 적어도 30년 후에 찾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죠. 경제 방송을 보면 ‘오늘의 주식 투자 전략’ 같은 걸 알려주고 온라인 사이트에선 ‘주식 투자로 6개월만에 1억원 벌기’ 등 온갖 전략을 쏟아내는데, 말도 안된다고 봐요. 그렇게 단기간 고수익을 얻으려는 건 갬블링과 다름없어요.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해요. 고수익을 얻는 투자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빚내지 말고 여유 자금으로 꾸준히 장기 투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어요. 

그래도 팔아야 할 때가 있을 텐데요. 

주식을 처분하는 예외적인 상황은 3가지예요. 첫째로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비가 많이 필요하다면 팔아야죠. 두 번째는 지금 투자한 기업보다 더 좋은 기업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처분하고 그쪽에 투자해야겠죠. 여유 자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세상이 변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자면 과거에는 내연기관 차량이 대세였으나 지금은 전기차로 시대 흐름이 바뀌고 있어요. 앞으로 엔진 관련 기업들은 좋지 않을 거예요. 그쪽으로 투자했다면 매각을 고려할 수도 있겠죠. 이외에는 한번 매입한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히 10% 수익을 얻자고 투자하는 건 아니잖아요. 20년 후에 20배 벌어들일 것을 생각하고 장기 투자하길 바라요.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시점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요즘은 코스피 지수가 2200선을 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데 위험한 건 아닐까요. 

주식을 매입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란 없습니다. 오늘도 사고 내일도 살 건데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는 주가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죠. 대부분 사람들이 주식을 사자마자 팔 궁리부터 하는데 장기 투자를 하다 보면 100주가 1000주가 되고, 평가금은 5억에서 50억이 되는 순간이 와요. 지금이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식이라면 매입하면 되는 거예요. 

부동산과 주식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나요. 

부동산은 30% 정도, 나머지는 주식과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게 좋겠죠. 일본의 부동산도 지나치게 올랐다가 80%가량 거품이 빠지면서 크게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반드시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죠. 월세가 아까워서라고 말하는데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도 똑같이 아까운 거 아닌가요.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월세가 싼 편이에요.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나은지,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이 나은지 계산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주식에 투자하면 기업이 돈을 벌어주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아요. 

대표님의 시각은 일반적인 한국인의 시각과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의 투자 경험 때문일까요. 

그렇죠. 유학 갈 당시에는 큰누나가 학비를 대줄 거라 믿었어요(웃음). 그런데 전혀 대주지 않았고, 그때 스스로 학비를 벌면서 돈의 가치와 미국의 선진적인 자본 시스템에 대해 배우게 됐어요. 제가 살던 동네의 유대인들은 정말 부자였는데 ‘저들은 어떻게 잘살까’ 궁리를 많이 했고, 돈에 대한 생각과 경험이 다르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렇게 배운 걸 실천하며 돈을 벌었고, 한국에 와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와보니 한국은 미국과 모든 게 반대더라고요. 노후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주식이라고 하면 단타 매매로 접근하는 이가 대다수였어요. ‘진짜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아서 참 안타까웠어요. 

귀국 후 6년 동안 강의와 방송 출연 등으로 투자 교육을 많이 해왔는데 사람들 생각 이 바뀐 걸 체감하나요. 

제가 조언한 대로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가 강의를 듣고 생각이 바뀌어 투자하며 변했다” “자동차를 팔아 노후를 위해 투자를 시작했다” “사교육을 끊고 그 돈으로 자식이 원하는 주식에 투자하게 해 가족 관계가 좋아졌다” 등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어요.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월급의 10% 혹은 여유 자금을 투자하면서 점점 확신을 갖게 된 거죠.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해요. 여전히 “주식 투자하면 망한다”는 사람이 많거든요. 해외에 나가면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회사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정작 주식은 왜 사지 말라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아직도 투자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주식 혹은 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노후 준비를 하는 건 불가능해요. 지금이라도 당장 60세 이후에 찾겠다고 생각하고 월급의 10%를 꾸준히 투자하길 바라요. 아이들에게도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도록 해주고, 사교육시킬 돈으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게 하세요. 그러면 짧게는 10년 후에 아이들이 부자가 되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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