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제2회 슈퍼 엘리트모델 대회에서 베스트 포즈상을 받으며 데뷔한 홍진경은 ‘기쁜 우리 토요일’ 속 인기 코너 ‘영자의 전성시대’의 버스 안내양 캐릭터를 시작으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라디오에서 활약해왔다. 사업가로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데, 김치 생산·판매로 시작한 식품 사업 ‘홍진경 더김치’가 벌써 15년째다.
지난 2003년 다섯 살 연상의 사업가 김정우 씨와 6년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그는 2010년 딸 라엘을 낳았다. 홍진경과 남편의 첫 만남은 무척 특별했다. 남편을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첫 만남에 키스를 했으나 남편이 도망갔던 것. 이후 3개월간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부으며 남편을 당황케 했다고 한다. 연애 당시에는 남편을 너무 좋아해 불안한 나머지 남편의 살을 찌웠고, 몸무게 70kg이었던 남편은 급기야 100kg까지 나갔었다.
쇼윈도 부부? 윈도 부부!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의 MC 5인방. 이상아, 홍진경, 최화정, 이용진. 양재진(왼쪽부터).
시트콤 같은 부부 생활을 개그 소재로 삼았던 홍진경은 이제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즘 남편과 사이가 안 좋다”며 “다른 가정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한 사람과 오래 산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전하기도 한다.
“그동안 예능에서 어린 시절 남편을 쫓아다녔다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왔어요. 20년 가까이 된 결혼 생활이나 ‘엄마 홍진경’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았고요. 가족 프로그램에 출연해본 적도 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요즘 저희는 ‘쇼윈도 부부’까지는 아니고 ‘윈도 부부’예요.”
뜨거운 ‘에로’는 사라지고 ‘웬수’와 사는 ‘애로’만 남은 부부들을 위한 토크쇼 ‘애로부부’에 그는 방송인 최화정·배우 이상아·개그맨 이용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과 함께 MC로 출연한다. 위기를 겪는 부부들의 사연을 담은 VCR 두 편을 보고 MC들이 각자 자신이 느낀 점을 말하고, 남편과 아내 중 누구 편을 들지 투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솔직히 방송 내용은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에요. 저도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부가 저 지경까지 갈 수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그러면서 ‘저렇게 사는 분들도 있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위로받기도 하고요. 프로그램을 통해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부의 세계, 갈등과 다툼을 구분해야
그렇다면 홍진경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뜻밖에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남편에게 늘 말해요. ‘대문은 열려 있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요. 결혼과 동시에 대문이 닫힌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의무만 남게 되고 답답해져요. ‘결혼했으니까, 내가 아이 엄마니까 이혼하면 안 돼’라기보다는 ‘얼마든지 저 문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왔어요. 다만 문제가 생겨도 지금 당장 뛰쳐나가기보다는 열린 문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하려고 노력했고요.”
홍진경은 부부 생활을 원만히 해나갈 수 있는 비결로 다툼과 갈등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다 큰 성인인데 뭐 그렇게 싸울 일이 있고, 서로에게 잘못하겠어요. 갈등과 다툼을 싸움으로 ‘퉁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들이 디테일하게 나눠져야 해요. 저희 부부는 서로에게 크게 잘못해서 싸움이 난 적은 없어요. 그저 매 순간 차이에서 오는 감정이 있는 거죠. 나와 맞지 않는 점으로 인해 실망감과 섭섭함을 느낄 뿐이에요. 그걸 싸움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없다고 봐요. 매 순간 차이를 느끼고 그 차이에 대해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계속 서로 알아오고 있어요.”
“부부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홍진경은 이렇게 답했다.
“부부란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합이에요. 좋아하면 같이 살면 되니, 굳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흔히 기혼자들은 결혼의 이유로 ‘정서적 안정’을 꼽는데, 그건 부부 관계가 아니라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이야기를 듣던 최화정이 옆에서 “너 혜택 받잖아. 네 남편 부자잖아”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혼 당시 홍진경의 남편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스키 숍을 운영했고, 그의 부모도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바 있다.
‘애로부부’ MC들에게 듣는 ‘현실 속 부부의 세계’
미혼이지만 프로 연애상담러
방송인 최화정

결혼 2년 차 풋풋한 신혼!
개그맨 이용진

결혼·이혼 두루 거친 인생 선배
배우 이상아

부부 심리를 꿰뚫는 전문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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