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이 있는 가게는 저마다 비장의 카드가 있다. 서울시는 한 번 방문한 손님을 다시, 그리고 또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저력 있는 가게를 선별해 ‘오래가게’로 지정했다. 서울에서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가 전통을 계승한 가게 중 서비스가 우수한 곳이 선정 대상이다. 2017년 39곳이 선정된 이래 현재까지 85곳의 오래가게가 운영 중이다.
단골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가게였지만 최근 분위기는 예년과 같지 않다. 코로나19가 미치는 불황은 오래가게까지 덮쳤다. 레코드점이나 표구사 같이 마니아층이 형성된 업종은 물론 카페 같이 대중적인 매장까지 예외는 없었다. 매일같이 방문해 익숙했던 면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사장들의 시름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가게 카페들을 직접 찾아가봤다.
가무
“지금은 4층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카페 가무 최경용(57) 사장의 말이다. 가무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1972년부터 자리를 지켜왔다. 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동을 대표하는 카페로 최씨는 스무 살 때 가무에서 일하기 시작해 결국 가게를 인수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이지만 가무의 손님은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 고객이 대다수다. 젊었을 때 가무를 방문했던 손님들이 카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선우(고경표)와 보라(류혜영)의 재회 장소로 등장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 사장은 “드라마는 실제 가무가 아닌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귀띔했다.
6월 24일 오후 1시가 넘어서 방문한 가무는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1시간 여 동안의 시간 동안 2층부터 4층까지를 자리를 채운 사람은 14명뿐이었다. 최 사장은 “뉴스를 보면 코로나19로 자영업 매출이 20~30% 줄었다는 소식을 접하는데 다른 세계 이야기인가 싶었다. 여기는 90% 정도 손님이 줄었다. 예전에는 이 시간에 빈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무의 대표 메뉴는 비엔나커피. 부드러운 크림에 계핏가루가 올라간 가무 비엔나커피는 유독 첫 맛이 달다. 최 사장은 “곡물가루를 넣다보니 커피에서 단맛이 난다”며 맛의 비결을 설명했다. 이 단맛 때문에 간혹 웃지 못 할 일도 생긴다. 비엔나커피의 달콤한 맛을 기억하고 다시 가무를 찾은 손님이 메뉴를 혼동해 비슷하게 계핏가루가 올라간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일이 그것. 주문한 커피가 달지 않자 “왜 맛이 바뀌었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커피를 착각해서 그런 것이라 설명해도 멋쩍은 탓인지 대부분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손님과의 크고 작은 다툼도 그립기만 하다. 최 사장은 “거리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가게는 물론 명동 자체가 썰렁하다”고 말했다. 이날 가무가 들어선 골목에만 3곳의 매장이 휴업상태였다. 점포를 내놓은 상점도 5곳에 달했다.
ADD 서울 중구 명동4길 16
OPEN 매일 오전 11시~오후 11시(명절 휴무)
MENU 비엔나커피 6천원
을지다방
“서울 구로구콜센터 집단 확진 뉴스가 보도된 날이죠. 그날 쌍화차 2잔을 팔았습니다.”
을지다방 박옥분(63) 사장에게 가장 어려웠던 날을 묻자 들려온 답이다. 박 사장은 1985년부터 서울 중구에서 을지다방을 운영했다. 그새 을지다방은 아래층의 을지면옥과 더불어 인근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을지다방의 아성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절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을지다방의 대표메뉴는 쌍화차. 대추와 잣 등의 곡물 가운데 달걀노른자가 슬며시 떠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쌍화차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코팅’이라 불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숟가락을 이용해 노른자를 쌍화차 곳곳에 밀어 넣는 것. 이 과정을 거치면서 노른자 표면이 살짝 익는 한편 쌍화차도 마시기 좋게 식는다. 계란을 먹은 후 숟가락으로 쌍화차를 떠먹으면 고소한 곡물 사이로 달콤쌉싸름한 맛이 전해진다.
을지다방의 손님 중에는 유독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여러 관광 정보지에 관광코스로 소개된 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다방도 점차 한산해졌다. 구로콜센터 등 코로나19 집단 확진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고객들도 점차 가게를 떠나기 시작했다. 6월 24일 오후 3시 10개의 테이블 중 1곳에만 손님이 앉아있었다. 그마저도 1명이다. 박 사장은 “3월 이후로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 장년층일수록 특히나 거리두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주요 고객층도 젊은 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을지다방은 지하철 을지로3가역 5번 출구를 나서면 바로 보인다. 올여름 을지면옥에서 시원한 냉면을 먹은 후 을지다방에 들러 따뜻한 쌍화차로 입가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ADD 서울 중구 충무로 72-1
OPEN 평일 오전 7시~오후 21시 토 오전 7시~오후 20시(일요일 휴무)
MENU 쌍화차 5천원
터방내
“서울은 3·4월보다 5·6월이 더 어려웠어요.”
터방내 조국현(63) 사장의 말이다. 대구 등 여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던 3·4월과 달리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조 사장은 “연 초와 비교해서 3·4월에 매출이 30% 가량 줄었는데 5월이 되자 45%로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카페 터방내는 1983년 개업한 후 지금껏 80년대 카페 분위기를 보존하고 있다. 중앙대 인근에 위치한 덕분에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학생시절 터방내를 찾은 대학생이 중앙대 교수가 돼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조 사장은 “학생일 때는 말을 편하게 했는데 교수가 돼 제자들과 방문하니 괜스레 정중히 말하게 되더라”며 멋쩍어했다. 카페를 가득 채우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최근 들어 줄었다. 코로나19로 대학가에서 사이버강의를 진행하면서 손님은 더욱 줄었다.
터방내의 대표 메뉴는 ‘카페로얄’. 꼬냑으로 적신 각설탕에 불을 붙인 후 이를 원두커피에 타서 먹는 음료다. 나폴레옹이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첫맛은 단맛이 끝맛은 신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80년대 분위기를 비추는 주황빛 조명 아래서 술인지 커피인지 헷갈릴 카페로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ADD 서울 동작구 흑석로 101-7
OPEN 월~토 낮 11시~밤 12시(일요일 휴무)
MENU 카페로얄 4천원
단골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가게였지만 최근 분위기는 예년과 같지 않다. 코로나19가 미치는 불황은 오래가게까지 덮쳤다. 레코드점이나 표구사 같이 마니아층이 형성된 업종은 물론 카페 같이 대중적인 매장까지 예외는 없었다. 매일같이 방문해 익숙했던 면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사장들의 시름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가게 카페들을 직접 찾아가봤다.
가무
명봉 한복판에서 58년, ‘응팔’에도 나온 비엔나 커피 맛집
가무의 대표 메뉴 비엔나커피(왼쪽). 서울 중구에 위치한 가무 내부 모습.
카페 가무 최경용(57) 사장의 말이다. 가무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1972년부터 자리를 지켜왔다. 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동을 대표하는 카페로 최씨는 스무 살 때 가무에서 일하기 시작해 결국 가게를 인수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이지만 가무의 손님은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 고객이 대다수다. 젊었을 때 가무를 방문했던 손님들이 카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선우(고경표)와 보라(류혜영)의 재회 장소로 등장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 사장은 “드라마는 실제 가무가 아닌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귀띔했다.
6월 24일 오후 1시가 넘어서 방문한 가무는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1시간 여 동안의 시간 동안 2층부터 4층까지를 자리를 채운 사람은 14명뿐이었다. 최 사장은 “뉴스를 보면 코로나19로 자영업 매출이 20~30% 줄었다는 소식을 접하는데 다른 세계 이야기인가 싶었다. 여기는 90% 정도 손님이 줄었다. 예전에는 이 시간에 빈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무의 대표 메뉴는 비엔나커피. 부드러운 크림에 계핏가루가 올라간 가무 비엔나커피는 유독 첫 맛이 달다. 최 사장은 “곡물가루를 넣다보니 커피에서 단맛이 난다”며 맛의 비결을 설명했다. 이 단맛 때문에 간혹 웃지 못 할 일도 생긴다. 비엔나커피의 달콤한 맛을 기억하고 다시 가무를 찾은 손님이 메뉴를 혼동해 비슷하게 계핏가루가 올라간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일이 그것. 주문한 커피가 달지 않자 “왜 맛이 바뀌었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커피를 착각해서 그런 것이라 설명해도 멋쩍은 탓인지 대부분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손님과의 크고 작은 다툼도 그립기만 하다. 최 사장은 “거리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가게는 물론 명동 자체가 썰렁하다”고 말했다. 이날 가무가 들어선 골목에만 3곳의 매장이 휴업상태였다. 점포를 내놓은 상점도 5곳에 달했다.
ADD 서울 중구 명동4길 16
OPEN 매일 오전 11시~오후 11시(명절 휴무)
MENU 비엔나커피 6천원
을지다방
외국인 관광객 줄 잇던 을지로 갬성 카페
을지다방의 대표 메뉴 쌍화차(왼쪽).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을지다방 내부 모습
을지다방 박옥분(63) 사장에게 가장 어려웠던 날을 묻자 들려온 답이다. 박 사장은 1985년부터 서울 중구에서 을지다방을 운영했다. 그새 을지다방은 아래층의 을지면옥과 더불어 인근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을지다방의 아성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절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을지다방의 대표메뉴는 쌍화차. 대추와 잣 등의 곡물 가운데 달걀노른자가 슬며시 떠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쌍화차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코팅’이라 불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숟가락을 이용해 노른자를 쌍화차 곳곳에 밀어 넣는 것. 이 과정을 거치면서 노른자 표면이 살짝 익는 한편 쌍화차도 마시기 좋게 식는다. 계란을 먹은 후 숟가락으로 쌍화차를 떠먹으면 고소한 곡물 사이로 달콤쌉싸름한 맛이 전해진다.
을지다방의 손님 중에는 유독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여러 관광 정보지에 관광코스로 소개된 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다방도 점차 한산해졌다. 구로콜센터 등 코로나19 집단 확진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고객들도 점차 가게를 떠나기 시작했다. 6월 24일 오후 3시 10개의 테이블 중 1곳에만 손님이 앉아있었다. 그마저도 1명이다. 박 사장은 “3월 이후로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 장년층일수록 특히나 거리두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주요 고객층도 젊은 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을지다방은 지하철 을지로3가역 5번 출구를 나서면 바로 보인다. 올여름 을지면옥에서 시원한 냉면을 먹은 후 을지다방에 들러 따뜻한 쌍화차로 입가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ADD 서울 중구 충무로 72-1
OPEN 평일 오전 7시~오후 21시 토 오전 7시~오후 20시(일요일 휴무)
MENU 쌍화차 5천원
터방내
대학생이 교수가 돼 찾아오는 80년대 풍 카페
터방내의 대표 메뉴 카페로얄(왼쪽).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터방내 내부 모습.
터방내 조국현(63) 사장의 말이다. 대구 등 여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던 3·4월과 달리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조 사장은 “연 초와 비교해서 3·4월에 매출이 30% 가량 줄었는데 5월이 되자 45%로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카페 터방내는 1983년 개업한 후 지금껏 80년대 카페 분위기를 보존하고 있다. 중앙대 인근에 위치한 덕분에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학생시절 터방내를 찾은 대학생이 중앙대 교수가 돼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조 사장은 “학생일 때는 말을 편하게 했는데 교수가 돼 제자들과 방문하니 괜스레 정중히 말하게 되더라”며 멋쩍어했다. 카페를 가득 채우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최근 들어 줄었다. 코로나19로 대학가에서 사이버강의를 진행하면서 손님은 더욱 줄었다.
터방내의 대표 메뉴는 ‘카페로얄’. 꼬냑으로 적신 각설탕에 불을 붙인 후 이를 원두커피에 타서 먹는 음료다. 나폴레옹이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첫맛은 단맛이 끝맛은 신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80년대 분위기를 비추는 주황빛 조명 아래서 술인지 커피인지 헷갈릴 카페로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ADD 서울 동작구 흑석로 101-7
OPEN 월~토 낮 11시~밤 12시(일요일 휴무)
MENU 카페로얄 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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