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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column

자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요?

박선영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

2020. 04. 23

박선영의 우리 아이 큰 그릇으로 키우기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이자 태광실업 고문. 태광실업의 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영성에서 답을 얻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본성을 타고났으며, 영성회복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기업 컨설팅 노하우를 공유한다.



‘자식 농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예부터 어른들이 많이 하시던 말씀입니다. 한때 저의 부모님에게 저도 그런 존재였을 겁니다. 맏이라 기대도 많이 했고 정성도 많이 쏟았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큰 실망과 아픔을 줬던 자식이었습니다. 

저는 여유로운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사립 초등학교 추첨에 붙었을 때 자식이 마치 큰 효도라도 한 듯 기뻐하셨던 부모님의 모습이 선합니다. 

그 당시에도 사립 초등학교 출신들은 중고등학교 가면 초기에는 성적이 잘 나오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 성적이 뒤처진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는데 말입니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세상은 그냥 그렇게 살아지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부모님이 피와 땀으로 일군 과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함과 감사함을 몰랐던 것입니다. 감사함이 없으니 그분들에게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보답을 위해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없으니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지도 못했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책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었죠. 

어릴 때는 그냥 지나갈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부모는 물론 주변에서도 이제는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분명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게 사실인데 지금의 내 처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자꾸 부모의 눈을 피해 다니게 되더군요. 

제가 노력도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운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부모를 원망하고 방황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방황의 최고점을 막 지나고 스승이신 김규덕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정신적으로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행운으로, 영성치료를 통해 심신이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광주의 정개산 중턱에 자리 잡고 일과 양육 그리고 기도 공부, 이 모든 것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두 아이도 이곳에서 저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일러주시고,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제 자신을 여러 번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식 잘 키우겠다고, 한계를 가진 부모인 내가 판단해서 좋은 것과 옳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가져오는지 하나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언젠가는 제 삶을 살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산 중턱에 있는 저희 집에는 아이들 친구들이 와서 편하게 어울립니다. 산을 운동장 삼아 다니며 자신들만의 비밀 아지트도 만들고, 철마다 맺는 과실을 따 먹기도 합니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동시에 챙겨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철이 없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백지 상태로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을 배우고 익혀가는 아이들입니다. 움직이며 알아가는 아이들의 에너지는 대단합니다. 어른들이 절대 그 넘치는 에너지를 막으면 안 됩니다. 본인들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당사자들의 몫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게 아닐 경우 빨리 다른 길을 찾아가는 용기와 자신감, 본인이 원해서 한 선택이기에 어려움에 직면해도 넘어가겠다는 투지.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줄 뿐입니다. 

스스로 제 본성(타고난 그릇)에 걸맞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도와줘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본성을 이해하기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길잡이가 되는 동시에 지지자가 되어줍시다.

기획 김명희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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