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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에 나선 여성 CEO들

EDITOR 두경아

입력 2020.04.02 14:03:31

국내외 경기가 얼어붙은 요즘,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 감각으로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는 여성 CEO들이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 신춘자 회장과 비와이인더스트리 이정한 대표다.

INTERVIEW 01.
“잘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로 데려다줄 수 있다”
신춘자 한국지엠북부서비스센터(주) 대표

코로나19 극복에 나선 여성 CEO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한국지엠북부서비스센터(주)는 넓고 쾌적한 시설과 고객 편의 서비스, 직원들의 친절한 고객 응대로 좋은 평을 듣고 있는 자동차 정비 사업소다. 전국 56개 센터 중 유일하게 여성 CEO가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성의 불모지에 뛰어들어 엄마와 같은 섬세함으로 지금껏 걸어왔습니다. 신뢰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직원과의 약속도 물론입니다. 직원들의 식당 밥까지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는데, 밥이 생각보다 중요하더군요(웃음).” 

한국지엠북부서비스센터(주) 신춘자(63) 대표의 말이다. 이곳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가진 못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마음으로 방역과 질 좋은 서비스에 매진하고 있다. 

“자동차 입고 대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코로나19 여파를 생생히 체감 중입니다.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차량이 입고되면 즉시 소독하는 것은 물론 회사 출퇴근 차량에 소독을 실시하고 있어요. 고객이나 직원 모두 센터에 들어설 때 열 감지 체크를 하고, 부서별로 손 소독제를 비치해놓았고요. 저는 ‘잘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로 데려다준다’는 인도 속담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입고되는 차량 한 대 한 대 정성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 대표는 지난해 1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 제3대 회장을 맡아 이 같은 긍정적인 경영 철학을 여러 여성 기업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 협회는 여성 경제인의 지휘 향상과 권익 보호를 도모하고 여성의 기업 활동을 돕는 법정 단체로, 본회와 경기북부지회를 포함해 전국 17개 지회가 있다. 

“빵 만드는 기업은 학교가 개학을 못 해 납품을 못 하는 등 안타까운 회원사분들이 많아요. 그나마 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있는 회원사들이 있어 다행이지요. 섬유업체 한 곳은 마침 보유 중이던 섬유가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원단이라 이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마스크를 회원사인 허브아일랜드 영농조합법인에 납품해 중소벤처기업부, 바이네르주식회사 등에서 사용 중이지요. 이 마스크는 회원사인 허브아일랜드 영농조합이 만든 아로마 오일과 함께 경기북부지회 1백35개 업체 전 회원에게도 배송될 예정입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회원사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섬세한 지원’으로 유명하다. 품질은 우수하나 인지도가 낮은 회원사를 위해 ‘여움(YEO:UM)’이라는 인증 브랜드를 만들고 여움 몰 입점과 여움 홍보관 전시, 다양한 유통 채널 제안 등을 통해 판로를 열어주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여성 기업 제품 구매 확대를 위해 여성 기업 확인서 발급 업무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끌고 있는 경기북부지회에서는 경기북부 10개 시군 내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 시책 및 정책 자금 마련 등으로 그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중이다. 또한 여성 기업인을 위한 수출 판로 개척에도 열심이며, 이미지 메이킹과 코칭 교육도 한다. 

신 회장은 그동안의 의미 있는 활동으로 전통 시장 살리기, 국립암센터와의 MOU 체결(소아암 환자 돕기 등), 장애인과 함께하는 연탄 기부 등을 꼽았다. 그는 취임식에서 ‘HOPE’를 강조한 바 있다. 단어 뜻 그대로 희망이지만,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H’는 하이 솔루션(High Solution)으로 여성 기업가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경기북부지회 안에 창업교육센터가 있는데, 새로 창업하는 이곳 회원에게 경기도 지원 사업을 연결해주고 여성 기업들이 박람회에 참가하게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O’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로 경기북부지회 창업자와 회원, 여성 리더들을 대변해 지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의미입니다. ‘P’는 파트너십(Partnership)으로 기업 대 기업, 여성 대 여성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 애씁니다. ‘E’는 익스피리언스 글로스(Experience Growth)로 경험과 성장을 의미합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여성 사업가를 육성·지원하는 기관으로 성장해나간다는 약속입니다.” 

신 회장은 경기북부지회의 올해 새로운 사업으로 ‘신사임당’을 꼽았다. 이는 5만원권 지폐에 그려진 신사임당을 의미하는 동시에 가장 단위가 큰 돈을 키워드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처럼 여성 기업을 지원하는 곳들이 많이 있어요. 특히 경기북부지회 회원사와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여성 기업인이라면 경기도주식회사의 사업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아요. 중소기업을 위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 판로 개척,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에서 여성 기업을 우대하고 있지요. 여성 기업인들이 이런 지원 사업을 챙겨서 힘든 시기를 잘 버텨냈으면 합니다.”


INTERVIEW 02.
“지금이 더 큰 시련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
이정한 비와이인더스트리 대표

코로나19 극복에 나선 여성 CEO들
1988년 ‘백양 스텐레스 상사’로 출발한 비와이인더스트리는 발전 설비, 구조용 금속 제품 등을 제조하는 강소기업이다. 2001년 법인 전환 이후 이듬해 이정한(57) 대표가 취임했으며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 2012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며 탄탄하게 성장해나갔다.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공기업 5개사의 정비적격업체 인증도 차례로 획득했다. 이 대표는 금속 원자재 분야에서는 흔치 않은 여성 CEO로 꼽힌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여성이라 어려움이 많았어요. 금속 원자재 분야에서 여자 대표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30대부터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일했는데, 나이를 물어보면 50대라고 올려서 대답했죠(웃음).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에게든 물어보고 배웠어요. 가끔 등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되긴 했지만, 그 덕분에 배우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호방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시원시원한 대답에서 그가 지난 시간을 얼마나 씩씩하게 헤쳐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이런 점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나가는 데도 십분 발휘되고 있다. 

“우선 운전자금을 일부 확보해놓았어요.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운전자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7년 미만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지난해 수출 실적으로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하루도 미루지 않았어요. 언제 어디서 리스크가 생길지 모르니, 위기가 닥쳤을 때 최저 급여라도 지급할 수 있도록 몇 달간의 자금 확보가 최우선일 것 같아요.” 

이 대표는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제공할 마스크 확보가 먼저였다. 

“새벽에 출근해 늦은 시간 퇴근하는 직원들은 사실상 마스크를 구입할 여력이 없어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 전 주변 약국을 돌면서 마스크를 확보한 덕분에 일주일에 4개 정도는 지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그래서 마스크가 다 떨어질 것을 대비해 항균성 원단으로 만든 천 마스크를 2천 개 주문해놓았습니다.” 

외근을 다녀온 후에는 시간 차를 두고 식사하게 하는 등 직원들의 식사 중 감염을 막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특히 회사의 중추인 설계실 직원들은 배식을 받아 따로 휴게실에서 먹도록 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사람과 신뢰입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돈을 투자하여 메꿀 수 있지만 이 2가지가 무너지면 사업이 안 되기 때문이죠.”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직원들을 회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공기업 영업을 6~7년 정도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신뢰를 쌓기까지 매출이 없어도 찾아다니면서 ‘우리 제품을 이용해 보라’고 설득했습니다. 여성 기업이라 기술력을 요하는 일을 하면 배제되기 쉬운데, 기술을 인정받고 나면 큰 산을 넘은 것이지요.”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0~2012년에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을 맡아 여성 기업을 살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여성 기업인들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마케팅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협회의 도움을 받아 판로를 개척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비와이인더스트리는 이제 다음 세대를 준비하며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공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케냐에 커피 공장을 세우고, 자사의 기계를 투입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정체됐지만, 이 대표는 이를 위기라 생각하지 않는다. 

“32년 동안 사업을 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게 아니면 더 큰 시련이 닥쳤을 텐데, 이 작은 일은 더 큰 시련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사스와 메르스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 맞지만, 앞으로 더욱 위험한 유행성 감염병이 올 수도 있거든요. 저는 이번 기회에 2인실인 외국인 기숙사를 1인실로 바꾸려고 하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일을 더 큰 위기 극복의 계기로 삼아, 어떤 사태든 이겨낼 수 있는 내공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신춘자




여성동아 2020년 4월 6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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