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바람이 불던 2013년, 뉴욕 시내 한복판을 활보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K-Food 홍보 버스 이야기를 듣고 기함한 적이 있다. 당시 인기 그룹이던 씨엔블루가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선정된 유자차, 파프리카, 우유 등을 들고 있는 이미지를 붙인 버스였는데, 대표 식품 선정 기준도 모호하거니와 농산물마다 ‘Romantic Mushroom’ ‘Pure Pear’ ‘Happy Ramen’이라는 이해 불가한 수식어가 붙어 있었던 것. 무엇보다 황당했던 것은 우리 음식과 농산물을 홍보하면서 라면을 ‘라멘’으로, 고추장을 ‘레드페퍼 페이스트’로 표시한 점이다. 굳이 혈세를 들여 일본의 라멘과 여러 나라에서 각자 다른 이름으로 나오는 레드페퍼 페이스트를 홍보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오래된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내는 이유는 2020년 현재 뉴욕에서 한식이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억지 노력으로 세계화를 하지 않으니 절로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식은 젊은 셰프들에 의해 다양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각종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 있는 셰프들은 손맛을 강조한 푸짐한 한식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개성을 담은 메뉴를 스타일 있게 담아낸다. 초창기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이 이민자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요즘 한식 레스토랑 손님은 외국인이 주를 이루고 레스토랑이 위치한 장소도 맨해튼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늘어난 덕에 뉴욕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와 트레이더 조를 비롯해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김치를 만날 수 있고, 현지 요리 매거진이나 푸드 서비스에서도 ‘고추장’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2013년 미슐랭 1스타를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2스타를 7년째 이어가고 있는 임정식 셰프의 ‘정식(Jungsik)’을 필두로, 오마카세 스타일(메뉴 선택을 온전히 요리사에서 맡기는 것)로 요리를 내는 박정현 셰프의 ‘아토믹스(Atomix)’,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를 표방하는 ‘꽃(COTE)’,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제주 스타일 라면을 메뉴로 하는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 등 2020년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도 네 곳에 이른다. 이밖에도 컨템퍼러리 코리안으로 주목받은 ‘오이지’, 한국 식재료를 가미한 타파스 메뉴를 선보이는 ‘서스데이 키친(thursday kitchen)’ 등 재기발랄한 메뉴로 현지인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스토랑도 여럿이다. 첫 레스토랑의 성공으로 두 번째 레스토랑을 오픈하거나 확장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이에 2020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진화한 모던 한식 레스토랑 두 곳을 소개한다. 뉴욕에 들른다면 한식 르네상스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MOKYO 목요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서스데이 키친’의 현경민 오너 셰프가 오픈한 자매 레스토랑 ‘목요’. 한국적 터치를 가미한 요리를 타파스 스타일로 선보인다. 오너 셰프가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며 받은 영감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는데, ‘서스데이 키친’이 스페인, 멕시코 요리를 기본으로 한다면 ‘목요’는 페루 등의 남미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관자에 시트러스를 곁들인 세비체, 옥수수에 트러플 오일을 더해 만든 콘덤플링, 된장을 소스로 활용한 양꼬치, 백김치와 고구마 무스를 곁들인 양념갈비 등 한국적인 음식과 색채를 더한 요리가 일품이다. ADD 109 St Marks Pl, New York, NY 10009
JUA 주아
‘정식’의 이그제큐티브 셰프로 경력을 쌓은 김호영 셰프가 독립해 문 연 레스토랑. 지난 12월 소프트 오프닝을 거쳐 올해 초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한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프렌치 요리법을 응용하고 좀 더 뉴욕 스타일에 맞게 풀어낸 것이 특징. 바삭하게 구운 전 위에 으깬 감자와 성게알을 올린 감자전, 송로버섯을 올린 자장면, 2주 동안 드라이에이징한 후 체리나무 장작으로 훈제한 오리 등으로 구성된 여섯 가지 코스 요리가 95달러의 프리픽스(정해진 가격에 따라 제공하는 식사)로 제공된다. ADD 36 E 22nd St, New York, NY 10010
리빙 매거진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뉴욕에서 요리학교 졸업 후 글을 쓰면서, 건강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으른 플렉시테리언(때에 따라 고기도 먹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기획 한여진 기자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목요
한식은 젊은 셰프들에 의해 다양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각종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 있는 셰프들은 손맛을 강조한 푸짐한 한식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개성을 담은 메뉴를 스타일 있게 담아낸다. 초창기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이 이민자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요즘 한식 레스토랑 손님은 외국인이 주를 이루고 레스토랑이 위치한 장소도 맨해튼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늘어난 덕에 뉴욕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와 트레이더 조를 비롯해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김치를 만날 수 있고, 현지 요리 매거진이나 푸드 서비스에서도 ‘고추장’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2013년 미슐랭 1스타를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2스타를 7년째 이어가고 있는 임정식 셰프의 ‘정식(Jungsik)’을 필두로, 오마카세 스타일(메뉴 선택을 온전히 요리사에서 맡기는 것)로 요리를 내는 박정현 셰프의 ‘아토믹스(Atomix)’,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를 표방하는 ‘꽃(COTE)’,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제주 스타일 라면을 메뉴로 하는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 등 2020년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도 네 곳에 이른다. 이밖에도 컨템퍼러리 코리안으로 주목받은 ‘오이지’, 한국 식재료를 가미한 타파스 메뉴를 선보이는 ‘서스데이 키친(thursday kitchen)’ 등 재기발랄한 메뉴로 현지인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스토랑도 여럿이다. 첫 레스토랑의 성공으로 두 번째 레스토랑을 오픈하거나 확장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이에 2020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진화한 모던 한식 레스토랑 두 곳을 소개한다. 뉴욕에 들른다면 한식 르네상스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MOKYO 목요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서스데이 키친’의 현경민 오너 셰프가 오픈한 자매 레스토랑 ‘목요’. 한국적 터치를 가미한 요리를 타파스 스타일로 선보인다. 오너 셰프가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며 받은 영감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는데, ‘서스데이 키친’이 스페인, 멕시코 요리를 기본으로 한다면 ‘목요’는 페루 등의 남미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관자에 시트러스를 곁들인 세비체, 옥수수에 트러플 오일을 더해 만든 콘덤플링, 된장을 소스로 활용한 양꼬치, 백김치와 고구마 무스를 곁들인 양념갈비 등 한국적인 음식과 색채를 더한 요리가 일품이다. ADD 109 St Marks Pl, New York, NY 10009
JUA 주아
‘정식’의 이그제큐티브 셰프로 경력을 쌓은 김호영 셰프가 독립해 문 연 레스토랑. 지난 12월 소프트 오프닝을 거쳐 올해 초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한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프렌치 요리법을 응용하고 좀 더 뉴욕 스타일에 맞게 풀어낸 것이 특징. 바삭하게 구운 전 위에 으깬 감자와 성게알을 올린 감자전, 송로버섯을 올린 자장면, 2주 동안 드라이에이징한 후 체리나무 장작으로 훈제한 오리 등으로 구성된 여섯 가지 코스 요리가 95달러의 프리픽스(정해진 가격에 따라 제공하는 식사)로 제공된다. ADD 36 E 22nd St, New York, NY 10010
오영제의 뉴욕 트렌드 리포트
리빙 매거진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뉴욕에서 요리학교 졸업 후 글을 쓰면서, 건강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으른 플렉시테리언(때에 따라 고기도 먹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기획 한여진 기자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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