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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

분양가상한제 유예

EDITOR 정혜연 기자

입력 2019.10.24 17:00:01

‘서울 집값은 지금이 제일 싸다’는 말을 실감하는 때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내놓고 단속까지 벌이고 있지만 내 집 마련 적기를 잡기 어렵다.
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
집값이 올라갈 때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 연속 하락하다가 올 6월 넷째 주 보합을 기점으로 7월 첫째 주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8월 12일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집값 상승 요인으로 분양가를 지목했다.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약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정부는 기존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요건을 완화해 적용 대상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적용 기준은 기존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특히 모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분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키로 하자 반발이 거셌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정된 단지들까지 소급 적용이 예상돼 조합원들의 불이익이 클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시세의 반값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으로 기대되자 서울 지역 평균 당첨가점은 70점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되자 분양가상한제 시행 발표와 함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비교적 짧은 30~40대는 사실상 청약 시장에서 배제됐다. 청약으로 내 집 마련에 도전하려 했던 30~40대는 청약을 포기하고 일반 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결과 10월 들어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까지 호가가 치솟는 실정이다. 


분양가상한제 유예, 시장 영향 미미

청와대 게시판에 분양가상한제 유예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빗발치는 등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국민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10월 1일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시행령 발표(10월 말)로부터 6개월 뒤인 내년 4월 말로 미뤘다. 



또한 내년 4월까지 집값 불안정을 우려해 정부는 부동산 거래 신고 건에 대해 관계 기관 합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는 상시조사체계를 단계별로 운영해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 행위를 근절할 것을 공표했다. 더불어 LTV 규제 적용 대상도 기존 주택임대업자에게만 40% 규제를 실시하는 것에서 확대해 주택매매업자, 주택임대업·매매업 법인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LTV 40%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정부의 전방위 공세에도 부동산 시장으로 향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강남 3구에 쏠린 관심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L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10월 들어 정부가 단속을 하고 있지만 큰 변동은 없다. 팔려는 사람은 호가를 낮출 생각이 없고, 매수 문의도 꾸준하다. 다만 몇 달 사이 호가가 지나치게 올라 최근 실거래가와 호가 차이가 2억원 이상 벌어지고 있어 쉽사리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매물이 귀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분양가상한제 유예와 관련해 하반기 분양에 관심을 가지고 매수를 보류하는 대기 수요는 없냐고 묻자 그는 “당첨되면 로또지만 청약은 하늘의 별 따기 아니냐. 당첨 안정권인 70점을 넘기려면 50세 이상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30~40대는 하루가 급한데 분양가상한제 발표되고 나서 아예 청약은 포기하더라. 하루가 다르게 호가는 오르고 규제는 심해지니 다들 발만 동동 거린다”고 답했다. 

공급이 많은 지역의 분위기는 다를까 싶어 최근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을 10월 중순 찾아가봤다. 이곳은 지난 9월 4천9백32세대 규모의 고덕그라시움 입주가 시작됐고, 12월 고덕센트럴아이파크(1천7백45세대), 2020년 1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천8백59세대), 2월 고덕아르테온(4천66세대) 등 순차적으로 7천5백여 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실수요자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만2천여 세대 입주에도 콧대 높은 호가

입주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입주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사거리를 지나 고덕그라시움에 도착하자 아파트 동마다 이사가 한창이었다. 입구 쪽 2개의 상가 동에는 공인중개사무소와 임시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빼곡히 들어차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였다. 

네이버 부동산에 집계되는 매매 물건은 7백여 개, 전세 물건은 6천여 개 정도. 숫자가 적지 않아 호가 조정 여지도 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문의해보니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J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매매 건수는 거의가 허위다. 지금 이곳은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지 않아 일반분양 물건은 매입할 수가 없고,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채운 조합원 매물만 나와 있어 생각보다 매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 나온 물건이 적다 보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전용 84㎡가 14억원 전후인데 전세가 5억원 안팎이라 갭투자 문의는 드물다. 실거주로 접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호가가 지나치게 높아 매입을 망설인다. 요즘 신축 아파트가 귀하고, 분양 시장도 좋지 않다 보니 이런 사정을 아는 집주인들도 값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고덕동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해를 넘기면 호가가 꺾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는 이는 드물었다. 상가 동 내 G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정부가 2년 거주 양도세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아끼려 입주하려는 집주인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매 물건은 내년이 되어도 생각만큼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매물이 귀해 통상적인 신축 아파트 입주 장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주인들의 콧대가 높은 데는 신축 아파트 매물이 점점 귀해지는 탓도 있다. 전통적으로 집값이 비싼 강남 3구의 구축 아파트를 위협할 정도로 강북의 신축 아파트 신고가 경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내역을 보면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 84㎡가 8월 말 15억6천만원,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가 8월 중순 15억2천5백만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아직 실거래가가 뜨지는 않았지만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전용 84㎡의 분양권은 10월 초 17억2천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보다 재테크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재건축 아파트 역시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재건축 아파트 대장주로 끊임없이 거론되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중에서도 한강과 가장 인접한 현대1차의 경우 전용 196㎡가 8월 말 직전보다 2억원 오른 47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건축 이후 한강 조망권 확보가 유력해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선경1차 역시 전용 136㎡가 8월 말 직전 거래보다 4억원 오른 3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두 건 모두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시행 발표 이후 신고된 것으로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재건축에 대한 부유층의 관심은 꾸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7월부터 신축과 재건축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호가 상승세는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세운 10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 느긋하게 내 집 마련을 계획하던 실수요자들은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10월 중순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현장 취재 당시 만난 한 30대 부부는 공인중개사무소를 둘러보며 매매 물건을 알아보고 있었다. 현재 인근 구축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들은 “새 아파트에 한번 살아보고 싶어 둘러보러 왔다. 확실히 단지 내 시설과 조경, 아파트 구조가 구축과는 차이가 난다. 문제는 가격이다. 원하는 면적은 전용 84㎡인데 예산을 초과해 가격을 낮추고 싶은데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돌아서면 집값이 오르니 무리해서라도 사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비슷, 내 집 마련은 상황에 맞게”

내 집 마련 적기는 언제?
정부는 매번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상 집값 상승기에 투기수요가 기승이지만 최근의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30~40대까지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 집값 상승이 야기되고 있다. 단속반을 꾸려 거래를 점검하는 것으로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없다. 서울에 지속적으로 공급을 해줘야 하는데 내년부터는 대규모 입주도 끊겨 집값 불안정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뛰어들기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일까.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금 정부의 규제가 쏟아지지만 집값이 많이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 물량 부족으로 향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지난해 매물 정리를 마치고 장기 보유로 돌아섰기 때문에 기존 주택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때에는 가격 하락을 마냥 기대하기보다 정부 정책이 나온 뒤 ‘단기 조정기’가 형성될 때 매입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내년 4월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장 선거는 아니지만 당선을 위해 지역마다 개발 호재 추진을 앞세우는 후보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선거가 치러지기 전이 오히려 적기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 대표는 “지역 개발 호재가 공략으로 나올 경우 서울뿐 아니라 지방 땅값까지 오를 수 있다. 지가상승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 집 마련을 고려한다면 지금이라도 가계 여건에 맞게 눈을 낮춰서라도 원하는 매물이 있으면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진 박해윤 기자 동아일보DB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9년 1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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