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바꾸는 주부9단 아이디어 뱅크
제이엠그린 이정미 대표

경력단절 여성인 이정미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들으며 틈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 책을 빌려 가방에 꽂고 다녔다. 돈 들이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였다. 출근을 한 후에도 다른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며 보내는 점심시간 동안 인터넷에 접속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맸다. 이정미 대표가 아이디어 뱅크가 된 노하우였다.
그가 맨 처음으로 만든 제품은 냉동·냉장 보관 용기 ‘알알이쏙’. 마늘이며 다진 식재료, 이유식 등을 한 번에 쓸 만큼 나눠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용기의 아랫부분은 얼린 재료를 쏙쏙 밀어내기 좋은 말랑말랑한 재질이지만 윗부분은 국물이나 흐물거리는 재료를 담아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다진 마늘을 비닐에 얼려 쓰는 것이 불편해 생각해낸 제품이 이제는 크기별 11가지로 늘어나 홈쇼핑에까지 진출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한 가지 아이디어 상품은 ‘더블세이브 D도마’. 국물 넘침 방지턱과 분리가 가능한 재료 보관 그릇이 장착되어, 김치를 썰 때마다 국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조리 전 썰어둔 재료를 담기 위해 여기저기 용기를 늘어놓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아이디어만 좋다고 제품이 잘 팔리는 건 아니더라고요. 제품을 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전시회에 갔는데 유럽의 다른 제품들에 비해 저희 제품은 볼품이 없더라고요. 그때 디자인과 컬러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한국으로 돌아와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경기도주식회사에서 관련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운 좋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아직은 소소한 생활용품이 전부지만 언젠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자동차 안전용품, 산업용 기계도 만들어내고 싶다고 한다. 저개발국가의 곤궁한 삶을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제품도 구상 중이다. 생활의 작은 불편함이 그의 삶을 바꾸는 큰 발판이 되었듯 지금의 작은 성공이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맘이간다’s PICK
제이엠그린 ‘더블세이브 D도마’

어릴 적 할머니가 구워주시던 김 맛 그대로!
기가식품 안종우 대표

“동네에 연탄불에 김을 구워 파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어머니가 아침에 김을 사 오라고 돈을 주시면 하굣길에 그 김을 사서는 집에 도착하기도 전 다 먹어버리곤 했어요. 아주 어릴 때 일인데도 그 맛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나이가 들고선 아무리 이 김 저 김을 먹어보아도 그 맛이 나는 김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마트에서 파는 조미김들은 늘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죠.”
막연히 어릴 적 먹던 맛있는 김을 다시 먹고 싶어 이 김 저 김 맛보고 다닌 것이 인연이 되어 충남 대천과 서천 쪽에서 마른 김을 만드는 귀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가 만든 김은 그 지역에서 다 소비되어 다른 지역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계절의 원김을 어떤 비율로 섞어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노하우’가 김의 맛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김 만드는 사람을 ‘장인’에 비유할 수 있는 거고요.”
좋은 원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가 생겼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원김이라도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고 굽고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났다. 밤새 기계를 돌리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가며 씨름하기를 1년여. 노하우는 하나씩 쌓였지만 그의 사업 철학에 공감하고 함께해나갈 사람을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가식품의 보물 1호는 함께 일하는 직원분들입니다. 함께 일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그분들을 만나기 전까진 정말 말도 못 하게 고생을 많이 했어요. 작업의 특성상 굉장히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부분을 소화해낼 사람들을 찾는 것도 어렵고, ‘아’ 하면 ‘어’ 하고 바로 알아들을 만큼 손발이 착착 맞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기가맛김의 차별화된 맛을 결정하는 또 한 가지는 소금이다. 일반적으로 조미김은 합성보존료가 들어간 맛소금을 사용하지만 기가맛김은 두세 번 구운 신안 천일염에 음식의 산패를 막고 감칠맛을 더하는 천연 봉선화 추출물을 가미했다.
“기름의 양을 줄인 담백한 저염 김으로, 간식처럼 그냥 먹거나 술안주로도 좋습니다. 올여름 치맥 대신 건강하고 가벼운 김맥 어떠세요?”
‘맘이간다’s PICK
기가식품 ‘기가맛김’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김도균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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