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사원 B씨는 매년 겨울철이면 매서운 추위보다 무서운 게 있다. 바로 치솟는 난방비. 손님이 자주 오는 달엔 한 달에 20만원이 훌쩍 넘고, 아낀다고 보일러를 적게 트는 달에도 17만~19만원은 나온다. 문제는 그럼에도 정작 실내 공기가 그다지 따뜻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를 불러 보일러 점검을 해본 결과 10년 이상 된 낡은 보일러의 폐가스가 실내로 조금씩 흘러나올 수 있는 상황. B씨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열효율이 10% 이상 높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했다. 매년 약 13만원씩 난방비가 적게 드니 보일러 구입 비용을 회수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게다가 미세먼지도 일반 보일러에 비해 1/10 밖에 배출되지 않는다는 말에 B씨는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해졌다.
미세먼지 해결사,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가 20ppm 이하다. 10년 이상 된 노후 일반 보일러에 비해 10%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콘덴싱 보일러는 보일러 내에서 물을 가열하고 데워진 폐열을 재사용해서 물을 한 번 더 데울 수 있는 원리가 적용된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다. 일반 보일러에 비해 초기 구입 부담이 조금 크지만, 에너지 효율이 92%로 일반 보일러(80%)보다 12%p 높기 때문에 매년 난방비를 13만원씩 줄일 수 있다(노후 보일러 사용 가정의 연간 난방 비용 1백만원 기준)는 장점도 갖췄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일반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는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3년여간(2015~2018) 총 9천 대를 보급했다. 2015년 기준 서울시에 설치된 약 3백59만 대의 가정용 보일러 가운데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약 1만5천 대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과 봄철을 대비해 2018년 말까지 2만 대를 집중 보급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2022년까지 총 25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3백 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가운데 10년 이상 된 노후 일반 보일러를 보유하고 있는 6백4개 단지, 총 18만여 세대를 우선 보급 대상으로 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보일러 교체를 집중 홍보하고 있다. 10년 이상 된 노후 일반 보일러 25만 대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연간 1988만㎥의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서울시 3만3천4백24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양이다. 또 서울시 전체 가정용 보일러에서 연간 배출하는 양(4만7790t/년)과 맞먹는 대기오염 물질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의 가정용 보일러 약 3백59만 대 가운데 1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일반 보일러는 1백29만 대(약 36%)다. 이 중 15년 이상 경과된 노후 일반 보일러 수는 49만 대(14%)다. 1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일반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전량 교체할 경우 질소산화물 2587t을, 15년 이상 된 보일러를 교체할 경우 983t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각각 서울시 전체 가정용 가스보일러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51.2%와 19.4%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PM2.5) 발생 원인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면 1년에 13만원씩 난방비 절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보일러 제조사는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 린나이코리아, 알토엔대우 등이다. 서울시 측은 “기존의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는 많은 수의 노후 보일러를 교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일러 제조사, 금융사와의 공동 노력으로 친환경 보일러 보급 규모를 대폭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초기 구입 부담을 줄여 기존에 대략 3년이 걸리던 일반 보일러와의 비용 차 상쇄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구입비 할인 10%, BC카드 무이자 할부 등 각종 혜택과 난방비 절감액을 합하면 6년(난방비 절감액 78만원+구입비 할인 10만원+서울시 에코마일리지 최대 5만+BC카드 에코머니 포인트 1만=94만원) 만에 보일러 구입 비용(90만원) 전체를 회수할 수 있는 이득이 생긴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를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일반 보일러를 구입했을 때와 비교해 보일러를 무료로 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와 전쟁 선포한 서울



황보연 본부장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따른 난방비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은 물론 초미세먼지 배출량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각 가정마다 보일러를 교체해 난방비를 절약하고 초미세먼지로부터 가족의 건강도 지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를 원하는 시민은 구입하려는 보일러 제조사와 모델을 선택한 후 해당 지역 보일러 대리점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구입 가능한 보일러 모델 종류는 서울시 홈페이지와 각 보일러 제조사, BC카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다산콜센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와 대기정책과로 하면 된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뉴시스 뉴스1 디자인 김영화
제작지원&자료제공 서울시 일러스트 김옥
시민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 미세먼지 없는 청정 서울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권민 대기정책과장
요즘 같은 겨울철에도 미세먼지가 심한 이유는 뭔가요.
미세먼지는 겨울철과 봄철, 11월부터 4월까지가 가장 심합니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생활 속 내부 요인이 50%, 기후 등 외부 요인이 50%죠. 내부 요인으로 겨울에는 에너지 연료를 많이 쓰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공기가 차가워 대류 현상이 둔화되기 때문에 같은 양의 미세먼지가 배출돼도 위 공기와 잘 섞이지 않아요. 외부적으론 북서풍이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이기 때문에 중국, 몽골, 북한 등지의 공기가 우리 쪽으로 불어와요. 다른 나라도 난방을 많이 하는 시기니 미세먼지가 배로 심해지는 거죠.
서울시에서는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교체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사용 연한에 대한 기준이 없어 오래된 보일러도 교체하지 않는 가정이 많습니다.
보일러는 오래 사용하게 되면 고장이 나지 않더라도 폐가스가 새어 나오는 등의 문제로 열효율이 떨어져 난방비가 많이 나오고 미세먼지도 심해질 수 있죠. 서울시는 10년 이상 된 노후 보일러 교체를 의무화하도록 환경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어 2020년 정도 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는 1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에 일일이 방문해 안내문을 배포하고 근처 보일러 대리점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연면적 합계가 10만㎡ 이상인 신축 건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따라 올해부터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해야 하는 심의 기준도 마련했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큰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서울시는 베이징 시와 자매 결연을 맺고 대기질과 관련해 정보를 신속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핫라인을 구축했습니다. 매년 가을엔 ‘동북아 대기질 컨퍼런스’를 개최해 주변국과 미세먼지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고요. 중국은 여전히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보다 2배 정도 심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부 차원에서는 국립과학원이 중국 대기 오염을 직접 측정하고 있고, 내년부턴 양국의 보건연구원이 대기질 관련 협동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생활 속 지침을 알려주신다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시가 걷기 편한 도시, 자전거 이용하기 편한 도시 사업을 지속하는 것도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경유 차나 오래된 차는 대기오염 적은 차로 바꿔주시면 좋고요. 집 안에선 냉난방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노후 경유 차 운행 제한 등 일련의 정책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다고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미세먼지의 원인이 나의 생활 습관 속에도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유 버스를 전기 버스로 바꾸는 등 일련의 정책 덕분에 미세먼지 농도는 15년 전에 비하면 약 42%(76㎍/㎡⇀44㎍/㎡)나 줄었습니다(2017년 기준). 지속해서 좋은 정책을 마련할 테니 시민들께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노후 경유 차 저공해화로 초미세먼지 58t 줄였다

서울시가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노후 운행 차 2만9천9백57대에 대해 조기 폐차,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등 저공해 조치를 한 결과 초미세먼지는 57.64t, 질소산화물은 702.45t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군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후 경유 차의 경우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동시 저감장치(PM-NOx) 부착, 건설기계의 경우 엔진 교체였다.
정부는 경유 차 감축을 위해 대형 화물차 폐차 보조금(현행 최대 4백40만~7백만원)을 현실화하고, ‘클린 디젤 정책 폐기’를 선언하는 등 경유 차량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도 2005년 이전 노후 경유 차에 대해 서울형 운행 제한 제도를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2018년 11월에는 ‘서울형 공해 차량 운행 제한’에 따라 2005년 12월 31일 이전 경유 자동차에 대한 운행 제한을 처음 시행했다. 운행 제한을 위반한 차량 1천1백89대에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더불어 노후 경유 차 감축을 위해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높은 조기 폐차 위주로 저공해 사업을 전면 개편한다. 2005년 12월 31일 이전 경유 차량 중 2002년 6월 이전 차량에 대하여 조기 폐차를 실시하고, 2002년 7월 이후 차량은 영업용 화물차 및 생계형 차량 등을 대상으로 장거리 운행과 차량의 내구성을 감안해 노후화가 많이 되지 않은 차량에 한해 예외적으로 매연저감장치 부착을 추진한다.
2005년 이전에 등록된 노후 경유 차 소유자는 조기 폐차 및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 저공해 조치를 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조기 폐차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로 문의하면 된다.
이해우 서울시 대기환경본부 대기기획관은 “그간 노후 경유 차 조기 폐차 등 저공해 사업을 추진해 서울 지역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줄고 농도가 개선되는 등 큰 효과가 있었다”며 “노후 경유 차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폐차 지원금을 높이고, 공해 차량 운행 제한 지역을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등 지속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후 경유 차 및 건설기계 등 저공해화 지원
● 조기 폐차 상한액:2.5t 미만(1백65만원), 3.5t 이상(4백40만~7백70만원)●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보조금:운행 경유 차(3백26만~9백27만원), 건설기계(6백66만~9백34만원)
● 질소산화물 저감 보조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동시 저감장치(1천3백5만~1천4백62만원), 건설기계 엔진 교체(1천2만~2천5백26만원)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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