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풍경이다.
경기도 안산 대부해솔길로 떠난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은 오스카 구스타보 에레라 길버트 주한 에콰도르 대사다. 금융·경제 전문가인 오스카 대사는 주한 에콰도르대사관 상무관, 아시아 지역 총괄대사 등을 거쳐 2015년 주한 에콰도르 대사로 부임했다.
“에콰도르에선 단풍이나 눈 내리는 겨울을 경험할 수 없어요. 한국에서 꽤 오래 살며 여행도 많이 했지만 갯벌과 단풍, 안개와 소나무가 함께 있는 이런 환상적인 풍경은 처음 봐요.”
블루진에 멋진 에콰도르 남자들의 필수품인 모자와 머플러를 매치한 감각, 진지함과 유머 사이의 균형감,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안목 등이 여행을 함께하는 오스카 대사와 ‘여성동아’, 내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듯한 예감을 갖게 한다.
대부해솔길은 총 7개 코스(74km)로 대부도 전체를 둘러보며 바다와 숲, 염전, 갈대 등 다양한 자연을 거쳐 걷는 길이다. 여기에 7천만 년 전 만들어진 퇴적암층과 호수의 전망이 더해진다. 녹색의 수면 밖으로 당장 공룡이 나온대도 자연스러울 것 같은 원시적 풍경. 원래 채석장이던 이곳은 1997년 초식 공룡의 발자국과 중생대 식물화석이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이란 이름이 붙었고 땅에서 물이 솟아 깊고 거대한 호수가 됐다. 서울 가까이에서 유일하게 공룡 서식지의 환경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질층이라고 한다. 한국을 잘 아는 오스카 대사도 “서울 근교에 공룡의 생생한 흔적이 남아 있다니, 놀랍고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공룡은 사라졌지만 시간의 흔적은 이렇게 켜켜이 쌓여 찰나를 여행하는 우리 곁에 남았다.
지독한 안개 속에서 앞으로 난 길을 찾아 걷는 재미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솔숲 길로 이어지는 방아머리공원
종현 어촌체험마을.
오스카 대사와 동춘서커스 무대에 잠깐 서보았다.
마침 전날 태양의 서커스 ‘쿠자’를 관람했다는 오스카 대사는 “동춘서커스의 매력적인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봉도 개미허리 아치교.
낙조전망대가 있는 고깔섬과 구봉도를 이어주는 개미허리 아치교는 썰물 때는 바닷물이 빠져나가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밀물 때는 뱃길이 된다. ‘개미허리’는 개미의 잘록한 허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허리 아치교에서 해안길을 따라 10여 분 걸었을까.
어느새 서해안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다는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도착했다. 일단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면 우리가 할 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선감 어촌체험마을 가는 길, 깊은 겨울로 접어드는 길.
대부해솔길 5코스에 있는 동주염전.
낙엽이 포근하게 쌓인 구봉도.
하루 두 번 썰물 때 열리는 탄도 바닷길.
대부해솔길 6코스에 있는 정문규미술관. 미술에 조예가 깊은 오스카 대사가 그림 하나하나를 꼼꼼히 봤다.
길 위의 아름다운 인연이 이렇게 또 한 겹 쌓인다.
1년 동안 우리나라의 작은 길 여행에서 만난 하늘 , 산, 바람, 나무, 빗방울과 햇살, 그리고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대부도에서 얻은 자연의 맛
꽃게정식대부도에서는 꽃게가 많이 잡힌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살이 꽉 찬 국내산 꽃게를 활용해 만든 간장게장, 꽃게찜, 꽃게탕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바지락칼국수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 특히 대부도 바지락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있기로 유명하다.
여행 작가 손미나가 추천하는 대부해솔길 1코스, 6코스
선감 어촌체험마을의 사륜바이크 체험.
1코스 대부도관광안내소-동춘서커스-개미허리 아치교-구봉도 낙조전망대-종현 어촌체험마을-돈지섬안길
6코스 대부도펜션타운-선감 어촌체험마을-정문규미술관-안산 대부광산 퇴적암층-탄도항
손미나 작가와 오스카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대부해솔길 걷기에 두루누비(durunubi.kr) 사이트를 활용했습니다.
기획 김민경 기자 취재 이혜민 기자 사진 김성남 홍중식 기자 동영상 연출_김아라 PD 윤주민
디자인 김영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매니지먼트 곽상호 스타일리스트 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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