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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강탈 ‘지랄준’ 박서준을 만나다

기획 · 김지영 기자 | 글 · 유지혜 MBN스타 기자 | 사진 · 키이스트 제공

2015. 12. 15

매사에 까칠하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심장을 가진,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남자 주인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서준. 최근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사랑의 정석을 보여줘 ‘로코킹(로맨틱 코미디의 왕)’으로 떠오른 그의 숨은 매력을 엿봤다.

여심강탈 ‘지랄준’ 박서준을 만나다
최근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27)은 훤칠한 키에 골든 리트리버 같은 눈웃음으로 여심을 무장 해제시킬 기세였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첫사랑 김혜진(황정음)과 김혜진을 가장한 민하리(고준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남자 주인공 지성준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그의 미소에서는 이 드라마가 무사히 종영한 덕분인지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이번 드라마는 제게 또 한 번 성장할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이라 부담도 있었는데 무사히 끝나 다행이다 싶어요. 9회 결방 때 시청자들께서 엄청난(!) 아쉬움을 보여주셔서 그제야 ‘우리 드라마가 인기가 있구나!’ 하고 체감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어요.”

서로 빛나도록 연기하는 ‘앙상블’ 중시해

박서준은 극 중 청소년기를 거치며 왕년의 미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첫사랑 김혜진을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지 부편’ 지성준 캐릭터에 “처음부터 꽂혔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드라마 곳곳에 깔려 있는 시트콤 뺨치는 위트에 마음을 빼앗겨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MBC 드라마 ‘킬미, 힐미’를 함께한 황정음과의 재회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전엔 남매로, 이번엔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황정음에 대해 박서준은 “두 번이나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닌 ‘앙상블’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황)정음 누나도 연기자 간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새로운 걸 발견하게 해주는 배우죠. 하지만 촬영 막바지에 정음 누나에게 ‘당분간 작품에선 만나지 말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어요. 한 번 더 만나면 결과가 뻔한 그림이 될 것 같아서요. 아쉽지만 앞으로 몇 년은 한 작품에서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박서준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연기의 합’이나 ‘앙상블’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배우는 서로 빛나도록 연기해야 한다”는 소신과 “연기할 때 힘주기만 하면 부러진다”는 말로 ‘완급 조절’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 자신을 믿는 거예요. 지성준을 만날 때도 그랬어요. 역할을 접할 때는 제 느낌을 믿어요. 연기에 정답은 없거든요. 온전한 제 생각을 담아 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설령 누가 ‘네가 한 게 아냐’라고 해도, 그에 조목조목 ‘왜 맞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로 평소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해야 하죠. 그 과정 자체가 연기인 것 같아요. 데뷔 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민하는 과정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생각이 참 복잡하죠? 제가 좀 그래요(웃음).”

박서준은 2013년 MBC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속 철없는 막내아들 박현태부터 지난해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에서 엄정화에게 팍 꽂힌 유랑청춘 윤동하까지 그야말로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연하남’의 정석을 연기해왔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그의 모습은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표정도 한없이 진지했고, 1988년생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절로 “애어른 같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박서준은 “전 죽을 때까지 철들고 싶지 않아요” 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순간 해맑은 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워낙 집안 분위기가 엄해서 어릴 때부터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배우는 여러 가지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 사람이니 틀에 갇히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착하고, 똑 부러지고, 모범을 보이는 역할만 할 순 없잖아요. 연기할 때만큼은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해요. 저를 규격화하지 않아야 색다른 표현들이 나올 수 있다고 믿고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생각의 늪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나 봐요. 하하.”

자연스러운 변화를 즐기는 ‘어른아이’

2012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2’로 데뷔한 박서준은 지난 3년 동안 많은 성과를 이뤘다. 2013년 ‘금 나와라 뚝딱!’으로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고, 올해 MBC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없는 ‘서브 남주(서브 남자 주인공)’로 열연해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으며, 이후 반년 만에 주연으로 우뚝 섰다.

“사실 데뷔 이후 피부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라면 연기할 수 있는 장면이나 감정이 늘었다는 것? 하하. 그 외엔 특별한 변화가 느껴지진 않아요. ‘유명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거라 흔히 말하는 인기가 확 와 닿지 않는다고 할까. 물론, 선택의 폭이 생긴 건 참 기뻐요. 하지만 고민의 폭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잘 선택하는 것’도 굉장히 큰 고민거리가 되더군요. 단계별 고민의 크기는 같은데, 책임감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런 변화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박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에서 반대하던 연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용기를 낸’ 옛날의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할 땐 말투에서도, 표정에서도 연기를 향한 열정이 엿보였다. 누구보다 많은 고민 속에서 연기를 해내는 박서준은 훗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저도 제가 어느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걸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할 때는 주인공을 하고 싶었지만, 정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거든요. 글쎄요.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지금으로선 특별한 목표를 정할 수 없어요. 연기라는 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단계 올라서는 그런 종류의 것이거든요. 저 역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묵묵히, 성실하게 제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다 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요.”

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해하지만 그만큼 기대도 걸게 된다. 박서준의 미래가 자꾸만 궁금해지는 이유도 ‘예측 불허’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그가 싹수 있는 연기자여서 더할 터. 누구보다 빠른 성장세로 ‘대세남’이 된 박서준은 그 미래를 위해 작은 일에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내면의 단단함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원히 철들지 않고 싶은 ‘어른아이’이기를 소망했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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