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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CANDAL

카지노가 잘나가는 남자들을 삼켰어요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REX

입력 2015.11.27 10:25:00

자수성가한 기업인들과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야구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에 나섰다가 사법 당국에 꼬리를 밟혔다. 땀과 노력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왜, 어떻게 엉뚱한 곳에 인생의 결정적인 ‘한 방’을 걸었을까.
카지노가 잘나가는 남자들을 삼켰어요
흔히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감독이 마운드 운용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의 한국시리즈는 ‘투수 놀음’이 아닌 ‘투수 노름’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10월 중순 삼성 라이온즈 핵심 투수 3인방이 마카오 원정 도박 스캔들에 휘말렸고, 삼성은 고육지책으로 이들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팀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던 선수들이 빠진 삼성은 두산에 5경기 만에 맥없이 무너졌고, 한국시리즈 5연패도 좌절됐다.

이 가운데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마카오의 한 호텔 도박장에서 각각 4억원씩을 칩으로 교환해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도박업자들이 카지노로부터 임차해서 운영하는 ‘정킷방’이라고 불리는 사설 도박장을 이용했다. 정킷방은 신분 보장이 철저하고 베팅 액수가 크기 때문에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 은밀하게 도박을 할 때 찾는 곳이다. 이들은 한국 출신 조폭들이 운영하는 이 정킷방을 이용하며 회당 1%가 넘는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은 1억원 이상 땄지만 다른 한 사람은 크게 잃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폭력 조직으로부터 도박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에 앞서 화장품 업계의 자수성가 아이콘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는 최근 3년간 도박으로 1백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에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그는 2003년 더페이스샵을 설립해 LG생활건강에 매각한 이후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을 새롭게 설립해 더페이스샵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우며 성공 신화를 일궜다. 정 대표가 더페이스샵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에 쥔 현금만 2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가 도박에 빠진 것은 2012년 9월 마카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7억원을 잃으면서부터. 본전 생각이 절실했던 그는 이후 수차례 마카오와 필리핀을 오가며 도박판을 벌였다. 정 대표가 주로 했던 게임은 ‘카지노 게임의 왕’으로 불리는 바카라였다. 플레이어 또는 뱅커 중 한쪽을 택해 돈을 걸면 각각 카드 2 or 3장을 합산한 끝자리 수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방식이다.

국내 중견 해운업체 대표 문모 씨는 지난해 5월 필리핀 카지노에서 42억원을 날렸다. 그는 변종 바카라의 일종인 ‘홍콩달러 게임’이란 도박에 빠졌다. 베팅은 필리핀 페소화로 하고, 정산은 그보다 화폐 가치가 5배 이상 높은 홍콩달러로 하는 것이다. 그는 날린 돈을 갚기 위해 회사 돈 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는 뭘 해도 잘된다’ 믿는 자기 오류의 결과

카지노가 잘나가는 남자들을 삼켰어요
부단한 노력과 절제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운동선수와 기업가들이 왜 그런 미덕들과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도박에 빠지는 걸까. 첫 번째로 ‘뜨거운 손의 오류’를 들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처럼 손대는 것마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는 뭘 해도 무조건 잘된다’는 자기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이런 자만이 그들을 도박이라는 무모한 모험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경쟁에 중독된 그들이 가장 짜릿한 승부가 펼쳐지는 곳을 찾아 카지노로 향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박사는 불안감과 콤플렉스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들이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떠안게 된 죄책감(사소하게는 돈을 빌려달라거나 보험에 들어달라는 주변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 같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돈을 따면 따는 대로 좋고, 잃어도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야구 선수와 기업가들의 도박 사태는 돈을 많이 벌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같은 세속적인 성취가 곧 인생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12월 6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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