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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김성령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5.10.22 16:08:00

지금,김성령

40대 여배우 시대를 상징하는 김성령(48). 1988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그는 결혼과 출산을 거친 후 2012년 뒤늦게 ‘추적자’로 주목받기 시작해 ‘야왕’ ‘상속자들’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하며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갖춘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재벌가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8월 말 시청률 22.4%로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은 그가 30년 가까이 다져온 연기 내공과 패션 센스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김성령은 데뷔 후 처음 단독 주연을 맡으며 오랜 꿈을 이뤘다. ‘여왕의 꽃’은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가득 찬 셰프 레나 정이, 본인이 버린 후 죽은 줄 알았던 딸과 재회하며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긴 호흡을 요하는 50부작 드라마를 이끄는 레나 정의 삶을 연기하기는 녹록지 않았을 터. 촬영을 모두 마치고 기자와 마주한 김성령은 “이번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작품은 처음이었다”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 만큼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시청률을 더 올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지금,김성령

# ‘여왕의 꽃’으로 활짝 피다
배우의 자세 배우고, 부족함 깨달은 소중한 시간

무려 50부작을 달려왔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체력은 괜찮았어요. 미니시리즈를 촬영하면서 쪽대본에 익숙해졌고 3박 4일, 4박 5일 밤을 새운 적도 많거든요. 그런데 ‘여왕의 꽃’ 박현주 작가님은 한 번도 대본을 늦게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매주 대본 연습을 할 수 있었고, 촬영 스케줄도 미리 잡을 수 있었어요.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배우들이 연기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셨고요.

극 중 남편이었던 후배 연기자 이종혁 씨와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나요.
이종혁 배우의 매력은 ‘신사의 품격’에서 보여준 자유분방함에 있어요. 근데 이번에 맡은 박민준이라는 남자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여서 본인도 힘들어하고, 저도 좀 힘들었어요. 후반에는 박민준이 레나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지만 처음에는 캐릭터 잡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멜로 부분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어요. 평소 종혁이는 ‘누나, 밥먹고 가. 계곡에 발 담그고 가’ 하면서 상대방을 잘 챙기는 유쾌한 성격이에요. 남자다우면서도 자상하죠.

레나 정보다 한 수 위 악녀(시어머니 희라)를 연기한 김미숙 씨와도 잘 지냈나요.
드라마에서는 저와 앙숙이었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김미숙 선배가 가장 편했어요. 제가 불안해할 때마다 선배가 항상 힘을 주셨어요.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라. 힘내라’ 하고요. 김미숙 선배님이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김미숙 선배님도 저 못지않게 대사가 많았는데도 늘 다 외우셔서 제가 염치없이 힘들다고 투정할 처지가 아니었죠(웃음).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딸이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때요. 가장 울컥했던 장면이죠. 대본 보면서 ‘딸이 살아 있어. 어떻게 해?’ 하며 안쓰러워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엄마와의 재회 신도 잊을 수 없어요. 현장에서 다들 폭풍 눈물을 흘렸어요. 엄마 역을 한 예수정 선생님이 감정을 너무 잘 잡아주셨어요. ‘전원일기’로 유명한 고정애란 선생님의 딸이고, 연극 무대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 나있는 분이시죠.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요.
얻은 게 많아요. 미니시리즈 할 때는 쪽대본에 쫓겨서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고민할 시간이 충분 했어요. 첫 촬영부터 종영까지 7개월 동안 현장에서 배우가 견지해야 할 자세를 배우고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싶어 실망감이 들 때도 있었고, 배우뿐 아니라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는데 그런 깨달음이 저로서는 큰 수확이었죠.


# 여왕의 패션 & 뷰티
평소엔 패션 테러리스트, 작품 할 때는 치밀하게 준비
레나 정이 짊어져야 했던 ‘왕관’의 무게 때문일까. 김성령은 방송 초반보다 야위어 보였다. 힘들어서 살이 빠진 거냐고 물었더니 그가 손사래를 쳤다.

“초반에 살이 좀 빠졌다가 민준이와 결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낼 때는 살이 오르더라고요. 그러다 강이솔(이성경)이 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는데 계속 살찐 모습이면 안 되겠어서 일부러 살을 뺐어요.”

마음먹은 대로 살을 빼는 비법이 있나요.
그런 게 있으면 떼돈 벌었겠죠. 하하하. 사실 일할 때는 많이 먹어서 살을 빼기가 힘들어요. 좀 전에도 떡볶이와 어묵을 잔뜩 먹었어요. 군것질을 좋아해서 촬영장에 항상 과자가 있어요. 근데 집에만 있을 때는 식욕이 줄어서 잘 챙겨 먹지 않아요. 저녁 식사는 과식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요. 많이 먹었다 싶으면 운동을 하고요.

몸매는 어떤 운동으로 유지하는지요.
필라테스를 하고 있어요. 일이 없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하는데, 작품을 할 때도 일주일에 한 번은 했어요. 예쁜 보디라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최근 랑콤 모델이 됐는데 CF 시안이 플라잉 요가였어요. 그 때문에 플라잉 요가를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다이어트와 히프 업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어떤 운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운동이든 하는 게 중요해요. 운동은 매일 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세 번이 적당하대요. 운동을 심하게 하면 오히려 노화가 빨리 와서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목은 나이를 속일 수 없다고들 하는데, 김성령 씨의 목은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아침에 세안하고 나서 크림을 목까지 발라요. 목 전용 크림을 바를 때도 있고, 로션을 손에 넉넉히 덜어 목까지 바르기도 해요. 무엇보다 부모님 덕을 많이 봤어요. 두 분 다 목에 주름이 잘 안 생기는 편이거든요.

드라마에서 입고 나오는 옷마다 화제를 모았는데, 그런 스타일링 감각도 타고난 건가요.
제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패션을 연출해주는 사람을 곁에 둔 덕분이에요. 평소에는 옷을 못 입어요. 패션 테러리스트예요. 오죽하면 우리 아들이 ‘내가 입만 뻥긋하면 엄마는 끝난다’고 놀리겠어요. 하하하. 일이 없을 땐 화장도 아무렇게나 해요. 대신 드라마 할 때는 신경을 많이 써요. 의상 시안을 직접 찾아서 스타일리스트에게 보내고 옷이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시정하죠. 저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더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실력이 더 좋은 스타일리스트도 있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의상팀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그 친구들에게 함께 더 노력해서 발전해나가자고 독려하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나요.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 제 나이가 너무 많아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젊어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웃음). 나이는 속일 수 없어요. 작년에 찍은 사진은 물론이고 ‘여왕의 꽃’ 1회 때 찍은 사진 속 제 모습도 지금과 다르더라고요.

의술의 도움을 받고 싶은 부위가 있나요.
머리숱이요. 나이 드니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져요. 부모님을 닮아 흰머리가 없었는데 요즘 들어 새치가 생겼어요. 살 빼는 것도 의술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복부와 팔뚝에 붙은 군살 빼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더군요. 하하하.


지금,김성령

# 두 아이의 엄마로
집에 있을 때는 아이들과 시간 보내

김성령은 두 아들과 서울 여의도에서 살고 있다. 큰아들은 현재 중학교 2학년, 작은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보다 두 살 많은 남편 이기수 씨는 자녀 교육과 아내의 연예 활동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로 지내는 삶을 감수하며 사업 본거지인 부산에서 생활한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저희가 부산에 가고, 그 외에는 남편이 주로 상경하는 편이에요. 일 때문에 남편과 아이들을 자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할 때가 많은데 고맙게도 가족들이 저를 많이 이해해줘요. 엄마가 늘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거든요. 집안일과 바깥일을 다 잘할 수는 없더라고요. 엊그제 작은아이가 안경 맞춰달라고 했는데 주말까지만 참아 달라고 했어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과 같이 간다는 걸 말렸어요. 제가 직접 안경을 골라주고 싶어서요.

큰아이가 중2면 사춘기겠어요.
사춘기로 살짝 접어들었는데 워낙 밝고 긍정적이라서 속 끓이지 않고 잘 지내요. 둘째도 살가운 성격이고요. 다행히도 둘 다 제가 잘 못 챙겨줘도 야속해하거나 비뚤어진 태도를 보이진 않아요.

아이들과 잘 지내나요.
집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다른 약속을 잡지 못하게 해요. ‘엄마, 집에 있잖아. 엄마랑 놀아야지. 엄마가 만날 집에 있어?’ 그럼 그걸 따라줘요. 그렇다고 아이들과 어딜 가는 건 아니에요. 같이 있는 시간 자체가 좋아요.

편도 연기하는 아내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고 들었어요.
남편은 제가 배우로 활동하는 걸 좋아해요. 제 작품의 모니터링도 잘해줘요. ‘여왕의 꽃’도 재미있게 봤어요. ‘부산에선 다 ‘여왕의 꽃’ 본다. 근데 왜 시청률이 20%를 안 넘는지 모르겠다. 어제 재밌었다. 시청률 올랐쟤?’ 이러면서요. 마지막회 시청률이 20%를 넘으니까 저보다 더 좋아하던걸요. 하하하.

‘여왕의 꽃’이 끝나서 이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나요.
9월 말까지는 화보 촬영과 행사가 잡혀 있어서 바쁘고 10월부터 좀 여유로워질 거예요. 그때는 쉬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화보 촬영지인 싱가포르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제가 먼저 싱가포르로 가면 아이들이 뒤따라올 거예요. 실은 아이들의 싱가포르 유학을 생각 중이거든요. 이참에 싱가포르가 유학을 갈 만한지 아이들과 같이 살펴보려고요(웃음).

평소 그의 성격은 레나 정과 정반대다. 밝고 유머러스하다. 스트레스도 오래 쌓아두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푼다.

“노래방 가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달리 할 게 없어요. 원래 솔직한 편이라서 좋은 사람 만나 속마음을 실컷 털어놓다 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곱지 않게 봤던 모습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항상 마무리는 훈훈하죠.”

평소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연예인 ‘절친’으로 그는 최명길과 방은희를 꼽았다. 최명길과는 ‘명성황후’라는 사극을, 방은희와는 아침드라마를 같이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특히 최명길은 친언니처럼 따르는 선배다.

“명길이 언니는 제가 출연한 작품을 챙겨보면서 모니터링도 해줘요. ‘여왕의 꽃’을 할 때도 언니가 피가 되고 살이 될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한번은 언니가 전화해서 ‘너 미쳤니? 병원에서 왜 입술에 빨간 거를 발라? 병실에 누워 있는데 입술이 번질번질하더라. 예쁜 모습은 광고에서나 보여줘. 드라마에서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네가 울면서 말하는데도 입술 때문에 시선을 다 뺏겼다’고 꾸짖었어요. 그 말 듣고 바로 ‘언니, 내가 잘못했어. 톤을 죽이긴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나 봐’ 하고 반성했어요. 언니는 선배 연기자로서 정말 날카롭게 지적해줘요. 저를 진심으로 아껴서 그런 애정 어린 직언을 해주니까 너무 고마워요.”


# 미래의 자화상
곱게 나이 들어 70대에도 연기하고 싶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요.
그런 건 없고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비중에 대한 욕심은 ‘여왕의 꽃’을 하면서 없어졌어요. 주인공의 꿈은 이뤘으니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제가 좀 더 애정을 갖고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벌써부터 연말 연기대상 후보로 점쳐지더군요.
그런 이야기는 삼가주세요(웃음). 상 욕심 없어요. 저는 김미숙 선배님을 밀고 있어요.

배우로서 꼭 이루고픈 꿈이나 포부가 있나요.
배우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고 좋은 직업이니만큼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선우용여 선생님처럼 자기 관리를 잘해서 70대까지 고운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성령은 자신의 모습만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더는 병들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환경 살리기 운동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그 자체로 눈부시지만, 나이 들수록 매력을 더하는 이는 흔치 않다. 김성령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글 · 김지영 기자|사진 · 박해윤 기자

여성동아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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