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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흥행 돌풍, 강동원은 옳다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5.12.01 19:58:00

강동원을 보노라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불공평한 것 같다. 그는 우월한 외모에 좋은 집안 배경을 가졌고 연기력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럼에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건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즐기며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일 터. 영화 ‘검은 사제들’ 흥행 돌풍의 핵인 강동원을 만났다.


‘검은 사제들’ 흥행 돌풍, 강동원은 옳다

배우 강동원(34)은 비현실적이다. 순정만화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묘하다. 어른 손바닥으로 충분히 가려질 만한 얼굴 크기에 186cm에 이르는 훤칠한 키, 유난히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진 30대 중반의 남자는, 강동원 외에 찾기 어렵다. 패션 스타일마저 과감하고 때로는 저돌적이다. 몸에 붙는 가죽 스키니 팬츠를 입고 굽이 8mc가 넘는 킬 힐 워커 착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강동원은 스타일에 관한 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고, 그 누구와 공통점을 발견하기는 더 어려운 스타가 됐다. 그의 이미지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간파하는 ‘취향 저격’의 대표적인 스타다.

최근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 집)의 흥행 원동력도 강동원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은 연중 극장을 찾는 관객이 가장 적은 ‘비수기’임에도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열흘 만에 3백5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11월의 스크린 개봉작 가운데 역대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사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가톨릭 구마(驅魔, 귀신을 쫓는 일·엑소시즘)에 관한 이야기여서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관객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런 ‘낯섦’을 ‘호감’ 내지 ‘호기심’으로 돌려놓은 결정적 계기가 바로 강동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호기심과 상상력 자극하는 영화 좋아해
강동원을 향한 관심의 출발점이 ‘비주얼’이란 건 반론의 여지가 없을 터. 출중한 외모 역시 실력이라는 진부한 명제는, 강동원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강동원은 시간이 흘러도 수그러들지 않는 그의 외모를 향한 세상의 관심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제 외모에 대한 여러 평가가 흥미로워요. 그걸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화 제작자의 마인드로 본다면 제 외모가 영화에 대한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하니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봐요. 또 제게 소년의 이미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도 많아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기도 해요. 그 사이를 오가는 일이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강동원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거나 행동으로 옮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남의 눈치 보지않고 주관대로 밀고 나가려고 결심한 듯 보였다. 2012년 11월 군 복무를 마치고 연예계로 돌아와 스크린에서 2년 동안 펼친 분주한 활약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여름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두근두근 내 인생’을 거쳐 ‘검은 사제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시도했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다반사에는 도무지 끌리지 않는다”는 그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소재인 ‘검은 사제들’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자신이 평소 갖고 있던 이상향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 흥행 돌풍, 강동원은 옳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신부 역에 처음 도전한 강동원은 로만칼라의 사제복마저 런웨이의 모델처럼 소화했다.


“영화를 선택할 때,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극단적인 캐릭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여겨요. 그런 영화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거든요. 제가 가보지 않았던 세상을 향한 궁금증 같은 건데,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판타지 장르더라고요. ‘검은 사제들’도 비슷해요. 선택을 앞두고 소화하기가 두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앗! ’ 하고 놀랐죠. 안 할 이유가 없는 영화였어요.”

‘검은 사제들’은 두 명의 사제가 악령이 깃든 소녀(박소담)를 구하는 하룻밤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강동원은 신학대 졸업을 앞둔 보조 사제인 ‘최 부제’ 역할을 했다. 최 부제는 시험 도중 커닝을 일삼고 기숙사를 월담해 술도 마시지만 일부러 ‘문제아’인 척하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어릴 적 자신의 잘못으로 잃은 여동생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성직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10년 넘도록 영화를 해왔지만 이번 역할에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그만큼 최 부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3개 국어에 능하고 도전 즐기는 ‘상업영화 배우’
강동원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이라 누구도 흥행을 예측하기 힘들 때, 이미 “상업성 강한 이야기”라며 “관객이 굉장히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내다봤다. 그러한 자신감은 자신의 작업을 소중하게 여기는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뚝심으로 느껴졌다. “어떤 영화에 임하든 나는 ‘상업영화를 하는 배우’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할 땐 그의 뚝심이 더욱 분명하게 전달됐다.

“물론 상업적 성공이 목표는 아니지만, 대중과 만나는 배우로서 흥행 책임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얼마 전 어느 술자리에서 이 얘길 꺼냈더니 옆 좌석에 있던 누군가가 저더러 ‘너무 속물적’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흥행을 바라는 배우의 마음을 왜 속물로 보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관객을 모으고 싶고요. 좋은 의미로 표현하면,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그동안 한국영화가 꺼려왔던 장르를 다룬 ‘검은 사제들’이 그런 경우예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배우 김윤석과 호흡을 맞추며 성직자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 한다. 그 과정에서 사제로 성장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무엇보다 로만칼라가 달린 사제복 차림의 강동원은 이 영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사제복을 향해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을 강동원 역시 체감하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의상을 입어봤지만 사제복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연기하면서 꼭 한번 입어보고 싶은 의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주목받을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데 보는 분들마다 굉장히 좋아하셔서 놀랐어요(웃음).”

사실 강동원에게 ‘검은 사제들’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생소한 언어부터 사제들의 삶까지 익혀야 할 게 넘쳐났다. 특히 영화 후반부 한 시간을 채우는 현란한 라틴어 대사는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직접 소화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라틴어는 듣기에도, 말하기에도 힘든 언어였다. 하지만 강동원은 촬영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술술 읊을 만큼 라틴어 대사가 입에 배어 있었다.

강동원은 원래 출중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하고, 중국어도 곧잘 한다. “외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생존을 위해” 배운 언어들이다. 외국어를 익히는 그만의 비법은 간단하다. 무한 반복이다.

“라틴어도 마찬가지예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은 물론이고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도 라틴어 대사 녹음 파일을 끼고 살았어요. 실제 라틴어는 악센트가 강하기 때문에 작품 속 분위기에 맞춰 톤을 조금 순화했죠.”


‘검은 사제들’ 흥행 돌풍, 강동원은 옳다

연출 제의받았지만 배우만 하는 걸로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영화에서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감독이 그려놓은 대로 연기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절충안을 찾는 것. 이번 영화를 찍을 때도 그랬다.

“감독님은 제가 더 웃기길 바랐어요. 반면 저는 톤을 조금 낮추고 은근히 웃기는 상황이 적합하다고 봤고요. 그렇게 의견이 다를 때마다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했어요. 결국 편집하는 과정에서 제가 바라던 상황이 최종적으로 선택됐고요.”

영화계에서는 ‘검은 사제들’로 이룬 강동원의 성공을 결코 우연하게 나온 결과로 보지 않는다. 취향이 분명한 배우가 자신의 실력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동원은 최근 ‘검은 사제들’로 맛본 흥행의 기쁨을 뒤로하고 ‘가려진 시간’이라는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이미 촬영을 마친 또 다른 영화 ‘검사 외전’도 내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제대 이후 공백 없이 영화를 찍어 피로가 쌓인 탓에 한때 휴식을 바라던 그가 쉬어도 좋을 타이밍에 굳이 ‘가려진 시간’을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독립영화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엄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강동원을 주인공으로 떠올렸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시달려온 강동원으로서는 그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장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제작진에 전하자, 비관적인 소식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제가 참여하지 않으면 영화화 자체가 무산되거나 난항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순간 어떤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그런 상황이라면 굳이 제가 고집을 부려서 촬영을 미뤄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책임감’은 강동원의 최근 다작 행보를 설명할 만한 대표적인 키워드다. ‘검은 사제들’부터 ‘검사외전’을 거쳐 ‘가려진 시간’까지 세 편의 영화를 연달아 신인 감독과 의기투합해 찍은 배경에도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다.

경력이나 인기를 떠나 거의 모든 배우가 실력이 검증된 유명 감독과의 작업을 선호하지만 그의 선택은 보통 배우들의 그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 이유를 물었다.

“무엇보다 신인 감독님들의 아이디어가 좋아요. 게다가 신인 감독 대부분이 제 또래예요. 촬영하면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 무시할 수 없죠. 또 한국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로서 책임감이 있어요.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것들을 잘 이어받아 다져야 한다는 다짐 같은 거죠.”

이런 강동원에게 몇몇 감독은 영화 기획이나 단편영화 연출을 권했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에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가진 그에게 거는 연출자들의 기대는 그만큼 남달랐다. 그럴 때면 강동원은 ‘영화감독’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제가 영화를 기획하면 일단 캐스팅 과정이 가장 쉬워지겠죠. 하지만 그건 배우가 아니라 제작 전반에서 필요한 일이니까 제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단편영화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처음에는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는 그저 좋은 감독님들의 영화에 열심히 참여해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감독님들께 말했어요. ‘좋은 작품 많이 만들면 제가 많이 출연하겠다’고요. 물론 (하)정우 형처럼 연출도 하면서 연기도 하는 배우도 있지만, 저는 몇 가지를 동시에 하지는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하하하.”


주당, 미식가 그리고 30대 상남자
강동원은 사생활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에 출연할 때가 아니면 자신의 모습을 언론에 내비치기를 극도로 꺼려서다.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한 그만의 자기 관리 방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강동원의 일상에 관해서는 그와 함께 작업한 동료 배우나 작품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 어렴풋이 엿볼 수 있을 뿐이다.

6년 전 영화 ‘전우치’에 이어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김윤석은 그를 “맨(Man) 중의 맨”이라고 표현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여린 이미지는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남자답다”는 게 김윤석의 평가다.

둘은 술친구이기도 하다. 강동원은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주당’이다. 과거 그와 영화 작업을 함께한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키가 커서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남보다 탁월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며 그의 남다른 주량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강동원은 전국 각지의 영화 촬영장을 오가며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거두면 그 역시 친구를 좋아하는 30대 중반의 남자라는 점도 드러난다.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는 휴대전화에 대학 동기들과 정담을 나누는 단체 대화방을 마련해두고 있다. 강동원은 10월 진행된 ‘검은 사제들’ 제작보고회에서 이 대화방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을 공개했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대학 동기들의 외모는 정말 엉망이다.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한 발언이 그들의 ‘공분’을 산 것. 이후 대화방에는 강동원을 성토하는 친구들의 글이 쏟아졌다. ‘네가 우리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대화방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만 지켰더니 나중에 친구들이 먼저 ‘우리 얼굴 엉망 맞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벌써 아이 아빠가 됐어요. 하하하.”



기획 · 김지영 기자|글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 · 뉴스1 퍼스트룩 제공

여성동아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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