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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씨,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밥집이나 술집 운영, 아니면 ‘앵그리맘’ 강자처럼 돼지껍데기를 팔고 있을지도 몰라요”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MBC 제공

입력 2015.07.15 17:57:00

화제의 드라마 ‘앵그리맘’으로 22년 경력의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연아 엄마’의 자리로 돌아간 김희선.
드라마를 끝내고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와 마주 앉아 학교 폭력을 다룬 ‘앵그리맘’을 촬영하며 느낀 엄마로서의 아픔과 배우 아닌 자연인 김희선의 삶에 관해 들었다.
김희선 씨,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앵그리맘’을 연출한 최병길 PD는 처음부터 김희선(38)을 주인공 조강자 역으로 염두에 뒀다. 조강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딸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복학생으로 위장하고 학교를 다니는 정의감 넘치는 엄마다. 최 PD는 “캐스팅 단계에서 김희선 씨와 미팅을 하면 할수록 적임자라는 확신이 들었고, 촬영을 다 마친 후에는 김희선이 아니면 누가 이 역을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볕이 유난히 쨍쨍하던 5월 하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선도 “최 PD의 첫인상이 범상치 않았다”며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부담스러웠어요. 이 나이에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야 하니까요. 근데 감독님이 ‘희선 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드라마는 죽어도 강자는 살리겠다’고 얘기해주셔서 든든했어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딸 가진 엄마 마음 하나는 잘 표현해보겠다고 했죠. 좋은 엄마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때리고 부수고 욕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육두문자를 잘쓴다고 칭찬받는 직업이 연기자 말고 또 있겠어요. 하하.”

‘앵그리맘’ 출연하며 요즘 세태에 안타까움 느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제가 신나서 할 수 있는 작품인지를 먼저 봐요.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고 작품성이 있어도 수동적이고 심심한 역할은 캐릭터에 빠져들기가 힘들더라고요.

조강자 캐릭터에는 쉽게 빠져들었나요.

강자 캐릭터가 제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무데뽀’적인 면도, 딸에게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점도 저와 닮았어요. 만일 제 딸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걸 알게 된다면 강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걸요.

학창 시절에도 괄괄한 학생이었나요.

극 중에서 제가 홍상태(B1A4 멤버 바로)나 고복동(지수), 왕정희(애프터스쿨 멤버 리지)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때 보는 분들이 무척 통쾌해하셨는데, 제 학창 시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어요. 그때도 불의를 보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속상하면 먼저 때리고 봤거든요. 인터넷이 없어서 다행이었죠. 하하. 사실 연예계에 일찍 데뷔해 학교생활에 충실하기 힘들었는데 선생님들이 많이 봐주셨어요. 중3 때부터 잡지 모델로 활동하다 고1 때 ‘생방송 TV 가요 20’ MC로 발탁됐고, 그해 ‘공룡선생’이라는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거든요.

한참 어린 후배들과 촬영해 불편하진 않았나요.

불편하긴요. 요즘 감각도 배우고 좋았어요. 이래 봬도 신세대 맘이에요. 바로가 아이돌 그룹 B1A4 멤버라는 것도 알고, B1A4가 ‘B형 1명에 A형 4명’을 뜻한다는 것도 알아요. 주위에 친하게 지내는 어린 후배가 몇 있어요. 가수 세븐은 아들, 지드래곤 지용이는 손자로 여기죠(웃음).

‘앵그리맘’의 지수처럼 어린 남자가 실제로 자신을 짝사랑하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혼내야죠. 1990년대 중반, 지수 씨만큼 어리진 않아도 연하남에게 고백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연상녀, 연하남이 커플이 되면 사건이었어요. 이미숙 씨와 이정재 씨가 사랑에 빠지는 영화 ‘정사’(1998)도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쇄도했어요. 지금은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대세더라고요.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으면 능력 있는 여자로 보고, 세상 참 좋아졌어요.

교복 입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던가요.

몹시 민망했어요. 요즘 교복이 좀 짧아야죠. 차에 있는데 입어보실래요? 속옷이 보일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짧은 교복을 입고 교문 앞에서 구르는 신을 시작으로 별의별 액션 연기를 다했어요. 담 넘기는 물론 4m 높이에서 점프하기, 상태와 복동이 때리기, 리지 머리채 잡기까지. 액션과 교복 모두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건데도 연출을 잘해주셔서 화면에는 그럴듯하게 나왔더라고요.

‘앵글리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뭔가요.

모두 다요. 배우로서 처음 도전한 액션 신도 기억에 남지만 학교 폭력, 사학 비리, 왕따, 자살 등을 담은 장면들도 잊히지 않아요. 특히 같은 반 친구끼리 휴대전화의 단체 메신저를 이용해 한 아이를 집단으로 괴롭히고, 거기서 나가면 또 불러들여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모욕하는 장면이 충격적이었어요. 왕따 학생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지능적이 돼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김희선 씨,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사교육은 소신껏, 예체능 위주로 시켜

‘앵그리맘’은 방영 당시 학부모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매회 화제를 모았다. 학교 신축 건물이 부실 공사로 무너지는 장면이 방영된 뒤에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학생들이 희생양이 된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는 반응이 인터넷을 달궜고,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보기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007년 사업가 박주영(41) 씨와 결혼해 딸 연아(6)를 키우는 김희선에게도 드라마 내용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을 터.

“배우이기 이전에 딸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결식을 한 다음 날 새벽에 학교 신축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찍었는데, 바로 네팔에서 지진이 났어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부상을 당해 사고현장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실제 상황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우리 교육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나친 사교육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서울 청담동에서 사는데 제 주위에도 사교육을 과하게 시키는 엄마가 적지 않아요. 대여섯 살 때부터 아이에게 20가지 과외를 시키는 엄마도 봤어요. 그렇다고 사교육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아요. 엄마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원하면 사교육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예체능에 관한 사교육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저는 다른 엄마들이 시킨다는 이유로 사교육을 받게 하진 않아요. 사교육을 시킬 때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아이 성향에 맞는지부터 고려하는데 그래야 효과도 좋더라고요.

연아는 어떤 사교육을 받고 있나요.

영재 교육이나 두뇌 발달을 위해 하는 건 없어요. 피아노를 배우고, 짐 클래스와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죠. 피아노는 손 근육 발달을 돕고, 짐 클래스에선 모자란 운동량을 보충해줘요. 영어유치원에서는 연아가 살아갈 글로벌 시대에 꼭 필요한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요. 앞으로는 영어 못지않게 중국어도 중요한데, 둘을 같이 배우게 하면 영어 발음에 중국어 성조가 들어가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연아의 영어 실력은 현재 자유로운 회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족과 함께 외국에 가면 연아가 나서서 통역을 할 정도다. 김희선은 그 비결을 영어유치원과 여행에서 찾았다.

“미술학원에서 검은색 도화지를 주며 느낌을 말하라고 하면 ‘깜깜하다’고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불이 꺼져 있어요. 곧 환해질 거예요’ 하는 아이가 있어요. 파란색 도화지를 보고도 어떤 아이는 ‘지금 제가 수영하고 있는데 물이 파랗다’는 식으로 굉장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말하죠. 사교육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나이에 맞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아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 덕분인지 영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더라고요.”

연아는 꿈이 뭔가요.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가 되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제가 폴 매카트니의 딸인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화보 촬영하는 걸 보더니 3분 만에 꿈이 디자이너로 바뀌더라고요. 영국에 가서 디자이너로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상을 받고 싶다면서요.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랬죠. ‘여왕님, 돌아가셨을 거다’ 하고요. 하하.

쉴 때는 오지랖 넓은 동네 반장

김희선 씨,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그는 연아가 외동딸이라고 해서 마냥 오냐오냐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아이를 대할 때는 일부러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무슨 이유일까 했더니 그 나름의 심오한 뜻이 담겨 있었다.

“저도 연아처럼 외동딸인데, 엄마는 제가 그림을 엉망으로 그려도 늘 칭찬만 해주셨어요. 그렇게 자라다 보니 사회에 나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촬영하다 보면 NG를 안 낼 수 없는데 그 때문에 감독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으면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찌르더라고요. 연아도 칭찬에 익숙해지면 커서 상처를 많이 받을까 봐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연아가 그림을 아주 이상하게 그리거나 버릇없이 굴면 따끔하게 혼내요. 집에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고 좀 구겨져서 사회에 나가면 잘 극복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연아에게 존댓말도 꼬박꼬박 쓰게 하고, 어른을 보면 깍듯이 인사하게 해요. 저 역시 인사 잘하는 후배가 예뻐 보이더라고요. 제가 받고 싶은 대접을 교육을 통해 아이 몸에 배도록 가르치고 있죠.”

그렇다고 딸에게 항상 엄하기만 한 엄마는 아니다. 작품을 끝내고 나면 그는 “동네에서 반장 노릇을 하는 오지랖 넓은 엄마로 돌아간다”고 했다.

“일이 없을 때도 바빠요. 동네 아이들을 30명쯤 데리고 어린이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가요. 놀이공원에 갈 때도 있고요. 한번은 ‘난타’ 공연을 보러 가면서 입장료의 30%를 단체 할인받으려고 ‘목욕탕집 남자들’이라는 드라마를 같이한 송승환 선생님에게 10년 만에 전화했어요. 송승환 선생님이 그 작품에서 고모부로 나오셨거든요. 아무튼 딸내미 입장료 깎아보겠다고 인맥을 활용한 건 처음이에요. 하하하.”

연아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요.

연아 친구들이 요즘은 저를 보면 ‘앵그리맘이다’ 하고 알은체를 하니까 연아가 ‘내 친구들도 엄마를 아네’ 하며 좋아하더라고요.

만일 연아가 고등학생이 돼서 귀 뚫고 화장하고 다니면 어떻게 할 건가요.

저도 귀를 뚫었는데요. ‘앵그리맘’ 감독님도 뚫었더라고요. 연아가 귀를 안 뚫으면 제가 뚫어주려고요(웃음).

딸이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도 용인할 수 있나요.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학생들이 교복 치마를 어찌나 짧게 입는지 방송에 나온 건 긴 치마라 할 수 있겠더라고요. 여고생이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고 담을 넘는 것도 봤어요. 그런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면 선생님들이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책상 앞에 하반신이 안 보이게 가림막을 친대요.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반길 건가요.

사람이 괜찮으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죠. 안 그래도 얼마 전 연아를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 나서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기다리는 남자아이를 봤어요. 먼저 가라고 했더니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하더라고요. 어리지만 상남자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이래서 아들을 키우나보다 싶었죠.

아이를 더 낳고 싶진 않나요.

자식은 하나만 있는 게 편해요. 뉴스에도 종종 나오지만, 자식이 많으면 재산 갖고 싸우다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아들 욕심은 있어요. 딸을 키워보니 아들의 든든함 같은 것도 느껴보고 싶어요. 연아가 동생을 보고 싶어해서 그동안 사준 인형이 집에 1백 개나 있어요(웃음).

‘관리’ 안 하면 책잡히는 시대지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

결혼 전 그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그 꿈을 이뤘는지 묻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꿈은 꿈일 뿐이었어요. 악처가 되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마음속에는 늘 남편과 딸이 자리하고 있다. “결혼 전에는 나만 조심하면 됐는데, 결혼하니 촬영장에 있을 때도 앉으나 서나 가족이 걱정돼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남편은 이런 걱정을 덜어주려고 그가 연기 활동을 할 때는 될 수 있으면 일찍 귀가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게다가 가족끼리 여행을 가면 직접 요리 솜씨를 발휘해 아내와 딸을 기쁘게 하는 ‘요섹남’이라고 한다.

요즘도 신혼 때처럼 남편과 술자리를 즐기나요.

물론이에요. 저희 부부는 술을 같이 마실 때가 많아요. 남편도 술을 좋아하거든요. 두 사람 모두 애주가면 여러모로 좋아요. 한 명이 그렇지 않으면 다툼이 생기기 쉽죠. 저는 샴페인, 와인, 사케, 막걸리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잘 마시는 편인데 소주는 못 마셔요. 막걸리도 안 흔든 것만 마셔요.

웬만한 남자보다 술이 세다고 들었어요.

최근엔 좀 약해졌어요. ‘앵그리맘’ 방영 초반만 해도 촬영이 있는 날에는 항상 술을 마셨어요. 강자가 공주(고수희)와 돼지껍데기를 놓고 술을 마시는 신을 찍을 때도 진짜 양주를 마셨어요. 그때는 (고)수희가 두 잔 마시는 동안 제가 열 잔을 마셨는데 방영 후반에는 저녁에 맥주 한 잔, 막걸리 한 잔만 마셔도 취하더라고요. 어떻게 늘린 주량인데요. 그동안 술 마신 돈으로 건물을 지었으면 기둥을 세웠을 거예요(웃음).

출산 후에도 동안 미모와 늘씬한 몸매를 유지해온 건 꾸준한 관리 덕분인가요.

피부나 몸매 관리에 신경을 전혀 안 써요. 차라리 술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죠. 예전에는 운동을 안 한다고 해도 책잡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대답하면 프로 의식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준비성도 없다고 욕을 먹더라고요. 나이 들어 살이 처지는데 운동도 안 한다고요. 그래도 안 하는 운동을 한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출산 후에도 몸매 관리를 따로 하진 않았어요. 술을 좀 더 자주 마셨죠. 발효주가 피부에 좋아요. 막걸리는 흔들지 않고 위에 뜨는 투명한 걸 마셔야 효과가 있어요.

그렇다면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은 대체 뭔가요.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배우는 촬영이 있으면 그 전날 술을 안 마시는 방식으로 관리하지만 저는 다음 날 촬영이 있더라도 잠이 안 오면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숙면을 하거든요.

평소 꾸미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요.

그때그때 달라요. 집에서 사흘 동안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꾸미고 외출할 때도 있죠.

내숭 떨지 못하는 성격, 물 흐르듯 살고 싶어

김희선 씨,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그가 연기를 업으로 해온 것도 어느덧 22년째. 그의 연기 데뷔작은 ‘공룡선생’이지만 신인에 불과하던 그를 전 국민이 다 아는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은 1990년대 중반 5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린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통통 튀는 신세대 이미지로 인기를 모았고 이후 ‘웨딩드레스’와 ‘프러포즈’ ‘미스터Q’ ‘토마토’ ‘해바라기’ 등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신 스크린에서만큼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가 주연한 영화 가운데서 ‘패자부활전’ ‘자귀모’ ‘비천무’ ‘와니와 준하’는 큰 기대를 모았으나 흥행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슬럼프를 겪은 김희선은 “영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데뷔할 때부터 줄곧 통통 튀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원래 성격도 그런가요.

내숭 떨지 못해서 그런 이미지가 생긴 거예요. 저도 ‘모두 팬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라고 하면서 내숭 떨 수 있어요. 하지만 천성적으로 그게 잘 안 돼요. 데뷔 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술 마신 이야기를 하면 선배들이 ‘네가 여배우 망신 다 시킨다’고 타박했어요. 지금은 성격 좋아 보이려고 일부러 주량을 과장해서 말하기도 하지만, 20년 전에는 여자가 술 마시는 걸 좋게 보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면 그게 편해요. 이미지를 포장하는 배우는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절정의 인기가 지나간 순간 기분이 어땠나요.

한동안 상심이 컸어요. 그래서 결혼한 후 6년을 쉬었는데, 주부로 살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아이 낳고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누구나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경험하게 돼요. 그게 인생이니까 이에 순응하면서 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어요.

앞으로 이름 앞에 달고 싶은 새로운 수식어가 있나요.

예전에는 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로 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수식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까 싶어요. 그동안 저와 함께해온 수식어를 앞으로도 죽 가져가고 싶어요. 통통 튀던 제가 철들면서 조금씩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배우가 안 됐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술장사나 밥집을 하든가, 아니면 ‘앵그리맘’의 강자처럼 돼지껍데기를 팔고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7월 6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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