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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15 내 집 마련 플랜! 집 사려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

우먼동아일보

2015. 05. 28

전세가는 치솟는데 은행 금리는 하락 추세다. 집주인과 2년마다 씨름하느니 이번 기회에 아예 내 집 마련을 하자 마음먹은 순간, 벌써 집값은 저만치 달아나고 분양 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라 버렸다. 지금 집을 사면 상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집을 사야 할까? 어디에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 현명할까.


2015 내 집 마련 플랜! 집 사려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

A, B, C, D, E 5명의 주부는 집 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원래 수도권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이웃이었지만 지금은 흩어졌다. 모두 원래 살던 아파트를 좋아했지만 주택 시장의 변화와 개인적 상황 때문에 이웃사촌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현재 A와 B는 ‘전세 난민’, C는 단기 해외 근무를 앞두고 집을 사둬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불안한 40대’다. 반면 D와 E는 집이 있다. 다만 D는 가격을 중시하며 집값이 비싼 지역에 많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산 ‘하우스푸어’고, E는 등산하기 좋고 경관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그다지 인기 지역이라 할 수 없는 곳에 집을 구입한 ‘소신파’다. E를 제외한 대부분이 집이 없거나, 집이 있어도 빚이 많은 상황에서 자칫 집값이 떨어질까 하는 걱정에 빠져 있다.

요즘 대부분의 중산층은 이 5명의 상황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최근 주택 거래가 늘면서 집 없는 서민과 하우스푸어의 고민이 특히 커지고 있다. 집을 구입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사야 할지 막막해서다.

사실 가격만 생각하면 앞으로 2년간은 전세가 낫다. 집값이 연간 4% 이상 오른다면 매매가 전세보다 유리하지만 올해 그만큼 오를 가능성은 낮다. 전세금이 많이 올랐지만 전세로 살면 비용 부담이 적다. 취득세와 재산세를 낼 필요가 없고, 집에 묶이는 돈의 비중이 매매보다는 훨씬 낮다. 서울 강남 · 위례신도시, 경기 평택 · 안성 · 오산 등지는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지만 대부분 지역은 전세로 사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집을 사야 한다면 그 이유는 2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전세 난민’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년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 있다는 압박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 이사를 나가야 할 때 내가 복비를 치러가며 세입자를 구해줘야 하는 부당한 현실도 세입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정말 이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편익이다. 또 한 가지, 집을 갖고 있으면 혹시 다가올 지 모를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할 경우 집은 재기의 발판이 된다. 한동안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내 집 마련을 해두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집값의 뒤통수를 쫓아다니지 말라
집 구매 요령을 살펴보기에 앞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는 ‘집값에만 매몰되지 말라’는 것이다.

2001년 초부터 2006년 중반까지는 이른바 ‘부동산 대세 상승기’였다. 이 기간 주택가격은 40%가량 상승(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 지수 기준)했다. 언론 기사는 집값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가격의 뒤를 따라다녔다. 인터넷에 ‘부동산, 아파트, 대세 상승’이라는 키워드로 기사 검색을 해봤더니 가격 상승기 초반이던 2001년 4~9월 관련 기사 건수는 20건이지만 가격이 꼭짓점을 찍은 2006년 하반기에는 1백2건에 이르렀다. 이런 기사의 후행성은 흐름을 뒤따라가는 언론의 특성상 생긴 현상이다. 주목할 점은 주택 관련 기사량이 크게 늘었을 때 매매를 결정하면 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집값 관련 기사의 절대량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거래가 본격화되면 관련 기사가 늘어나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며 호가를 올린다. 집을 사려던 수요자는 가격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꼴이 된다. 이래서는 승산이 없다.


2015 내 집 마련 플랜! 집 사려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적어지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늘고 있다. 3월 말 분양된 서울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어디에 어떤 집을 살까
얼마 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유명한 시장분석가에게 ‘좋은 집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하는가’ 물었다. 그는 머뭇거렸다. “솔직히 시장의 흐름은 알지만 지역별로 어떤 집이 왜 좋은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집을 사는 이유와 내가 살 집이 갖춰야 할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남향에 층간 소음이 적은 대단지 아파트라는 일반적인 조건 이외에 ‘어디에 집을 살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요즘 전문가들이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추천하는 아파트의 순서를 매기자면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서울 도심의 역세권 단지, 수도권의 서울 위성도시, 지방 역세권 대단지 등이다. 이 순서는 현재 가격을 놓고 봤을 때 장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주택들이므로 실수요자들이 내가 들어가 살 집을 고르는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의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낡은 집은 투자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직접 들어가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이런 집을 사서 깨끗하게 뜯어고치고 재건축이 될 때까지 살다 재건축 때 2, 3년 나와 산 후 집 크기를 넓혀 입주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 있는 집이 좋은가’라는 질문은 빼고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 찾아보면 다양한 기준이 나온다. 기자에게 좋은 집은 20년이 안 된 깨끗한 집,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학원이 가까운 집, 교통이 편리해 시내 진입이 용이한 집, 대형 슈퍼마켓과 영화관 등 생활 편의시설이 가까운 집이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아무리 서울 강남 알짜배기 지역의 집이라도 녹물이 나오는 집에선 못 산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격을 제외한 나만의 기준을 정해 집을 고르는게 중요하다.


급매물, 경매 물건부터 고려
무주택자가 먼저 생각할 점은 주택 시장의 심리다. 이 시장은 증시와 달리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거래가 없어도 시장에 잠재된 심리가 집을 사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면 어느 순간 계기만 생기면 금방 너도나도 매수에 나설 수 있다. 그때 가서는 어떤 조언도 통하지 않는다. 반대로 전반적인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라면 무주택자에게는 좀 더 시간이 있다. 무주택자가 주거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접근법은 2가지다.

먼저 일반 매매 시장의 급매물을 노려라.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이고 이사에 넌덜머리가 난 상태라면 적극 고려해볼 카드다. 아직은 집주인들이 완전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전이다. 장점은 급매물이 꽤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급매물로는 입지, 향, 층 같은 조건이 딱 마음에 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도 부족하다. 급매물이 소진되면 기회는 더 없다.

다음으로 법원 경매를 주시하라. 요즘 대단히 뜨거운 시장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점이 부각돼서다. 쉽게 뛰어들기는 어렵다. 입지가 좋은 아파트가 경매로까지 넘어왔다면 얼마나 사연이 많겠는가. 권리관계를 분석하는 일부터 낙찰 후 세입자를 내보내는 문제(명도)까지 일이 많다. 낙찰받는 사람들을 보면 일반 매매보다 10% 정도 싸게 사고 있다. 중개업소에서 사면 5억원인데 경매를 통하면 4억5천만원 정도에 산다는 말이다. 이 차액이 실타래를 푸는 수고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스스로 실타래를 풀면 경매 컨설팅비(낙찰가의 1%)를 아낄 수 있다.

적정한 매매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중개업소의 시세표는 주먹구구로 작성된다. 시세는 집주인이 팔기를 희망하는 호가인 경우가 많은데도 마치 실거래가격인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알짜배기 매물(가격도 싸고 집주인이 팔 의사가 높아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매물)은 중개업소가 숨겨두고 단골 고객에게만 연락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알려진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왜곡이 생길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점을 역이용할 수 있다. 신문 시세표나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에 먼저 전화를 걸라. 당신이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얼마에 팔 수 있느냐’고 물어보라. 당신이 집을 팔려는 사람이라면 ‘아파트를 사려는데 얼마짜리 매물이 나와 있느냐’고 물어보라.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니 꼭 연락을 달라’는 말도 남겨라. 가장 정확한 시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중개업자들은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다. 정말 집을 팔려는 것처럼, 정말 집을 사려는 것처럼 물어보지 않는다면 솔직한 정보도 얻기 어렵다.


‘그때 살 걸’ 하는 후회에 매몰되지 말라
현재 연간 대출금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10%가 안 된다면 추가 대출을 받아 거주희망 지역에서 매물을 찾아 나설 만하다.

만약 지금 전세로 사는 집이 앞으로도 살고 싶은 집이라면 빨리 협상을 시작하라. 하지만 노후 대비 투자계획을 치밀하게 짜뒀는데 집 구입으로 이 계획이 무너진다면 집을 사지 않는 편이 낫다.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과거에서 배우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전적으로 현재에 초점을 두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재미를 볼 수 있다(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적용하면, 2000년대 초중반 같은 대세 상승은 잊는 게 바람직하다. 역사 속의 기록일 뿐이다. 지금 자신의 자산 상태와 적당한 주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게 급하다. 그래야 내 집을 마련하든지, 전세로 계속 살지 결정할 수 있다.


홍수용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다. 종합 재테크 안내서인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2013)를 썼다. 2013년부터 동아일보에 고정칼럼 ‘죽을 때까지 월급 받고 싶다’를 연재 중이다.



글 · 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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