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의 전성시대다. 화끈하고 털털한 입담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김성경 역시 연예계가 주목하는 대기만성 블루칩. 그의 연기 도전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좋은 건 좀 더 솔직하고 대범해진다는 것이다. 포장과 가식, 허영심을 벗어던지고 편안함과 자유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목숨과도 같은 방송인의 경우 완벽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최근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는 방송인 김성경(42)의 변신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드라마 두 편에 동시 캐스팅돼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최근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쾌활하고 솔직했다.
1993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한 김성경은 입사 초부터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2년 프리랜서 선언 후에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이어가며 정제된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그러다 그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고부터. 당시 그는 언니인 김성령에 대해 얘기하던 중 “솔직히 언니랑 안 맞는다. 싸우고 말 안 한 지 2년이 넘었다”는 폭탄 발언을 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다행히 두 사람은 이후 SBS ‘땡큐’에 출연해 화해의 물꼬를 텄고 현재는 날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카메라에 불만 들어오면 정자세가 되고, 작은 것 하나도 책잡히지 않으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애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나이 마흔이 넘어가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톱스타인 고현정 씨, 이미연 씨, 김남주 씨도 나이 들면서 더욱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제가 뭐라고 언제까지 예쁜 척, 우아한 척하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라디오 스타’ 출연 섭외가 들어왔고 녹화 일주일 전부터 ‘가식 떨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지’ 하고 수백 번을 다짐하고 나갔죠. 그러다 저도 모르게 터져나온 게 성령 언니 얘기예요(웃음). 처음엔 너무 회자가 돼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언니와 오랜만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고, 지금은 사이가 무척 좋아요. 전업주부인 큰언니까지 저희 세 자매 문자 메시지 대화방이 있는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요.”
경쟁 상대에서 친구로 돌아선 언니 김성령
최근에는 김성령을 따라 프랑스 칸 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성령이 출연한 영화 ‘표적’이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면서 언니도 초대를 받은 것. 그도 마침 3년 가까이 진행을 맡았던 MBC 아침토크쇼 ‘기분 좋은 날’에서 하차한 터라 기분 전환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짐을 꾸렸다고 한다. 칸 해변의 이국적인 정취는 물론 수많은 영화인들 틈에서 왜 그토록 사람들이 영화에 열광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김성경은 “언니 덕분에 방송 하차로 인한 허전함과 서운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언니가 정말 예뻤어요. 요즘 언니는 지금껏 제가 살면서 본 모습 중에 가장 예쁜 거 같아요. 사실 미스코리아 대회 나갔을 때만 해도 그렇게 예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웃음), 요즘 정말 미모에 물이 오른 것 같아요. 언니와 호텔방을 같이 썼는데, 피곤한 와중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마다 스트레칭을 하더라고요. 둘이 와인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그때 언니가 가장 많이 한 말이 ‘마음을 비워라’였어요. 지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요. 그러면서 ‘사람들은 내가 갑자기 뜬 거라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어’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항상 저는 언니가 저보다 훨씬 유명하니까 연기자로서 갈등이나 고민이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10년이란 세월 동안 남모르게 자신을 단련시켰고 결국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까 언니가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그가 처음 연기 제의를 받고 자신 없어할 때도 가장 큰 용기를 준 사람이 김성령이다. 아나운서로서의 길만 고집하지 말고 방송과 관련해 다양한 도전을 해보라고 조언해줬다고 한다. 또 자신이 현재 출연 중인 연극 ‘미스 프랑스’ 연습실로 불러 연기 현장 분위기도 알려주고, 연출가에게 직접 그를 소개시키며 “다음에 한번 무대에 설 기회를 달라”는 청탁(?)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언니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김성경은 방송 데뷔하고 처음으로 색다른 외도를 경험하게 됐다. 첫 도전 대상은 7월 중순 방송을 시작한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부의 상징인 청담동에서 펼쳐지는 스캔들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김성경은 주인공 최정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닥터 윤으로 출연한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아나운서 출신다운 안정된 목소리와 신뢰감을 주는 외모가 그를 캐스팅한 주된 이유라고 한다. 8월 중순부터는 MBC 드라마넷 ‘태양의 도시’ 촬영도 들어간다. 극 중 김성경은 건축업계의 큰손으로 강하면서도 여린 캐릭터를 맡게 됐다.
“영화에 앵커로 카메오 출연을 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연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아직은 많이 두렵고 마음이 복잡해요. 하지만 아나운서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시기에 새로운 자극제를 만난 거죠. 며칠 전에 ‘청담동 스캔들’을 처음 찍었는데,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덜 긴장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기사 댓글을 보니까 ‘언니가 그렇게 부러웠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김성경이 연기도 제법 하네’라는 소리를 듣도록 열심히 해야죠(웃음).”
인생의 기준점은 아들
김성경은 열다섯 살 된 아들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7년째 싱가포르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은 얼마 전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 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학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지만 다행히 아이는 낯선 환경임에도 처음부터 친구들을 잘 사귀고 공부도 잘해 그의 걱정을 덜어줬다고 한다.
“아이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뭔가를 결정할 때 항상 아이가 기준점이 돼요. 이번에도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아이한테 가장 먼저 물어봤어요. 아이는 연기한다는 소리에 막 웃더니 ‘이상하긴 하지만 재밌을 거 같아. 한번 해봐요’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아이한테는 좀 엄격한 엄마예요. 칭찬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대신 한번 할 때는 확실하게 해주죠. 그래서 아이도 저한테 칭찬을 받으면 자기가 정말 잘한 걸로 알고 더욱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야단을 칠 때도 확실하게 하는 편이라 아이도 자기 잘못에 대해 깨끗이 수긍하더라고요.”
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유학 생활은 만족스럽다고 한다. 처음 학교를 선택할 때도 성공이 아닌 아이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학교 이념에 믿음이 갔다는 그는 아이의 사고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신뢰가 생겼다고. 특히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아이를 보니,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글로벌 인재로서의 책임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가치관이 제대로 서 있는 걸 느꼈다고. 반면 사춘기여서 그런지 요즘 들어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고 별거 아닌 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공격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반항적인 모습도 보여요. 하지만 아이 성격 자체가 워낙 밝아서 ‘이것도 한때다’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고요(웃음). 아이를 키워보니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거더라고요.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비싼 학비를 대려면 제가 열심히 뛰어야 해요. 하하.”
안정적인 가정 꾸리고 싶은 마음 있어
지난해 3세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김성경은 얼마 전에는 방송에서 결별 사실도 쿨하게 털어놓았다. 이 역시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을 일일 테지만 그는 “혼자 산 지도 오래됐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연애하는 걸 굳이 감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요즘도 소개팅을 꾸준히 하면서 ‘연애 세포’가 죽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한다.
“혼자 산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싱글도 나쁘지 않아요. 또 타인으로부터 적당한 동정심을 받으며 사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요. 하하.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지인들에게 아이 일 관련해서 뭔가를 부탁하면 모두들 기꺼이 들어주시거든요(웃음). 가끔은 편하게 산다며 부러워하는 분들도 계세요. 솔직히 편하기는 해요. 요즘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나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일찍 안 일어나도 되거든요. 식사 챙겨야 할 식구가 있는 게 아니니까 저 혼자 먹고 싶을 때 먹고, 여행 가고 싶을 때 가고 그러죠. 그래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어릴 땐 스펙 훌륭하고 지적인 남자가 좋았는데 요즘은 함께 있을 때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즐겁게 살아야 하잖아요. 하하.”
김성경은 앞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인생의 계단을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는 언니에게 느끼는 묘한 경쟁심으로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적도 있고 아나운서로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울감에 빠진 적도 있지만, 이제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고쳐 매려 한다. ‘기분 좋은 날’ 마지막 녹화 후 혼자 떠난 전남 여수 여행에서도 새로운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했던 방송이라 그만두고는 마음 정리가 필요했는데 혼자 오동도를 걸으면서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칭찬을 해줬어요. ‘그래, 이만큼이면 잘해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고요. 사실 그동안 왠지 모를 불안감에 속으로 ‘더! 더!’를 외치며 제 자신을 몰아붙였거든요.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유를 갖고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글·김유림 기자|사진·지호영 기자
나이가 들어 좋은 건 좀 더 솔직하고 대범해진다는 것이다. 포장과 가식, 허영심을 벗어던지고 편안함과 자유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목숨과도 같은 방송인의 경우 완벽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최근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는 방송인 김성경(42)의 변신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드라마 두 편에 동시 캐스팅돼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최근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쾌활하고 솔직했다.
1993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한 김성경은 입사 초부터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2년 프리랜서 선언 후에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이어가며 정제된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그러다 그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고부터. 당시 그는 언니인 김성령에 대해 얘기하던 중 “솔직히 언니랑 안 맞는다. 싸우고 말 안 한 지 2년이 넘었다”는 폭탄 발언을 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다행히 두 사람은 이후 SBS ‘땡큐’에 출연해 화해의 물꼬를 텄고 현재는 날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카메라에 불만 들어오면 정자세가 되고, 작은 것 하나도 책잡히지 않으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애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나이 마흔이 넘어가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톱스타인 고현정 씨, 이미연 씨, 김남주 씨도 나이 들면서 더욱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제가 뭐라고 언제까지 예쁜 척, 우아한 척하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라디오 스타’ 출연 섭외가 들어왔고 녹화 일주일 전부터 ‘가식 떨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지’ 하고 수백 번을 다짐하고 나갔죠. 그러다 저도 모르게 터져나온 게 성령 언니 얘기예요(웃음). 처음엔 너무 회자가 돼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언니와 오랜만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고, 지금은 사이가 무척 좋아요. 전업주부인 큰언니까지 저희 세 자매 문자 메시지 대화방이 있는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요.”
경쟁 상대에서 친구로 돌아선 언니 김성령
최근에는 김성령을 따라 프랑스 칸 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성령이 출연한 영화 ‘표적’이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면서 언니도 초대를 받은 것. 그도 마침 3년 가까이 진행을 맡았던 MBC 아침토크쇼 ‘기분 좋은 날’에서 하차한 터라 기분 전환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짐을 꾸렸다고 한다. 칸 해변의 이국적인 정취는 물론 수많은 영화인들 틈에서 왜 그토록 사람들이 영화에 열광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김성경은 “언니 덕분에 방송 하차로 인한 허전함과 서운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언니가 정말 예뻤어요. 요즘 언니는 지금껏 제가 살면서 본 모습 중에 가장 예쁜 거 같아요. 사실 미스코리아 대회 나갔을 때만 해도 그렇게 예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웃음), 요즘 정말 미모에 물이 오른 것 같아요. 언니와 호텔방을 같이 썼는데, 피곤한 와중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마다 스트레칭을 하더라고요. 둘이 와인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그때 언니가 가장 많이 한 말이 ‘마음을 비워라’였어요. 지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요. 그러면서 ‘사람들은 내가 갑자기 뜬 거라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어’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항상 저는 언니가 저보다 훨씬 유명하니까 연기자로서 갈등이나 고민이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10년이란 세월 동안 남모르게 자신을 단련시켰고 결국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까 언니가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그가 처음 연기 제의를 받고 자신 없어할 때도 가장 큰 용기를 준 사람이 김성령이다. 아나운서로서의 길만 고집하지 말고 방송과 관련해 다양한 도전을 해보라고 조언해줬다고 한다. 또 자신이 현재 출연 중인 연극 ‘미스 프랑스’ 연습실로 불러 연기 현장 분위기도 알려주고, 연출가에게 직접 그를 소개시키며 “다음에 한번 무대에 설 기회를 달라”는 청탁(?)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언니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김성경은 방송 데뷔하고 처음으로 색다른 외도를 경험하게 됐다. 첫 도전 대상은 7월 중순 방송을 시작한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부의 상징인 청담동에서 펼쳐지는 스캔들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김성경은 주인공 최정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닥터 윤으로 출연한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아나운서 출신다운 안정된 목소리와 신뢰감을 주는 외모가 그를 캐스팅한 주된 이유라고 한다. 8월 중순부터는 MBC 드라마넷 ‘태양의 도시’ 촬영도 들어간다. 극 중 김성경은 건축업계의 큰손으로 강하면서도 여린 캐릭터를 맡게 됐다.
“영화에 앵커로 카메오 출연을 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연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아직은 많이 두렵고 마음이 복잡해요. 하지만 아나운서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시기에 새로운 자극제를 만난 거죠. 며칠 전에 ‘청담동 스캔들’을 처음 찍었는데,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덜 긴장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기사 댓글을 보니까 ‘언니가 그렇게 부러웠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김성경이 연기도 제법 하네’라는 소리를 듣도록 열심히 해야죠(웃음).”
“혼자 산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싱글도 나쁘지 않아요. 또 타인으로부터 적당한 동정심을 받으며 사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요. 하하.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지인들에게 아이 일 관련해서 뭔가를 부탁하면 모두들 기꺼이 들어주시거든요(웃음).”
인생의 기준점은 아들
김성경은 열다섯 살 된 아들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7년째 싱가포르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은 얼마 전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 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학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지만 다행히 아이는 낯선 환경임에도 처음부터 친구들을 잘 사귀고 공부도 잘해 그의 걱정을 덜어줬다고 한다.
“아이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뭔가를 결정할 때 항상 아이가 기준점이 돼요. 이번에도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아이한테 가장 먼저 물어봤어요. 아이는 연기한다는 소리에 막 웃더니 ‘이상하긴 하지만 재밌을 거 같아. 한번 해봐요’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아이한테는 좀 엄격한 엄마예요. 칭찬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대신 한번 할 때는 확실하게 해주죠. 그래서 아이도 저한테 칭찬을 받으면 자기가 정말 잘한 걸로 알고 더욱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야단을 칠 때도 확실하게 하는 편이라 아이도 자기 잘못에 대해 깨끗이 수긍하더라고요.”
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유학 생활은 만족스럽다고 한다. 처음 학교를 선택할 때도 성공이 아닌 아이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학교 이념에 믿음이 갔다는 그는 아이의 사고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신뢰가 생겼다고. 특히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아이를 보니,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글로벌 인재로서의 책임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가치관이 제대로 서 있는 걸 느꼈다고. 반면 사춘기여서 그런지 요즘 들어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고 별거 아닌 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공격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반항적인 모습도 보여요. 하지만 아이 성격 자체가 워낙 밝아서 ‘이것도 한때다’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고요(웃음). 아이를 키워보니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거더라고요.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비싼 학비를 대려면 제가 열심히 뛰어야 해요. 하하.”
치열했던 20·30대를 거쳐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일을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김성경. <br>
안정적인 가정 꾸리고 싶은 마음 있어
지난해 3세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김성경은 얼마 전에는 방송에서 결별 사실도 쿨하게 털어놓았다. 이 역시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을 일일 테지만 그는 “혼자 산 지도 오래됐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연애하는 걸 굳이 감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요즘도 소개팅을 꾸준히 하면서 ‘연애 세포’가 죽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한다.
“혼자 산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싱글도 나쁘지 않아요. 또 타인으로부터 적당한 동정심을 받으며 사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요. 하하.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지인들에게 아이 일 관련해서 뭔가를 부탁하면 모두들 기꺼이 들어주시거든요(웃음). 가끔은 편하게 산다며 부러워하는 분들도 계세요. 솔직히 편하기는 해요. 요즘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나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일찍 안 일어나도 되거든요. 식사 챙겨야 할 식구가 있는 게 아니니까 저 혼자 먹고 싶을 때 먹고, 여행 가고 싶을 때 가고 그러죠. 그래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어릴 땐 스펙 훌륭하고 지적인 남자가 좋았는데 요즘은 함께 있을 때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즐겁게 살아야 하잖아요. 하하.”
김성경은 앞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인생의 계단을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는 언니에게 느끼는 묘한 경쟁심으로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적도 있고 아나운서로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울감에 빠진 적도 있지만, 이제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고쳐 매려 한다. ‘기분 좋은 날’ 마지막 녹화 후 혼자 떠난 전남 여수 여행에서도 새로운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했던 방송이라 그만두고는 마음 정리가 필요했는데 혼자 오동도를 걸으면서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칭찬을 해줬어요. ‘그래, 이만큼이면 잘해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고요. 사실 그동안 왠지 모를 불안감에 속으로 ‘더! 더!’를 외치며 제 자신을 몰아붙였거든요.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유를 갖고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글·김유림 기자|사진·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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