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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겨울이 오기만 기다렸다! 철원평야 탐조 여행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3.12.30 15:30:45

‘최전방’이란 수식어 때문에 멀게만 느껴지지만 서울 시청에서부터 90km, 충남 천안보다 가깝다. 얼어붙은 철원평야에 활기를 더하는 것은 매년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이다. 두루미의 우아한 날갯짓에 감탄하는 탐조 여행과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안보 관광을 동시에 만끽하는 철원으로 떠났다.


겨울이 오기만 기다렸다! 철원평야 탐조 여행


두루미의 우아한 날갯짓 철원평야
철원은 한반도 한가운데에 위치해 예로부터 정치·군사적 요충지였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는 철원 북방 풍천원 벌판에 궁궐을 짓고 태봉국의 수도로 삼았다. 평강고원과 철원평야로 펼쳐진 드넓은 들판은 대동방국의 웅지를 품기에 충분한 터전이었을 것이다. 그 태봉국 도성을 지금의 휴전선이 정확히 반으로 자르고 있어 분단의 아픔이 더하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겨울 진객 두루미들이 우아한 날갯짓을 뽐낸다.
중부 전선, 철원평야의 겨울은 두루미의 계절이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로 보호받는 귀한 새. 번식지인 몽골 초원에서 어미 새가 새끼들을 데리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왔다고 생각하니 기특하기만 하다. 쇠기러기, 청둥오리, 검독수리 등 수많은 철새도 날아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논과 저수지를 오가며 장관을 이룬다. 철새 도래지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는 고라니를 만나는 행운을 기대해도 좋다. 겨울 철새가 철원평야를 찾아오는 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민통선 덕분이다.

겨울이 오기만 기다렸다! 철원평야 탐조 여행

 1 월정리역 부근에 조성된 철원두루미관. 철새 도래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조류와 동물 박제 9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 1988년 복원된 월정리 역사.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래서 두루미로 대표되는 철원의 철새 탐조 관광을 하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다. 개인 및 단체별로 사흘 전에 예약 신청(033-455-8275)을 해야 한다.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고석정 관광지)에서 출발한다. 철새들의 스트레스 방지를 위해 개인 차량의 출입은 제한되며 버스 관광만 허용된다. 코스는 3시간 정도로 양지리 토교저수지~철원평화전망대~아이스크림고지 등이다. 단체의 경우 출발 7일 전까지 철원군 관광문화과(033-450-4466)로 문화관광해설사를 신청하면 흥미진진한 해설이 곁들여진 탐조 여행을 맛볼 수 있다.
‘뚜루~ 뚜루~.’ 자유로이 남과 북을 넘나들며 철원평야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들은 내년 봄 다시 서식지로 돌아간다. ‘학수(鶴壽)’. 천년의 장수를 상징하는 두루미가 철원과 한반도에 평화와 안녕을 가져다주길 바란다.


겨울이 오기만 기다렸다! 철원평야 탐조 여행

 1 ‘철원 8경’의 하나로 꼽히는 고석정 주변 한탄강 계곡. 물과 바위, 숲의 조화가 일품으로 ‘선덕여왕’ ‘추노’ ‘상어’ ‘무사 백동수’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2 60여 년의 세월 속에 잊고 살았던 분단의 현실을 다시 체감하게 되는 땅굴 견학.
3 철원평화전망대에서 휴전선 비무장지대뿐만 아니라 북한 선전마을까지 볼 수 있다.





임꺽정의 전설 숨 쉬는 고석정
철원평야를 가로지르는 한탄강을 승일교가 잇고 있다. 등록문화재로 관리되면서 통행이 금지된 이 다리를 거슬러 오르면 조선 중기 의적 임꺽정의 전설이 숨 쉬는 고석정을 만날 수 있다. 철원 8경의 하나인 이곳에 들어서면 절벽 사이로 맑은 강물과 꿈속에서나 본 듯한 선경이 드러난다. 고석정은 강 중앙의 고석과 정자, 주변 계곡을 총칭해 부르는 말이다. 특히 현무암 협곡 가운데 약 20m 높이로 우뚝 선 화강암 바위 앞에선 대자연이 빚어낸 솜씨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임꺽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는 6·25전쟁 때 파괴된 것을 1971년에 다시 지었다. 한겨울의 고석정은 색다른 운치를 제공한다. 눈 내리는 날엔 수풀에 쌓인 눈꽃이, 날이 풀리면 계곡 안을 자욱하게 감싸는 안개가 절경이란다. 또 임꺽정이 숨어 지냈다는 고석정 밑 동굴 구경은 순전히 겨울이 주는 선물이다. 인근에 고석정랜드라는 놀이동산과 관광 시설도 자리하고 있다.

분단의 현실 실감하는 제2땅굴
철원군과 6사단의 관리 아래 매년 20만 명이 찾는다는 대표적인 안보 교육의 장이다. 제2땅굴은 1973년 군사분계선 철책 근처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초병 2명이 우연히 땅속에서 울리는 폭음을 듣고 발견했다. 당시 소리가 난 자리에 시추 장비를 동원해 끈질긴 굴착 작업을 벌인 끝에 45개 시추공 중 7개가 땅굴 내부를 관통하면서 1975년 3월 한국군 지역에서 두 번째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내부 수색 작전 중 지뢰와 부비 트랩에 의해 국군 8명이 전사했다. 이 땅굴은 견고한 화강암층으로 지하 50~160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땅굴의 총길이는 3.5km에 달한다. 그중 일부는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1.1km까지 파내려와 있고, 그 규모는 높이 2m의 아치형 터널로 중무장한 병력과 야포 등 대규모 침투가 가능하도록 특수 설계됐다. 철원 땅굴은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1972년 파기 시작했다고 한다. 땅굴은 그렇게 말과 실제가 다른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사는 우리의 험한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무장지대 절경 한눈에 철원평화전망대
2007년 10월 개관한 곳으로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우거진 수풀과 토교저수지 등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층 전망대에 서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평강고원, 북한 선전마을까지 볼 수 있다. 정밀 망원경 시설과 지형 축소판 등이 설치돼 민족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비무장지대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 60여 년이 흘렀기 때문이리라. 철원평야의 광활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은 잠시나마 DMZ의 삭막함을 잊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DMZ를 경계 짓고 있는 철조망이 더욱 안타깝게 보인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월정리역
1914년 강원도 내에서 제일 먼저 부설된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227km 구간의 산업 철도로, 철원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을 수송하는 간선 철도였다. 지금의 월정리 역사는 철원 안보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88년 복원됐다. 역 맞은편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다. 6·25전쟁 당시 이 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와 유엔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가 앙상한 골격을 드러낸 채 누워 있다. 복원된 역사 인근엔 평화문화광장과 평화문화관이 있다. 평화문화관은 2011년 지상 2층 규모로 전쟁과 분단의 고통, 평화, 철원의 역사 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철원두루미관도 있는데, 2층 자연과 철새관에선 철원이 철새 도래지가 된 배경을 알 수 있고 3층 두루미관에는 조류와 동물 박제 9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근대문화유산 된 노동당사
철원은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으나 휴전 후 남한으로 편입된 ‘수복 지구’다. 남한과 북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했던 곳이라 할 수 있다. 노동당사 건물은 1945년 8·15광복 후 북한이 공산 정권 강화와 주민 통제를 목적으로 지었다. 3층짜리 건물은 시멘트와 벽돌로 지어진 벽체가 워낙 두꺼워 전쟁의 피해 속에서도 그 뼈대만큼은 건재했다고 한다. 노동당사는 2002년 5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2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건물에 뚜렷이 남아 있는 포탄과 총탄의 흔적 속에 전쟁의 참혹함을 발견할 수 있다.



글·박길명 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여성동아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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