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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재밌다! 슈틸리케 감독의 마법 축구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글·김명희 기자|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입력 2015.03.18 13:45:00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사람들이 다시 축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투지를 되찾았고, 경기는 박진감이 넘친다. 그 중심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능수능란하게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있다.
드라마보다 재밌다! 슈틸리케 감독의 마법 축구
지난 1월 31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패한 후 한국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가슴속에 깊이 우러난 말이 있어 한국어로 준비한 게 있다”라며 양복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손흥민(23·바이에르 레버쿠젠)의 동점골로 연장전까지 간 뒤의 패배였기에 아쉬움이 큰 경기였지만, TV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마음도 슈틸리케 감독과 같았다. 아시안컵을 치르는 동안 한국 대표팀은 분명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미래가 기대됐다.

지난해 9월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첫 시험대인 아시안컵에서 재미와 감동을 안기며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한동안 시들했던 축구 열기에 다시 불을 붙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급상승한 TV 중계 시청률(8강전 15.2%, 4강전 25.3%, 결승전 36%)이 그 방증이다. 슈틸리케는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한국은 마지막으로 감독 맡는 팀

지난해 7월 브라질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홍명보 감독이 사퇴한 후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사령탑을 영입하기 위해 세계 유명 감독들과 접촉했다. 협회 측은 경험이 풍부하고, 계약 기간(4년) 동안 한국에 주로 머물며, A매치가 없는 기간에는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힘써 줄 지도자를 물색했지만 대부분 외국 유명 감독들은 가족의 곁을 떠나 한국에서 사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그런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감독을 하려면 반드시 그 나라에 가서 사는 게 옳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내가 마지막으로 감독을 맡는 팀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뜨내기가 아닌, 열정을 갖고 헌신하겠다는 자세가 한국 축구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선수 발굴과 용병술의 귀재



드라마보다 재밌다! 슈틸리케 감독의 마법 축구

한국 축구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더 흥미진진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와의 친선 경기 당시 모습.

슈틸리케 감독은 겉모습은 평범한 외국인 할아버지 같지만 알고 보면 독일의 엘리트 축구인 출신이다. 1973년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1977년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후 스페인 리그 ‘프리메라리가’의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4회나 수상한 전설적인 수비수다. 1988년 현역에서 은퇴, 이듬해 스위스 대표팀 감독, 독일 대표팀 코치, 독일 유소년팀 감독을 역임한 뒤 2006년부터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을 맡아 아프리카의 강호로 조련해냈다. 2008년 갑자기 아들을 잃은 후 코트디브아르 감독직에서 물러나 한국에 오기 전까지 스위스, 카타르 등의 프로팀 감독으로 활동했다.

감독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다. 아시안컵만 보자면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은 합격점 그 이상이다. 우선 그가 대표팀에 새로 발탁한 이정협(23·상주 상무)은 호주와의 조별 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 발탁 전 그를 보기 위해 다섯 차례나 K리그 경기를 찾는 등 신중을 기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을 막아내며 준결승까지 무실점 경기를 이끈 골키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전 경기를 풀 타임으로 소화하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수비수 김진수(23·호펜하임) 역시 슈틸리케가 발굴한 원석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교체된 선수가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한 경우도 많다. 쿠웨이트와의 조별 리그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남태희(24·레크위야 SC),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환상적인 드리블 후 어시스트로 손흥민의 결승골에 도움을 준 차두리(35·FC서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4강에서 우리와 맞붙을 한 팀이 될) 이란과 이라크가 체력 소모를 위해 연장전까지 가면 좋겠다, 결승 상대는 여지없이 호주가 될 것 등의 예언이 적중하면서 많은 얘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듣기 좋은 말만 하지 않는다. 쿠웨이트전 승리 후에는 “우리가 질 뻔한 경기였다. 오늘부로 우리는 강력한 우승 후보에서 제외됐다”며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이라크전 승리 후에도 “공을 많이 놓쳤다. 결승까지 가서 좋은 경기를 보이려면 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며 따끔한 일침으로 예방주사를 놨다. 승부에 매몰되지 않는 객관적인 코멘트는 축구 팬들이 슈틸리케호를 신뢰하는 바탕이 됐다.

한국 사람들, 축구 더 사랑하길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를 보면 그의 관심이 오직 성적에만 머물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탄 배달 봉사 활동, 자선 경기 등을 통해 일반인들과 스킨십을 쌓는 한편 프로축구 K리그, 여자 축구, 유소년 축구까지 꼼꼼하게 챙기면서 축구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2000년~2006년 독일 유소년팀 감독을 맡아 오늘날 독일 축구 대표팀의 기반을 다진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축구 관계자들에게 유소년 축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주길 당부한다.

아시안컵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지난해 10월 상주 상무와 서울FC의 FA컵 준결승을 보러 갔다가 관중이 수백 명에 불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TV에서 축구 경기를 중계하다가 도중에 끊기는 불상사가 없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정치나 경제가 아닌 축구를 이야기하는 풍토가 마련되는 것,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다”라고 말했다. 이제 출발한 슈틸리케호가 한국 축구에 가져올 변화가 벌써 기대된다.

디자인·이지은

여성동아 2015년 3월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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