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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사유리의 눈물

글·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5.03.17 11:12:00

방송 리포터로 맛집을 찾아갔다가 “맛이 없어요!”라고 해 주인을 당황케 하는가 하면, 글래머러스한 스타 앞에서 “걱정하고 왔는데 그 정도밖에 안 되냐”며 자신의 가슴 뽕을 빼는 사유리.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신발 중 방송에서는 가장 화려한 신발을 신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가장 편안한 신발’을 신은 사유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후지타 사유리의 눈물
TV를 통해 독특하고 재밌는 행동을 보아온 터라 후지타 사유리(36)와의 만남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근 펴낸 에세이집 ‘눈물을 닦고’(넥서스BOOKS)를 읽고 나서 그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Give and Take라는 말은 서로 주고받는다는 뜻이지만 여기서 기브라는 말이 앞에 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나도 주니 너도 줘, 가 아닌 내가 먼저 주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입버릇처럼 고맙다, 라고 말했다. 내가 엄마에게 고마운 일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착한 일을 하면 잘했다, 라고 말하는 대신 고맙다, 라고 말했다’ ‘어디서 낙하하면 낙오자가 되는 거지? 그런 선은 어디에도 없어. 우리의 삶만큼 수많은 선(길)이 있단다’라는 등의 그의 글에선 우리가 알던 4차원 엉뚱녀가 아닌, 담담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개념녀의 모습이 엿보인다.

일본 도쿄 출신인 그는, 한국인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엄격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기독교여자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닌자 공부를 하다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나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됐고, 2007년 KBS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리포터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채널뷰의 ‘맛있는 원샷’을 진행하며 여러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라부 스토리’와 같은 일본식 발음만 아니었다면 이방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사유리와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했던 만남.

낯가림 심하지만 애써 극복하려 하지 않아

▼ 차분하고 진지한 내용의 에세이 ‘눈물을 닦고’는 사유리 씨 평소 이미지를 뒤집는 책인 것 같아요. 제목은 어떻게 지었나요?

처음에는 ‘내가 뭔데?’로 하고 싶었어요.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 다른 사람을 존경하자’는 뜻인데, 그걸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출판사에서도 건방지고 시니컬한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희망 있는 메시지로 가자’는 의견을 담아, 지금 제목으로 결정됐어요. 지금 제목도 마음에 들어요(웃음).



후지타 사유리의 눈물
▼ 책에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하면서,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는 최대한 좋아 보이는 신발을, 방송에 나올 때는 화려한 신발을, 편한 사람을 만날 때는 운동화처럼 가벼운 신발을 꺼내 신는다’는 이야기가 와 닿았어요.

집에 있는 신발장을 열어 보면 그 안에 다양한 종류의 신발이 있어요. 그날의 날씨에 따라, 장소에 따라, 만나는 사람에 따라 신발이 다르죠. 저 역시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요. 제가 사람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 진짜예요?’인데, 밥그릇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밥 달라고 하는 것도 제 모습이고 천생 여자처럼 조용히 글쓰는 것도 제 모습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보시다시피 편안한 신발을 신고 왔어요.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드려야하는 자리니까요.

▼ 맛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맛이 없다”고 한 것도 방송 콘셉트가 아닌 진짜 생각을 말한 거였나요?

프로그램에 처음 들어갈 때마다 스태프들에게 말하곤 해요. “나는 대본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읽지 못한다”고. 제 생각과 다른 내용을 말하라고 하면, 아마추어처럼 대본을 어색하게 읽어버리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늘 편집을 당했어요. 방송이라도 즉흥적으로, 느낀 그대로 바로 말해야 해요. 그런데 방송 중이라도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말이 없어져요. 반면에 좋아하는 사람이 MC로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말이 잘 나와요. 김구라 오빠를 좋아하는데, 그분과 방송하면 편해요. 김구라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립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옛날부터 알던 사람처럼 편했어요.

▼ 벌써 방송 경력 8년 차예요.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잘못하면 그냥 저 혼자 욕을 먹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다 똑같은 행동을 하면 “일본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욕을 먹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제게 운전을 배우지 말라고 해요. 만일 제가 교통사고라도 내서 사람을 다치게 하면 사람들은 “일본 사람이 한국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이야기할 거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정말 두 나라에 죄송스럽게 되고요. 엄마는 늘 “네가 외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라. 아무리 오래 살아도 너는 그 나라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세요.

▼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아빠는 겁이 많고 예민하고 부정적인 편이고 엄마는 초긍정이세요(웃음).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행복한 사람이죠.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고 애교가 많으세요. 그런 면에서 엄마와 좀 닮았다고 생각하지만, 아빠를 닮아 예민하기도 해요. 자존심이 센 건 아빠를 닮았어요. 쓸데없는 자존심이죠. 약간 허세 같은 거? 옛날 남자친구도 제게 허세가 있다고 했어요. 강요하는 거 싫어하는 것도 아빠 닮았고요. 그러고 보니 나쁜 건 다 아빠 닮았네요. 하하.

▼ 부모님의 교육 방식 중 특별한 점이 있다면?

어떤 강요도 없이 엄청 자유롭게 자랐어요. 어쩌면 강요해봤자 제가 말을 안 들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하하. 저와 달리 오빠는 평범하게 자랐어요.

▼ ‘미녀들의 수다’로 데뷔할 때와 달리 요즘은 외국인 방송인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요즘 ‘비정상회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예전 ‘미녀들의 수다’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외국인 방송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이 커지면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분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파비앙과는 워낙 친해서 얼마 전 저희 집에 와서 샤부샤부를 먹고 가기도 했고, 강남은 연예인이 되기 전인 4년 전부터 알고 지낸 동생이고요.

▼ 자신이 한국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나요?

일본에 가면 사람들이 정말 친절한데 천천히 대답해요. 답답해요. 제가 한국 친구보다 성격이 급하거든요. 저보다 급한 사람은 김흥국 아저씨밖에 못 봤어요. 한국 친구들이 도리어 천천히 하라고 할 정도니까요. 저는 일이 빨리 진행이 안 되면 기절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한국이 훨씬 편해요. 뭐든 빨리빨리 되니까요. 제가 한국사람 같은 부분이 있어서 여기서 살기 편한 것 같아요. 한국 오기 전에 미국, 영국에서도 살았어요. 뉴욕에서 1년 반 동안 살았는데 그때도 코리아타운에 있었어요. 동양 사람들이 그리우면 차이나타운에 가서 앉아 있기도 했고요.

▼ 학창 시절, 인기 많은 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아니요. 어렸을 때부터 낯가림이 심해서 친구가 많이 없었어요. ‘왕따’를 당한 게 아니라, 제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그나마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 생활을 한 덕분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어요, 친구들에게 소설을 써주기도 하고. 지금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혼자 책 읽고, 그림 그리고…. 사람 많이 모이는 데는 싫어해요. 파티 같은 곳에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 친구들에게 어떤 소설을 써줬나요.

친구들이 원하는 내용이요. 친구를 주인공으로 ‘라부 스토리(러브 스토리)’를 써주는 거예요. 비용은 과자로 받았어요. 일종의 아르바이트였죠. 친구들이 야한 거 써달라고 하면 야한 내용을 쓰고, 웃긴 내용이나 감동적인 내용, 슬픈 내용을 원하면 그대로 써줬어요. 친구들의 상대는 주로 짝사랑하는 남학생이나 연예인이었죠. 대신 연애편지를 써주기도 했는데, 쓰다 보니 재미있어서 5장이나 쓴 적도 있어요. 가벼운 단편 소설 수준이었죠.

▼ 생각이 많은 학생이었네요. 살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시절은 언제였나요.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슬펐어요.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요. 학교에 가는 척하면서 집에 숨어 있고, 감기 걸렸다고 거짓말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어요. 그냥 모든 게 재미없었어요. 그 상태 그대로 졸업했어요.

▼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나 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걸 모르다가, 얼마 전에 알게 됐어요. 사주 카페에 갔는데 제가 가족과 함께 살면 안 되는 팔자라고 하더라고요. 집을 나가서 살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부모님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외국에서 살 때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부모님과 사이가 나쁜 건 전혀 아니에요. 아마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제게 맞는 것 같아요.

▼ 어렸을 때 낯가림이 심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극복하지 않았어요. 한국 속담 중 ‘세 살 버릇 80세(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일본에도 ‘세 살 버릇 100살 간다’는 말이 있어요. 원래 가지고 있는 성격은 변하지 않아요. 엄마도 “낯가림이 심한데 어떻게 방송을 하니?” 하고 걱정하세요. 방송 활동이 힘들 때도 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늦었고…(웃음). ‘힘들다’ ‘아니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짝사랑 이제 그만하고 싶어

▼ 방송에서 옛날 남자친구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혹시 그들에게 항의를 받은 적은 없나요.

문자 메시지가 한 번 왔어요. 그 사람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는데 오해를 했더라고요. 그 사람의 여자친구가요. 자기 남자친구가 저와 사귄 걸 알고 있으니까 제가 방송에서 한 이야기가 자기 남자친구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문자 메시지로 ‘너 때문에 여자친구와 싸웠으니 방송에서 더 이상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 그다음부터는 옛날 남자친구 이야기는 조심하게 되나요.

아뇨. ‘앞으로도 계속 남자친구들 이야기를 팔아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연애를 안 하니까 만날 옛날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요. 2011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뒤를 연애를 안 했으니까요. 그 친구는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다는데 자꾸 방송에서 이야기하니까 미안하더라고요. 인터넷에 ‘사유리 남자친구 이야기’라고 검색하면 다 나오고.

▼ 남자친구와 이별할 땐 어떤가요.

한번은 남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신촌 한복판에 누워 미친 여자처럼 “내 몸을 밟고 가”라고 소리친 적이 있어요. 후회는 좀 돼요. 여자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 그런데 지금은 가려는 남자를 잡지 않아요. 20대 때는 뭘 해도 귀엽지만 30대 때는 불쌍해 보이거든요.

▼ 좋아하는 남자를 잡지 않는다면, 더 후회되지 않을까요.

아무리 잡아도 갈 사람은 가더라고요. 그건 인연이 아닌 거고요.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요. 그래서 이제 쓸데없는 노력은 안 해요. 한번은 삼각관계였던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와 사귀려고 했는데, 그 친구의 옛날 여자친구가 나타난 거예요. 그 친구가 그러대요. “너는 나 없이 혼자 살 수 있지만, 그 여자는 나 없으면 죽는다고 한다. 그 여자에게 갈게.” 그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너 없으면 슬프지만 살 수는 있어. 그래, 가라.” 그 말이 허세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인연이 아니에요.

▼ 그래서 4년이나 연애를 쉰 거예요?

파비앙이 “누나는 계속 짝사랑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아요. 한번 시작하면 2~3년씩.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도 못하고 SNS나 문자 메시지만 보내요. 만나자고 할 용기도 없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러는지, 점점 더 겁이 나는 것 같아요. 상대에게 조금씩 표현하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하게 되니까 짝사랑만 하는 거죠.

▼ 짝사랑만 하다니 의외인데요.

괜찮아요. 얼마 전 사주를 봤는데, 2~3월에 남자친구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한살 어린 연예인을 만난다고 이야기해줬어요. 그 사람과 8개월 사귀다 헤어지는데, 헤어지기 전에 열애설이 터진대요. 거기서 거짓말을 하면 인기가 떨어지니까 진짜 사귀고 있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그 사람과 결혼까지는 안 하고, 내년에 다른 사람 만나서 결혼한대요. 그래서 요즘은 촬영 나가서 한 살 어린 연예인만 보면 ‘이 사람인가?’ 하고 보게 돼요. 촬영 나갈 때마다 ‘오늘은 운명의 남자가 있을까’ 궁금해하고 있어요(웃음).

▼ 사주치고는 꽤 구체적인데요? 그 말이 맞는다면, 정말 내년에 결혼하겠어요.

제가 방송에서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만큼 절실하지는 않아요. 다만 아이는 꼭 낳고 싶어요. 여자에게는 나이라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조급해져요. 요즘은 ‘난자를 보관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해요. 요즘 마흔 살 넘은 남자들 중에는 “아이 낳지 말고 우리끼리 살자”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다 아이를 갖고 싶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의외라고 하던데,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은 일본이나 한국, 어디든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빨리 결혼해라”, “왜 결혼 안 해?”라고 묻는 것도 똑같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나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게) 노처녀 히스테리가 있다고 해요.

후지타 사유리의 눈물
▼ 그런 말 안 들으려면 빨리 좋은 사람 만나야겠네요. 이상형은 어떤 남자인가요.

보수적인 사람이 이상형이었는데, 3일을 못 만났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나와 맞는 사람은 다르더라고요. 결혼하기 전까지 연애를 많이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이 사람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요.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하지만, 나쁜 사람도 만나야 배우는 게 있어요.

▼ 예전에 방송에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사람을 보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남자 보는 눈은 뺄게요. 그건 다른 문제거든요(웃음). 일단 저는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남의 말 듣는 걸 싫어하고, 뭐든 내가 판단해왔어요. 그래서 강요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종교를 믿는 것은 좋은데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도 싫고요. 이슬람 무장 단체 IS도 결국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가졌잖아요.

▼ 한국에서 일본인이라서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나요.

예전에는 차별을 받으면, 쉽게 상처 받고 울었어요. 제 자신이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기쁨이 있었어요. 그런 일들은 다 기억하려고 해요. 혼자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왜 내게 그렇게 했을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거죠. 그러면 글을 쓰고 싶어지고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표현하고 싶어져요. 그렇게 글쓰기 재료가 모이는 거죠.

▼ 상당히 긍정적인 성격으로 보이네요.

부정적이기 때문에 뭐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거죠. 너무 긍정적이면 아무 생각이 없거든요. 문제를 발견하면, 거기서 원인을 찾고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식이에요. 그러면 뭐든 제게는 의미 있는 것이 되거든요. 나쁜 일을 겪었더라도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그 일이 기분 나쁘게 끝나지 않는 거죠.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상대와 나를 위해서.

한국어로 글쓰기 어렵지만 영화 시나리오 도전하고파

▼ 글을 쓸 때 일어로 쓰나요, 한국어로 쓰나요?

이번 책은 한국어로 썼어요. 그러느라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죠. 쓰는 동안 마치 혀의 감각이 없는 요리사 같았어요. 요리를 만들 줄은 아는데 미묘한 맛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은 느낌? 단어가 갖고 있는 정확한 느낌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만 아는 거잖아요. 비슷한 말이라도 느낌이 다른 것들이 있는데, 저는 아직 그 느낌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 다시 책을 쓸 계획인가요?

사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데 혼자 힘으로는 힘들 것 같아요. 한국어로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부드럽게 쓸 수 없으니까요. 애기가 쓰는 것 같다고 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를 좋아하지만, 추리 소설은 절대로 못 쓰는 것과 같아요. 그건 머리(재능)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요.

▼ 어떤 내용을 쓰고 싶나요.

아주 재미있거나 무거운 내용도 쓰고 싶은데, 아직은 멀었어요. 그 전에는 ‘어린왕자’와 같은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쓰고 싶어요. 이야기를 읽으며 철학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책요(웃음).

디자인·박경옥

장소협찬·cafe four M(02-512-4440)

여성동아 2015년 3월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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