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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로 소환, 바다 추억에 빠지다

글·김지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5.02.17 13:51:00

가장 순수하게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열연 중인 바다에게는 걸 그룹 SES로 활동하던 때가 그렇다.
최근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그때의 무대를 재현해 화제를 모은 그가 출연 뒷얘기와 유진, 슈와의 여전한 우정 이야기를 들려줬다.
1990년대로 소환, 바다 추억에 빠지다
지난 연말과 연초에 걸쳐 단 2회 방송됐음에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의 후폭풍은 거세다.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한데 불러 모아 당시 무대를 재현한 ‘토토가’는 40%에 육박하는 순간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1998년 데뷔한 걸 그룹 SES의 리더 출신인 바다(본명 최성희·35)는 “내 생애 최고의 무대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방송이 나가기 한 달 전에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그때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연습이 한창이었어요.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지만 1990년대 가수들과 추억의 무대를 만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출연자 모두 한 달 동안 각자 방송을 준비했는데도 ‘토토가’ 무대에서는 한 팀 같은 느낌이었어요. 뒤풀이도 최고였고요. (김)건모 오빠, (지누션의) 지누 오빠, 쿨 선배님들도 인생을 통틀어 이렇게 재밌는 뒤풀이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죠. 특별한 음식이나 장소 때문이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한 유대감 속에서 추억을 곱씹다 보니 그 자체가 흥겨웠어요. 지금도 출연자들끼리 카톡방을 만들어 매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눠요.”

SES 재결성하면 의미 있는 활동 하고파

‘토토가’에서 바다는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슈, 걸 그룹 ‘소녀시대’ 멤버 서현과 함께 SES 무대를 재현했다. 유진은 임신 중이어서 함께할 수 없었다. 유진은 이들의 무대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저와 슈는 집안에서 막내인데 유진이는 장녀라서 그런지 속이 깊고 어른스러워요. ‘토토가’를 보고 나서도 자신이 출연하지 못한 것을 두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언니, 정말 보기 좋았어. 아름답고 감동적인 무대였어’라며 기뻐했어요. 다음에 ‘토토가2’를 하게 되면 자기도 꼭 함께하겠다면서요.”



세 사람은 사실 재결성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평소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낸다. 2002년 그룹이 해체된 뒤로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지며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하고 힘들 땐 서로 위로하면서 10여 년의 세월을 함께해온 덕분이다. 현재 임신 4개월인 유진은 얼마 전까지 바다의 이웃사촌이기도 했다. 바다는 “유진이가 임신 초기 냄새에 민감해 공주님에게 상납하듯이 가장 좋은 유기농 과일을 사다 바쳤다”며 배시시 웃었다.

내친김에 세 사람의 재결합 계획을 물었다.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 콘텐츠가 각 분야에서 인기를 끌면서 가요계에도 해체된 그룹의 재결성 붐이 일고 있지 않은가.

“셋이서 만나면 다시 뭉치자는 얘기를 곧잘 나눠요. 특히 슈는 평소 두 딸에게 SES의 뮤직비디오를 자주 틀어줄 정도로 무대에 대한 의욕이 충만해요. 연기자로 자리 잡은 유진이도 저도, 셋이서 음원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다만 저희는 다시 뭉치더라도 저희만의 잔치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저희의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1990년대로 소환, 바다 추억에 빠지다
진한 우정의 비결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세 사람은 2009년부터 해마다 5월 ‘그린하트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으로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이들을 돕고 있다. SES를 아끼고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마련한 행사로, 바다의 주도로 시작됐다.

“예전에 화상을 입은 아이를 돕는 방송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하면서 받은 돈을 모두 그 환우의 치료비로 쓰도록 기부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나눔에 관심이 생겨 제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바자회를 열었죠. 화장품과 트레이닝복, 외국에서 사온 특이한 물건 등 제 소장품을 내놓고 팔았는데, 유진이와 슈도 자선 바자회를 한다니까 각자 소장품을 보내줬어요. 반응이 뜨거워서 이듬해도 열었는데 그때 유진이가 도와주러 와서 진지하게 묻더라고요. 앞으로 계속할 거냐고요.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나와 슈도 내년부터 함께하겠다. 언니 혼자 힘든 건 못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부담될까 봐 말을 못했는데 먼저 동참 의사를 밝혀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유진이나 슈의 성격상 보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란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요(웃음).”

1990년대로 소환, 바다 추억에 빠지다

평소 운동을 생활화하며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해온 바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를 연기 중인 그가 오늘은 동명 영화에서 열연한 미국 배우 비비안 리 같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SES 멤버들이 무대 밖에서 뭉친 그린하트 바자회는 뜻 있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해져 갈수록 방문객이 늘고 있다. 바다는 첫 번째 바자회의 마지막 날에 예고 없이 나타나 남아 있던 물건들을 죄다 팔아준 유진과, 아기들이 쓰는 물건까지 매대에 내놓은 슈를 떠올리며 “천사 같은 동생들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고 털어놨다.

바다가 두 멤버와 17년간 지켜온 사랑보다 진한 우정은 대체 어떤 힘에서 나오는 것일까.

“저희가 지금껏 친할 수 있는 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항상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슈에 이어 유진마저 결혼한 후 바다는 예쁜 가정을 이룬 두 동생을 보며 부러운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해서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급하게 저질렀다가 후회하는 삶’이에요. 제게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연기한 스칼렛 오하라처럼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면이 분명 있어요. 오늘 의상 콘셉트도 비비안 리 스타일이고요. 또한 자유를 갈망하고 강한 열정을 지녔지만 규범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면도 내재돼 있죠. 그동안 연애를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고백해본 적도 없고요. 무대에서와 달리 실생활에서는 빈 구석이 많아 저를 있는 그대로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하고 푸근한 사람을 만나야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1년 전쯤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져 이별을 경험한 그는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내년이 되기 전에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며 “올해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상대는 연예인이 아닐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껏 한 번도 연예인에게 끌린 적이 없어서다. 바다는 연예인보다 그와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고 했다.

“화려한 뮤지컬 무대에서 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복잡다단하게 표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현실에서는 평범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해요.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 집에서는 항상 평온하고 따뜻한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어요. 샤워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산뜻하고 달콤한 유기농 향수를 뿌리고요.”

가장 소중한 것은 오늘, 바로 이 순간

1990년대로 소환, 바다 추억에 빠지다
건강관리를 위한 조깅은 그의 오래된 취미다. 겨울에는 운동보다 휴식을 중요시하지만 조깅은 예외라고 한다. 30세가 되기 전까지 매일 윗몸일으키기 60회, 팔굽혀펴기 40회를 하며 자신의 몸을 단련한 그는 2011년 폐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낸 뒤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삶의 소소한 기쁨을 즐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전에는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저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쉼표가 필요할 때는 쉬어주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1백 세 되신 할아버지가 방송에 나와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아요. 1백 세를 살아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더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하루가 제일 소중하더라’고 답하셨죠. 그 말을 듣고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바로 오늘을, 현재를,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요.”

바다는 항상 밝고 환한 모습이기에 사람들은 그의 삶엔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 어두운 단어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우울하거나 서글픈 감정에 젖어들 때가 있다. 그런 날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내가 오늘 사람들을 얼마나 웃는 얼굴로 대해주었던가?’

디자인·최진이 기자

의상협찬·21드페이 드민 폴앤앨리스

제품협찬·뉴에라 디올 디누에

헤어·성미현(W퓨리피)

메이크업·이현(W퓨리피)

장소협찬·신라스테이 역삼(02-2054-9000)

여성동아 2015년 2월 6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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