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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NSE&SEX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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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미소년 | 일러스트·송다혜

입력 2015.02.05 16:54:00

같이 모텔에 간 여자의 옷가지를 찍어 단체 카톡방에 올리고, 자신은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면서 아내나 여자친구는 정숙하기를 바란다.
남자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점심 식사를 하며 일행에게 별생각 없이 물었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행동 가운데 이해 안 되는 게 뭐예요?” “없어요.” 한 여자가 차갑게 대답하더니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세모였던 눈이 정말 동그라미가 됐다) 뜨고 물었다. “남자들은 리액션이 왜 그래요?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잖아요.” 듣자마자 이렇게 대답했다. “여자들이 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랬더니 그 여자가 대답했다. “남자들도 말 많던데요.” 옆에 앉은 다른 여자가 말했다. “남자들이 다 말이 많은 건 아니잖아?” 그 여자가 다시 대답했다. “보통 그렇잖아.” 내가 다시 물었다. “정말 보통 그래요?” “네!” 여자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남자여서 하는 말이겠지만 여자들은 말이 너무 많다. 들어주기가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여자가 별로 안 재밌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나 오래 사귄 여자친구. 그 여자가 이국주처럼 웃겨도 아내나 오래 사귄 여자친구는 안 재밌다. 말을 적게 해도 무지 말이 많은 거다.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의 말을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말 보통 그래?”라고 물으면 대답은 “네!”다.

하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어리고 예쁜 여자가 하는 말은 언제나 짧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그 여자는 말을 너무 적게 한다. 나 혹은 남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거 같다. 말을 길게 해도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아서 짧게 느끼는 건가? 하지만 결국 그 예쁜 목소리도 재미없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여자든 말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에게 “리액션이 왜 그래요?”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말을 하지 않는 것. 둘째, 새 남자를 만나는 것. 둘 다 못하겠다면 체념하는 수밖에.

“여자들은 겨우 그런 게 궁금해요?” 내가 묻자 ‘옆에 앉은 다른’ 여자가 말했다. “여자들은 정말 이런 거밖에 궁금한 게 없어요. 여자들이 남자에게 기대하는 게 그만큼 간단하고요.” 내가 물었다. “그게 뭔데요?” 여자가 대답했다. “자상한 거요.” 머리가 아팠다. 언제까지 자상해야 해? 영원히? 자상하기 위해선 약속 시간에도 안 늦어야 하고, 기념일마다 선물도 사야 하고, 같은 선물을 연달아 사는 것도 안 되고, 정성이 가득 담긴 비싼 물건을 사야 하며, 편지까지 써야 하고…. 못해, 못해.

옆에 앉은 여자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여자는 할 말이 생기면 눈이 동그래지나 봐요) 뜨고 말했다. “궁금한 거 있어요. 남자들은 밤늦게까지 술 먹고 다니면서 왜 여자는 그렇게 못하게 해요?” 나도 이해가 안 됐다. 나는 애인이나 아내가 밤늦게까지 술 먹으면 좋은데. 귀찮게도 안 하고, 나한테 신경도 안 쓰니까. 하지만 대부분 남자들은 안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밤늦게까지 남자가 여자와 술을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낯설거나 익숙한 여자와 남자인 자신이 술을 마시고 있으며, 심지어 간단한 스킨십을 주고받는 게임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들 자신도 모르게 그만 모텔까지 가버렸기 때문이다. 내 여자가 안 그럴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겠어? 그러니까 말한다. “어디야? 집에 안 가? 빨리 가.”



이런 남자를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똑같이 대해주면 된다. 심지어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회사 회식 중이라고 해도 “어디야? 집에 안 가(와)? 나도 늦게 안 들어가니까, 너도 일찍 가. 집 앞에서 인증샷 찍어.” 이렇게 한두 달 지내면 헤어지게 된다. 부부라면 허구한 날 싸울 거고. 잘된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나쁘니까. 그런 남자를 만날 이유가 없다. 헤어지면 될 일. (부부라면 포기하고 사세요. 아니면 만날 싸우든가. 어쩌겠어요. 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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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좀, 많이, 치사하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남자들은 단체 카톡방에 같이 모텔 간 여자의 옷가지를 찍어서 올려요. 그게 이해돼요? 가끔 몸의 일부를 찍어서 올릴 때도 있고요.” 최근 들어 미혼남이든 유부남이든 이런 짓을 너무 많이 해서 물어본 거였다. ‘그 여자’와 ‘옆에 앉은 여자’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합창하듯) 정말요?” 대낮에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어. 옆에 앉은 여자가 이어서 물었다. “자랑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네!” 내가 대답했다. “그게 자랑이 돼요?” 그 여자가 물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자랑이 된다. 여자 옷가지나 알몸의 일부를 찍어 올리는 남자를 부러워하는 남자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이는 아마 없었겠지만… 남자 어린이는 결국 그런 남자 어른이 된다. 내가 남자지만 부끄럽다. 그런데 그 여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이 뭔지는 알겠어요.”

여자는 남자에게 불만이 많다. 늘 그렇다. 아닌 여자도 있겠지만 “정말 보통 그래”라고 말할 수 있다. 불만은 애정의 증표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별로 불만이 없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으면 좋겠다, 살 좀 빼면 좋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머리 감고 나오면 좋겠다, 향수도 좀 뿌리면 좋겠다, 밥 좀 적게 먹으면 좋겠다, 남자를 좀 혼자 두면 좋겠다, 바람피우는 걸 혹시 눈치채더라도 모른 척해주면 좋겠다 정도? 굳이 더 말하자면 섹스할 때 남자가 덜 움직일 수 있게 알아서 많이 움직여주면 좋겠다…라고 적어도 되나? 그래서 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있다. 여자들의 그런 마음이 뭔지는 알겠다. 남자인 내가 철이 없다는 게, 이 글을 쓰는 내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는 좀, 많이, 치사하다.

“여자들은, 결국 용서해주잖아요. 남자가 울면서 빌고 매달리면 바람피운 것까지도 이해해주더라고요.” 내가 말했다. 옆에 앉은 여자가 대답했다. “에이, 난 용서 안 해요.” 그 여자가 대답했다. “나도… 나는 용서해준 적이 있기는 있어.” 옆에 앉은 여자가 말했다. “그런가? 그러고 보면… 사실 나도 용서해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너무 힘들었어. 그러니까 결국 용서 못한 거지. 헤어졌으니까.”

아마 남자들은 여자보다 단호할 것 같다.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영화를 한 번 봤을 뿐이라고 말해도 엉뚱한 상상을 한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모텔에 가 있는 거…. 남자는 무조건 이렇게 상상한다. “정말 보통 그래?”라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대답해야 한다. “정말 모든 남자가 그래?”라고 질문을 바꿔야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 질문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남자가 애인에게, 아내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몸’이라는 것. 실수였든 고의였든, 마음을 열었든 열지 않았든 궁금한 건 하나다. “그 남자랑 잤어?” 내가 남자지만 남자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게 이거다. 왜 늘 이렇게 생각할까? “하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이 뭔지는 알겠어요”라는 대답은 언제나 여자의 것이다. 여자는 이렇게 ‘마음’에 대해 말한다. 남자 따위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남자는 좀, 많이, 어리석다.

미소년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여성동아 2015년 2월 6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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