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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빼고 감동은 두 배로! 작아서 더 아름다운 결혼식

글·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이상윤

입력 2015.01.15 17:16:00

건전한 혼례 문화 확산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2012년부터 실시해온 공공시설 예식장 개방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간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돼온 고비용 혼례 문화의 폐단을 없애고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되살리자는 취지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건강해지고 있는 한국의 결혼 문화, 작지만 실속 있는 ‘작은 결혼식’ 현장을 소개한다.
거품 빼고 감동은 두 배로! 작아서 더 아름다운 결혼식
하객은 1백 명 남짓, 웨딩드레스와 연미복조차 입지 않은 사람들의 결혼식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2014년 12월 7일, 청와대 전통문화 전시관 ‘사랑채’에서는 연애 7년 차 커플인 조균택(34)·정해든(30) 씨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해든 씨는 대기실에서 꼼짝달싹도 못하고 앉은 채 손님들과 연신 사진만 찍어대는 여느 결혼식장의 신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화사한 전통 한복으로 단장한 신부는 말쑥한 양복 차림의 신랑과 함께 전통 조각보로 만든 발을 매단 하얀 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친구, 친지들과 축하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대충 눈인사만 하고 밥부터 먹으러 가는 하객이 한 명도 없다 보니 초대된 인원이 적다 해도 식장 안은 이른 시각부터 꽤나 활기차게 북적였다.

부부의 힘으로 준비하는 ‘의미 있는’ 결혼식

“30분도 안 돼서 끝나는 결혼식이 싫었어요. 화려하진 않아도 가까운 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거든요.”

신부 해든 씨는 소위 ‘스드메(스튜디오 사진, 웨딩드레스, 메이크업)’라 불리는 형식에 얽매인 겉치레와 주례사가 전부인 지루한 결혼식이 싫었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허례허식을 벗고 부부가 뜻을 모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혼례를 치른 사례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예식 시간이 넉넉한 예식장을 구하는 것도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여기저기 자문을 해보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모두 비슷했다.

그러다 신부 해든 씨가 발견한 것이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작은 결혼식’이었다. 공공시설에서 결혼식 장소를 무료로 빌려주는 대신 식순부터 내용, 드레스며 메이크업까지 모두 신랑 신부의 힘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균택 씨와 해든 씨에게는 오히려 최고의 조건이었다. 신혼집을 제외한 모든 결혼 준비를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해야 한다는 조건도 이들 부부가 생각하던 결혼의 의미와 일맥상통했다.



“결혼식에 필요한 사소한 하나까지 모두 저희 힘으로 준비해서 더 뜻 깊어요. 의미 있는 결혼식을 통해 두 사람과, 두 사람을 아끼는 지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거죠.”

해든 씨의 말에 균택 씨는 그래도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결혼식 준비가 힘들긴 했어도 여느 커플들처럼 결혼식 준비로 싸우거나 마음이 상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른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어요. 두 사람 다 고향이 지방이다 보니 결혼식 때문에 어른들께서 서울까지 올라오셔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고요. 그래도 처음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한다 말씀드렸더니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수긍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또 하객을 한 사람당 50명씩밖에 초대할 수 없다 말씀드렸더니 어떻게 그러냐며 난색을 표하셨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척들뿐만 아니라 학교 선후배며 직장 동료, 친구들 중에서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처음에는 서운해하던 이들도 결혼식의 취지와 내용을 잘 설명하니 모두 이해하고 축하해주었다고 한다.

결혼 문화 바꾸는 작지만 알찬 결혼식

거품 빼고 감동은 두 배로! 작아서 더 아름다운 결혼식

1 작은 결혼식의 트레이드마크인 ‘덕담노트’에는 신랑 신부의 백년해로를 바라는 지인들의 덕담이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담겼다. 2 이날 신랑 신부가 백년가약을 약속한 성혼선언문은 신랑의 아버지가 낭독했다.

이들 부부는 웨딩드레스와 연미복 대신 예쁜 한복과 양복을 맞춰 입고, 웨딩 플래너의 도움 없이 메이크업을 마쳤으며 결혼식 당일 사진 촬영팀까지 섭외했다. 식순과 이벤트, 결혼식 날 상영할 동영상 제작까지 두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두 사람의 멘토인 직장 상사들의 덕담에 이어 성혼선언문은 균택 씨의 아버지가, 두 사람에게 보내는 따뜻한 사랑의 편지는 해든 씨의 어머니가 낭송했다. 축가는 신부의 사촌 동생 몫이었다. 예물 반지는 신부의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모아 준비한 귀한 선물이다. 두 사람은 작은 결혼식의 트레이드마크인 ‘덕담노트’를 종이 대신 나무 블록으로 준비했다. 나중에 지인들과 함께 나무 블록을 이용한 보드게임 ‘젠가’를 즐기며 다시 한 번 결혼식을 추억하기 위해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예식은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웅성거리며 한눈파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자의 재치 있는 입담에 다 함께 웃고, 감동적인 순간에 함께 눈시울을 적시며 결혼식은 두 사람이 바라던 대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작은 결혼식은 여성가족부가 2011년부터 추진 중인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이 선호하는 공공시설과 정부·지자체 강당 등을 예식장으로 확대 개방하는 사업이다. 여성가족부는 작은 결혼식 외에도 건전한 혼례 문화 확산을 위한 예비 부부·부모 교육과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1천 명 작은 결혼식 서명 운동, 결혼식업 불공정 행위 시정 조치 활동, ‘작은 혼인을 위한 웨딩 콘서트’ ‘나만의 아름다운 결혼식 사진 공모전’ 등을 꾸준히 개최해왔다.

지금까지 과도한 예단과 결혼식 비용 등이 새롭게 가정을 꾸리는 두 사람의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하고 집안 간, 당사자 간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이 돼왔다고 지적했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예식 비용은 5천1백98만원에 달한다. 돈 없어 결혼 못한다는 젊은 세대의 아우성이 이해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여전히 허례허식에 찌들어 서로에게 상처 주고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있다. ‘작은 결혼식’은 이러한 사회적 폐단을 바로잡고 결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해 건전한 결혼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2014년 현재 작은 결혼식을 위해 공간을 개방한 전국의 공공시설은 모두 1백57곳에 이른다. 여성가족부는 혼례종합정보센터(www.weddinginc. org)를 통해 그해 작은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공공시설과 정부·지자체 강당 등을 공개하고 예약 신청을 받는다. 일부 공공시설 예식장의 경우 경쟁률이 꽤나 치열해서 신청 후 별도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만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작은 결혼식의 취지에 부합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1천만원 이하의 비용만으로 결혼식과 신혼여행·예물 등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제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 부모의 도움 없이 오롯이 부부의 힘만으로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는지 등이 심사 기준이다.

“특히 작은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은 혼인 서약서입니다. 정해진 형식 없이 부부가 직접 혼인 서약서를 작성하고 낭송해야 합니다. 두 사람만의 이야기, 스스로의 약속이 담겨 있는 거죠.”

작은 결혼식 사업을 위탁 진행하는 생활계획실천협의회 신산철 총재의 말이다. 지금까지 작은 결혼식은 부모가 주례를 대신하거나, 한번 짝을 정하면 평생 바꾸지 않는다는 기러기를 메인 테마로 준비한 결혼식, 신랑 신부가 공방에서 직접 만든 반지로 예물을 대신한 결혼식, 가족들이 축가를 부르는 결혼식, 작은 콘서트 형식의 결혼식 등 각자 자신들만의 의미를 담아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왔다. 형식은 다르지만 결혼식의 기획부터 준비,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당사자인 신랑 신부가 한다는 점만은 모두 같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결혼식을 만들어가는 사이 두 사람은 ‘함께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디자인·박경옥

여성동아 2015년 1월 6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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