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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JEJU SPECIAL | PART 3 인터뷰

“힐링·관광특구이자 문화예술 섬으로 만들고 싶다”

원희룡 도지사가 꿈꾸는 제주도의 미래

글·김지영 기자|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12.08 17:09:00

휴양의 섬으로만 여겨지던 제주도가 스타들과 중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새로운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제주 변화의 키를 쥐게 된 원희룡 도지사가 밑그림을 공개했다.
“힐링·관광특구이자 문화예술 섬으로 만들고 싶다”


원희룡(50) 제주도지사를 만난 건 11월 12일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다. 만남의 장소로 정한 제주도지사 관사는 제주시 연오로의 1만5025㎡ 부지에 자리한 거대한 건물이다. 가장 중심에 있는 본관은 1025㎡ 규모이고 별관과 관리실 건물도 각각 291㎡, 224㎡에 달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1985년 대통령의 제주 숙소로 지은 이곳은 1996년 김영삼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경호시설에서 해제돼 이듬해부터 도지사 관사로 쓰였다. 하지만 7월 1일 취임을 앞두고 따로 거처를 마련한 원 지사는 이곳을 관사가 아닌 어린이도서관으로 만들 채비를 하고 있다.

“본관까지 들어온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규모가 방대해 관리비가 연간 수억 원이 들어서 관사로는 적합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대안을 모색하며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어린이도서관이 직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죠. 인테리어 공사와 책꽂이에 책을 채우는 작업이 만만치 않겠지만 제주도의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꿈의 공장이 될 거라 믿어요.”

도지사 당선 후 목동 아파트 팔고 제주에 사택 마련

책은 원 지사를 제주도가 자랑하는 수재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대 법대 수석, 사법고시 수석 합격이라는 화려한 스펙으로 유명한 그는 공부 비법을 묻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숨어서 한 것”이라고 밝히며 TV가 아닌 책을 보며 놀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일부러 책을 본 건 아니고 집에 전기가 안 들어왔어요. 서점을 하다 망해서 책은 많았고요. 만화책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어마어마하게 많이 봤어요. 초등학교 내내 그랬어요. 학업과 상관없는 책들을 어릴 때 하도 많이 봐서 책 내용 자체는 공부에 도움이 안 됐지만 지식의 대상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놀이기구처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저도 공부보다 바둑을 두는 게 더 재미있긴 한데, 공부할 상황이 닥치면 스스로 즐겼어요. 그걸 요즘은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하던데 어릴 때 몸에 익은 독서가 제겐 공부를 좋아하는 계기가 됐죠. 중·고등학교 때는 독서가 습관이 돼선지 성적이 밀리다가도 곧 쫓아갔어요.”

제주에 머리 좋은 사람이 많다던데요.

교육열이 높아요. 뿌리가 귀양 온 선비들이고 교육 외엔 탈출구가 없거든요. 저도 가난한 현실과 섬이라는 공간에서 탈출할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을 초등학교 3~4학년 때 했어요. 스스로 뭔가 열심히 해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그저 그런 인생을 살 것 같았어요. 한번뿐인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죠. 어머니, 아버지가 고생하는 거 보면서 느낀 거죠.

자녀들에게도 독서를 강조하셨겠네요.

아이들 교육은 방목에 가까워요. 독서 환경이 좋은 자극을 줄 거라 믿고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사주긴 했는데 즐겨 보진 않더라고요. 읽지도 않은 책들을 나중에 중고 책 매매 사이트에서 파니까 속상해죽겠더라고요. 거기 회원권까지 있어요. 출판업계를 많이 먹여 살렸습니다. 하하하.

3월부터 선거운동을 하러 아내 강윤형(50) 씨와 함께 제주도에 내려와 원룸을 얻어 지냈던 그는 취임 전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아 제주시 아라동에 사택을 샀다. 두 딸은 대학생인지라 현재 이 집에는 그와 아내뿐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대학교 1학년 때 교내 향우회에서 처음 만나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됐고, 원 지사가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결혼에 골인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강씨는 정신과 의사지만 봉사활동만 하고 있다.

“남녀사이로 지낸 기간이 8년, 동고동락한 지 22년이니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수준? 서로 잘 아니까 편하고 좋아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집에서는 몇 점짜리 남편이고 아빠인가요.

솔직히 점수를 많이 따고는 싶은데 엄격하게 채점해보면 낙제에 가깝습니다. 우선 가족들에게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니까 아내와 아이들이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깊이는 모르니까요. 사실 모든 생활을 함께하고 생각을 공유해야 진정한 가족인데 그 부분에서 일이라는 명목으로 부재중일 때가 많은 아빠고 남편이니까 우선 출석점수는 나쁘지 않겠어요? 태도점수라도 잘 따보려고 아이들에게 저를 낮춰서 허물없이 지내요. 친구처럼.

지사 부인도 할 일이 많지 않나요.

후보의 배우자로서 활동하는 건 꺼리지 않았는데 제가 취임한 후엔 지사 부인으로 정치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지, 말지 고심하더라고요. 결론은 안 하겠답니다. 아내는 지금 학교에서 정신 상담을 해주는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데, 교육감이 학교에 정신과 전문 상담 인력이 없다고 일을 시키려 해서 급여를 논의 중이더라고요.

“힐링·관광특구이자 문화예술 섬으로 만들고 싶다”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지 싶네요. 신체는 어른인데 정신이 미성숙해서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누구나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좋아요. 저는 일상생활이 정신과 상담입니다. 하하하.

싸구려 관광 지양

‘고향 살이’가 30년 만인 원 지사는 서울 집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오면서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고향에 내려오는 게 안주 내지 현실을 합리화하는 함정이 되지 않을까. 늘 도전하며 살아오던 인생을 역행하는 건 아닐까.’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건 누구나 갖는 초심이니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법학 사회학자의 꿈을 접고 정계에 발을 들인 것도 공적인 일에 관심이 많아서예요. 공기 맑은 제주도에 사니 땅에서도 좋은 기운을 받아요. 하지만 해외 투자자본과 긴장관계여서 힘든 점도 있죠.”

중국인이 제주도 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어차피 개방은 해야 해요. 대신 관리를 잘해야죠. 외국에서 투자자본이 들어오면 원주민의 입지가 좁아질까 봐 우려하는데, 제주도를 지킬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주인의식과 자신감을 갖고 관리 태세를 갖추는 게 현재 절실한 과제죠. 당장은 몰려오는 돈의 힘이 워낙 세서 불안하겠지만 문제를 헤쳐 나가며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요.

현재 중국인은 카지노와 땅 투자에 주력해요. 관광 관련 산업, 쇼핑 등에 다각도로 투자할 거예요. 카지노도 제한된 지역에 고급스럽게 지으면 주변 환경을 해칠 일이 없어요. 일처리가 투명한 카지노 몇 개 정도는 저희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어요. 자연을 해치는 개발은 금물이에요.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할 예정이면 자연을 효과적으로 잘 써야 합니다. 제주도는 국민 휴양지이니 도가 관리자라는 생각으로 책임 있게 관리해나갈 거예요.

연간 관광객이 지난해 1천만 명을 넘어섰는데 올해 더 늘었나요.

금년에는 1천2백만 명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해요. 사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와요. 한국인이 9백만 명, 중국인이 2백만 명이고 나머지는 여러 나라가 섞여 있어요. 일본은 엔저 현상으로 한국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니까 관광객 수가 주춤세예요.

중국인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만 이용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진 않아요. 제주도에 중국여행사가 한두 곳 있어요. 여행사는 관광객을 데리고 리베이트를 받는 식당과 호텔, 쇼핑 숍, 관광지를 주로 가니까 리베이트를 지불하지 않는 다른 곳이 소외되는 거예요.

리베이트로 호객행위를 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리베이트로 인해 관광객이 물가가 비싸다거나 즐길 거리가 별로 없다는 인식을 갖고 돌아가는 건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의 관광 특수에서 소외되는 도민을 어찌 도울까가 실은 가장 큰 고심거리예요. 싸구려 관광을 지양하면서 일부 리베이트가 꼭 필요한 곳은 리베이트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공정하고 투명하게요. 일반 업소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언어가 통하고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서비스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면이 약해요.

“힐링·관광특구이자 문화예술 섬으로 만들고 싶다”
자연 친화적인 ‘착한’ 개발 적극 권장해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난개발을 막고 좋은 투자를 활성화해 제주 발전에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내야죠. 좋은 투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울리고 가치를 높이는 투자를 말하는 거예요. 풍력발전이라든지 전기자동차가 대표적 예죠. 제주를 문화예술 섬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지금은 힐링, 휴양, 재충전 같은 가치를 높여 제주 발전을 이루는 거고, 또 중국에서 무비자로 오는 가장 가까운 외국 섬이기 때문에 국제교류의 요충지로서 입지를 다지고 싶어요.

제주도의 핫이슈 중에는 강정마을 문제도 있다. 원 지사는 취임 전부터 강정마을에 미 해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해온 주민들과 꾸준히 접촉해왔다. “연내 진상조사를 시작해 6개월 남짓 거치고 나면 주민이 열린 마음으로 미래지향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는데 숙박업소는 넉넉한가요.

아직 부족해요. 자연과 잘 어울리는 호텔이 계속 생겨야 해요. 하지만 한라산 턱 밑까지 가서 콘도를 지어 경관을 훼손하는 개발은 못 하게 막을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멕시코처럼 자연 친화적인 고급호텔을 지어 고급 손님을 받아야지, 지금처럼 평당 얼마 안 하는 공동목장을 싸게 사들여 울긋불긋 조악한 콘도를 짓는 건 지양해야 해요.

지금은 올라봤자 중국 사람들이 너무 싸다고 하니까 아직 팔 때가 아닙니다. 특히 제주도에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서울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해요. 서울 목동에 있는 아파트 하나 있는 거 팔아서 여기에 살집을 마련했다고 하면, 그거 다시 팔아도 서울에 집 사기는 쉽지 않을 거라던데, 걱정 안 해요. 그땐 주택 복지정책이 잘 돼 있겠죠. 하하.

스타들의 제주 이주, 관광 활성화에 도움

원 지사는 여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인터뷰 중에도 자주 보인 호탕한 웃음과 유머감각, 누구에게든 편하게 다가가는 친화력 덕분이다. 권위의식 대신 연대감을 강조하는 원 지사가 고향의 발전을 위해 선택한 키워드는 뭘까.

“기본은 힐링이에요. 자연과 연결된 힐링의 섬으로 가야 합니다. 돈 벌고 바쁘게 살려고 여기로 오는 건 아니니까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발견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제주의 품격을 끌어올릴 겁니다. 그러려면 도민들도 이제 그에 걸맞은 국제적, 문화적 감각은 물론 주인으로서의 교류 마인드와 개방성을 갖춰야 해요. 교육과 문화, 주체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리능력과 창의성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제주도에 거주나 투자를 목적으로 오는 스타가 계속 늘고 있는데 그런 행보가 이곳의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스위스에는 그룹 퀸의 천재 뮤지션 프레디 머큐리나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살면서 명소가 된 곳이 여럿 있어요. 제주도도 이효리 씨가 이사를 오면서 방송을 타는 일이 부쩍 많아졌어요. 하지만 스타들도 힐링을 하러 제주도에 오는 건데 그 집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건 지나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못 하게 막아주는 것도 도에서 할 일인 것 같아요. 스타들이 제주에 와서 영혼의 힐링을 경험하고 창조 에너지를 얻어 가면 그 여파가 다시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이 반복될 거예요.

인터뷰가 끝난 뒤 본관을 나서자 뜰 앞에 자동차 한 대가 원 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관용차로 바꿨다는 전기 차였다. 그의 약속대로 도정의 거품을 빼고 전기 차처럼 환경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착한’ 개발에 나선 제주도의 4년 뒤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여성동아 2014년 12월 6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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