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을 이토록 허무하게 날려버린 김씨. 과연 어떤 이유로 그는 행운의 사나이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했을까. 2002년 우리나라에 로또가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이 일확천금 열풍에 휩싸여 있을 무렵, 김씨는 25번째 로또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됐다. 당시 그는 지난 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이월된 금액까지 더해 총 2백42억원을 받게 됐다. 이는 로또 평균 당첨금 20억원의 12배에 달하는 거액으로, 세금을 떼고도 1백89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뚜렷한 직업 없이 소액 주식 투자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생긴 거금을 각종 투자에 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서울 서초구에 있는 20억원 상당의 주상복합 아파트 두 채를 구입했고, 주변의 권유로 친인척이 설립하는 병원에 35억원을 투자했다. 그 밖에도 가족에게 무상으로 20억원을 증여했으며 나머지는 전부 주식에 투자했다. 로또 당첨 후 결혼도 했다. 하지만 꿈 같은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주식은 바닥을 쳤고 병원 설립에 투자한 금액은 서류상의 문제로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가족에게 준 20억원을 두고 “증여가 아니라 맡긴 것”이라며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2009년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혼 생활도 끝내 파탄이 났다.
이재에 밝지 못하면 로또 당첨 후 원래 생활 이어가야

로또 1등 당첨 후 무분별한 투자와 소비는 오히려 불행의 단초가 된다.
김씨는 3년간의 도피 끝에 지난 10월 15일 악성 사기범 집중 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당시 김씨는 특별한 거주지도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며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서 청소 및 운전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중에도 끊임없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 김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로또 당첨 후 불행해진 경우는 김씨만이 아니다. 올 3월에는 13억원 로또 수령자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뒤 절도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7월에는 18억원 당첨자가 사업 실패로 재산을 날린 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 줄 거라 믿었던 로또가 오히려 스스로를 해치는 독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흔히 ‘로또의 저주’라 부른다. 이와 관련해 강남을지병원 중독재활복지학과 최삼욱 교수는 “평소 재정 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로또처럼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겼을 때 타인에 의해 혹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 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김씨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나에게 행운이 올 거야’라고 믿는, 일명 ‘도박자의 오류’에 빠져 주식에 무모한 베팅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에 밝지 못하고 돈에 대한 개념이 확실치 않은 사람일수록 갑자기 생긴 돈다발에 흔들리지 말고, 원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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