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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NSE&SEX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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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미소년 | 일러스트·송다혜

입력 2014.11.11 16:07:00

어느 날 내가 결혼을 했다.
나는 궁금했다. 나는 야동을 볼까? 안 볼까? 솔직히 말하면 가끔 야동 생각이 났다.
역시 아내와 섹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자기야, 나, 어제 야동 봤어.”

“아, 또? 하지 마. 하지 마아. 내가 해준다니까아.”

그때 애인은 말했었다. 하지만 애인이 밤마다 나랑 있어줄 수는 없다.

“근데, 오빠, 그 얘기를 왜 지금 해?”

“나빠지고 싶으니까. 너 화나게 하고 싶어서.”



섹스가 끝나고 우리는 그 얘기를 잊었다. 아무튼 나는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자친구가 있어도 야동을 봤다. 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본 것 같다. 삼십대여서 그렇지 이십대 때는 뭐, 말도 못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하루에 자위를 7번 했다고 자랑한 친구도 있었다. 자위를 7번 했다는 건 그 횟수만큼 야동을 봤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그때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괜찮았어?”

“피곤해서 12시간 잤어.”

그러고 보면 인간은 동물보다 가까스로 조금 나을 뿐이다. 한 과학자가 쥐로 실험을 했다. 뇌에서 쾌락 신경을 자극하는 부분을 간단한 조작으로 건드릴 수 있게 한 거다. 쥐는 그걸 계속 눌렀다. 쉬지 않고 눌렀다. 결국 죽었다. 짐승은 자제하지 못한다. 인간은 겨우 자제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있든 없든 야동을 봐야 한다. 자제할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봐야 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게 섹스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밝혀내는 건데, 그건 섹스에 대한 욕구가 아니다. 그럼 뭘까? 종류가 다른 즐거움이라고 할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여자친구와 모텔에 갔다가 집에 왔다. 아까도 말했지만 서른의 나이가 왕성하게 섹스할 때는 아니다. 뭐, 마흔 먹은 형들께서는, 너넨 아직 젊어, 라고 말하겠지만, 서른은 그저 마흔보다 젊을 뿐이다. 우리도 정말 미치겠다. 기운이 없어. 아무튼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 씻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이따금, 뭔가, 허전할 때가 있다. 섹스가 하고 싶거나, 사정을 하고 싶다거나, 뭐 이딴 게 아니다.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를 켜고, 야동 사이트에 접속해 야동을 고르고(나는 서양 여자보다는 일본 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다운로드를 하고, 다운로드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곰플레이어에 파일을 집어넣는다. 아, 떨려. 아, 볼륨이 너무 크네(엄마한테 한 번 들킨 적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아무튼, 그러니까 이건 뭐냐면, 아주 결이 세밀한 흥분의 절차라고 할까? 마치 클럽에서 처음 본 여자를 꾀어서 모텔에 갈 때처럼 온 신경을 자극하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임이랄까.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섹스는 여자친구랑 하지만(물론 가끔 다른 여자랑도 하지만), 야동은 봐야 하고 자위도 해야 한다. 여자친구가 1백 명 있어도 이 욕구를 해소 못해준다. 정말 여자 친구가 1백 명이어서 밤낮으로 섹스를 해야 하면, 집에 와서 따로 야동을 볼 기운이 없겠지. 그건 이십대 초반 애들도 무리겠지. 인간은 저 앞에 얘기한 쥐보다는 가까스로 조금 나으니까. 음… 아닌가? 가끔 섹스하다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봐서는.

뭐, 아무튼 나는 총각들이 이렇다는 얘기였다. 결혼을 하면 야동을 안 볼 거라고 생각했다. 아예 안 보진 않겠지만 주기적으로, 규칙적으로 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상하잖아? 아내가 방문 밖에 있는데, 문을 잠그고 야동을 보는 거.

“자기 문 잠그고 뭐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으니까.

하지만 결혼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걸 왜 안 봐? 손맛은 포기 못하지.”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뒤통수가 아니라 앞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야동과 자위가 주는 기쁨 중 단연 큰 것이 ‘손맛’이다. 여자들이 이 글을 보면 어이없겠지만, 그리고 불쾌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내 손은 내 뜻대로 된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내 손으로 무엇이든 조절할 수 있다. 멈출 수도 있고, 더 밀고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남자는 포기할 수 없다, 야동을.

‘신에게는 아직 한 번의 섹스를 할 여력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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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날 내가 결혼을 했다. 나는 궁금했다. 나는 야동을 볼까? 안 볼까? 심지어 요즘 나는 서른 살도 아니고 삼십대 중반이다. 가끔 야동 생각이 났다. 역시 아내와 섹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외박을 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아내는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일도 없다. 그래서 야동을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한 달쯤 됐을 때, 아내가 너무 피곤해서 먼저 잠드셨다. 깊이, 깊이. 나는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가서 총각 때 즐겨 이용하던 사이트에 접속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정말 콩닥, 콩닥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맘에 드는 야동을 찾았다. 다운로드를 눌렀다. 아, 제길.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다운로드 프로그램이 지워졌다. 그 프로그램부터 내려 받아야 했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실패인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방문을 두드릴 게 분명했다. X를 누르려는 찰나, 저 윗집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아, 내 귀가 이렇게 발달했던가! 그날 나는 결국 야동과 자위에 성공했다.

그런데 기분이 좀 그랬다. 아내가 방문을 두드릴까봐 불안했고, 아내를 놔두고 자위를 한다는 게 미안했다. 그래도 중간에 멈출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고민이 됐다. 이 파일을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 혹시라도 이 파일이 그리워질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 손끝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냥 두면 아내한테 들킬 확률이 크다. 그래서 나는 C 드라이브 안에 폴더를 하나 만들고, 그 안에 다시 폴더를 만들고, 또다시 폴더를 만들고, 다시 폴더를 만들어서 야동 파일을 넣었다. 그러는 내가 창피하지 않았다. 사실 아내가 굳이 이 벽을 다 통과하고 나서 파일을 찾았다고 해도, 내 노력을 인정해줄 것 같았다. 그래도 내 남편이 이 정도 양심은 있구나, 라고 생각해줄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요령이 생겼다. 아내가 절대 깨지 않고 깊이 잠드는 날이 언제인지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야, 오늘 나 너무 피곤하니까, 자기가 설거지 좀 해”라고 말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날은 어김없다. 아내님, 숙면 들어가시는 날인 것이다. 그런 날은 야동을 보고 자위를 했다. 평균 열흘에 한 번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횟수가 줄었다. 한 달에 두 번? 적을 때는 한 번? 내가 서른 중반이라 그런가? 문득 비장해졌다. ‘신에게는 아직 한 번의 섹스를 할 여력이 남아 있습니다’ 같은 심정이랄까. 섹스할 힘도 별로 없는데, 그 힘의 일부를 나 혼자 좋자고 야동 보고 자위하는 데 쏟는 건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잠든 아내를 흔들어 깨운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한다.

“해줘!”

그러면 아내는 어김없이 “피곤해”라고 대답한다. 물론 나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든다. 아내는 모를 것이다. 그래도 내가 아직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야동을 보고 자위를 한다는 걸. 아,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새삼 궁금해지는데, 정말 모를까? 진짜?

미소년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여성동아 2014년 11월 6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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