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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은숙 포르쉐 사기 사건 진실 공방

대통령 5촌 조카 연루

글·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14.09.15 17:06:00

‘엔카의 여왕’ 계은숙이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 고가의 외제 차를 리스하기 위해 가짜 공연 계약서를 만들고, 구입 후 리스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차를 대부업자에게 담보로 넘기고 대출까지 받은 혐의다. 사기 사건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 충격을 주고 있다.
계은숙 포르쉐 사기 사건 진실 공방

2008년 본지와 만난 계은숙. 당시 일본에서 각성제 소지 혐의로 체포돼 비자 연장이 거부되자 조용히 귀국했던 그가 이번에는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송규종)는 “지난 8월 3일 고가의 외제 차를 리스한 후 대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계은숙(52)과 지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한 수입 차 매장에 2억원이 넘는 포르쉐 스포츠카 ‘파나메라 4S’ 모델을 리스로 구입하기 위해 방문했다. 매장 관계자로부터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리스를 거절당하자, 이들은 6월 제주도에서 있을 공연 계약서 하나를 제시했다. 계약서에는 출연료가 2억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이들은 60개월 동안 매달 3백만원씩 지불하는 조건으로 포르쉐 자동차를 리스할 수 있었다. 계약서상 차량 명의자는 계은숙이었다.

그러나 이후 실질적 차량 이용자였던 김모(52) 씨는 리스 대금을 2개월치만 입금했으며, 이 차를 담보로 대부업자에게 5천만원을 빌리기까지 했다. 계약 당시 제시했던 공연 계약서도 가짜로 밝혀졌다. 이에 리스를 해준 캐피탈 업체는 이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두 사람이 애당초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팬?

1977년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계은숙은 1979년 ‘노래하며 춤추며’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MBC 10대 가수가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뒤 1982년 일본으로 건너가 20년 넘게 ‘엔카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동안에 허스키 보이스를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일본 최고의 프로그램인 NHK 연말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한국 가수 최초로 7년 연속 출연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가 그의 팬클럽 회장을 맡았을 정도.

그러나 1998년 이혼한 뒤부터 개인적인 어려움이 이어졌다. 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빚과 루머에 시달렸다. 2008년에는 일본에서 각성제 단속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았고, 일본 당국으로부터 비자 연장을 거부당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6년여간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다가, 올 초부터 ‘열린 음악회’와 토크쇼 등에 출연하며 재기를 준비했기에 이번 사건은 컴백의 발목을 잡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계은숙 측은 “김씨가 차를 산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서명을 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는 누구일까? 그는 놀랍게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 상희 씨의 차녀 계옥 씨의 장남으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5촌 사이며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처조카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인 2010년부터 수억원대 사기 행각을 펼치다가 지난해 9월 구속된 상태. 그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투자자들에게 4억6천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차를 리스할 당시 이미 그는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고 도피 중이었다.

그런 김씨에게 계은숙이 자신의 도장까지 맡겼으니, 두 사람의 관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검찰은 김씨가 계은숙의 동거남이며 이들이 1980년대부터 내연 관계였던 것으로 추정, 두 사람을 공범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은숙은 변호사와 함께 이를 언론을 통해 완강히 부인했다. 언론을 통해 “김씨는 스무 살 때부터 내 팬이었고, 이후 왕래가 없다가 지난해 즈음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나게 됐다”면서 “그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것에 대해서는 “김씨가 집을 팔아 리스 비용을 지불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습적이고 계획적이었다”고 억울해했다.

공연 계약서 위조에 대해서는 “김씨가 소개해준 박모 씨가 매니저 일을 봐주겠다고 하면서 참고하겠다며 과거 공연 계약서를 받아갔다. 김씨와 박씨가 공모한 것이지 가짜 계약서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이들이 차를 리스한 수입 차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매장에서는 “담당 딜러가 휴가 중이라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캐피탈 회사 쪽에 문의하라”는 말만 전했다. 캐피탈 회사 역시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계은숙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계약서에 직접 서명을 했기 때문에 피해액을 변제하는 민사상의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2년 만의 국내 복귀, 물거품 되나

기자는 계은숙 측근으로부터 그의 현재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먼저 가짜 공연 계약서를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받아들인 캐피탈 회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계약서에 적힌 공연 기획사를 알아보거나 공연이 열리기로 한 제주도 호텔에 전화 한 통만 했어도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리스 체결 당시) 본인 확인을 위해 제시한 운전 면허증도 (계은숙이) 일본에서 활동하느라 갱신하지 않아 유효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변호사와 함께 캐피탈 회사를 상대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씨가 국내 실정에 밝지 않은 계은숙을 이용했다면서 “계은숙이 네 번째 피해자라고 알고 있다. 다른 이들도 그렇지만 계은숙이 이번 사건으로 본 피해는 막대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계은숙은 9월 1일 한일 양국에서 새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었다. 벌써 음반 디자인도 마친 상태라고 한다. 그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 출연도 다 잡혀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출연이나 할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큰 문제는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방송에서는 연일 이번 사건에 대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계은숙에게 곡을 준 작곡가가 있는데, 8월 말에 계은숙과 일본에서 미팅을 가지기로 했어요. 그때가 되면 향후 활동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 같습니다.”

그는 재차 계은숙은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계은숙과 김씨의 재판은 9월 중 열릴 예정이다.

여성동아 2014년 9월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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