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 회전 전망대가 있는 칸푸산도 오가 지역의 명소! 아키타 시에서 오가 반도 주변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엔 패러글라이딩족들의 핫 스폿이 된다.

생애 첫 신칸센 탑승
대한항공에서 취항하던 인천~아키타 직항 노선이 중단돼 센다이 공항을 통해 이동했다. 이동 시간이 늘어난 대신 센다이 역에서 아키타 현으로 들어가기 위해 신칸센을 이용했는데, 작년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신 차량, ‘슈퍼 고마치’를 탈 수 있다는 말에 괜스레 설레었다. 도쿄에서 아키타 사이를 단 3시간 37분 만에 연결하는 열차라니! 심지어 아키타 현에 들어가기 위해 도착한 모리오카 역 플랫폼에서는 진귀한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바로 고마치 차량과 도호쿠의 또 다른 신칸센인 ‘하야부사’ 차량의 연결을 푸는 모습이다. 철도 마니아들 사이에선 ‘핫’한 장면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일제히 그곳으로 몰려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아키타에 도착해 짐을 푼 곳은 8백 년 역사를 지닌 오오유 온천향이 있는 호텔 가즈노.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통창 너머로 보이는 넓은 정원과 커다란 연못, 폭이 16m나 되는 큰 폭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호텔 가즈노에서 아키타의 향토 요리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쌀의 고장인 만큼 쌀을 재료로 한 음식이 단연 별미였다. 특히 햅쌀밥을 찧어 삼나무 꼬치에 둥글고 길게 붙여 만든 ‘기리탄포’를 닭 육수에 넣어 전골처럼 끓여 먹는 ‘기리탄포 찌개’가 으뜸! 이와 함께 쌀을 원료로 하는 토산 술(청주)과 아키타의 명물 중 하나인 훈제 단무지 ‘갓코’까지 맛볼 수 있어 더없는 좋은 기회였다.

우거진 삼림 속 폭포를 거닐며 힐링
전반적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인 데다 화산 지형 때문인지 아키타 현 주변을 둘러싼 산속에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밀집돼 있었다. 보통 어느 정도 산을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형 폭포들과는 달리 낙차가 크지 않고 용소가 얕은 형태로 도로에 근접해 있어 폭포 근처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는 듯했다. 특히 여름에는 폭포로 인해 시원한 바람이 일어 근처에서 여유롭게 삼림욕을 하며 절경을 즐기기 제격!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도마리 폭포, 초시 폭포, 니시키비 폭포 등을 거닐다 보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고사카 철도 레일 파크 즐기기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면서 아이들에게 인기라는 레일 파크에 들렀다. 놀이공원 같은 곳인가 했더니, 본래 근처 공장 자재 운송을 하던 실제 철도 레일이 깔려 있는 체험 · 전시장이란다. 옛 역사와 당시 운행하던 디젤 기관차 그대로를 보존해두고 방문하는 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 디젤 기관차 체험은 실제로 과거에 그 열차를 운전했던 기관사가 직접 운전법을 가르쳐줘 더욱 실감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곳은 외관에서부터 역사가 느껴지는 소극장, 고라쿠칸이다. 하얀 미늘판 벽과 톱니바퀴 모양의 기둥 장식이 돋보이는 근대 서양식 외관이 내부의 다다미가 깔린 좌식 관람석, 인력으로 움직이는 무대 장치 등과 어우러져 있다. 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오묘하게 절충된 모습 덕분에 오랜 역사가 주는 독특한 향취가 느껴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막과 막 사이에 먹는 도시락 ‘마쿠노우치 벤또’로 공연을 즐기면서 식사와 술까지 할 수 있다는 점!

갖가지 아기자기한 음식이 담겨 있던 도시락을 먹으며 극을 즐긴 후 이동한 곳은 일본 최대 규모의 갱도를 가진 광산이었다. 과거 사금을 채굴했으나 근대에 이르러 동을 채굴하는 용도로 바뀌었다는 이곳은 갱도가 무려 1.7km에 달한다. 갱도 안은 1년 내내 기온이 13℃로 외부 기온과 차이가 커서 춥게 느껴질 정도. 갱도 곳곳에는 과거 채굴 모습이 마네킹으로 전시돼 있어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사금 채취, 금박 접시 만들기, 수정 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마련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부부ㆍ커플들에게 특히 인기라는 오가 온천이 위치한 호텔, 오가 관광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공연 회장으로 이동해 대(大) 북 라이브 쇼를 관람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젊은이들이 펼치는 큰북 연주 공연으로 과거 호텔 로비, 주차장 등에서 시작했던 것이 점차 발전해 완성도 높은 현재의 라이브 쇼로 발전했다고 한다. ‘후레아이(교류하다)’라는 말처럼, 북을 연주하는 이들뿐 아니라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 역시 대부분이 주민들. 2백50엔 정도만 지불하면 공연 관람이 가능하나, 회장 안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박력 넘치는 연주를 들으며 공연장으로 후원금을 던져 넣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관객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더욱 열정적으로 치닫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네 신명 나는 사물놀이 패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3Day
북위 40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뉴도자키
이틀째 아키타 현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아키타 현의 풍경이 마치 제주도와 강원도의 모습을 버무려놓은 듯하다는 것이다. 내륙으로 갈수록 물 맑고 산세 좋은 강원도를, 바다 근처로 갈수록 화산암 절벽과 활엽수들이 눈에 띄는 제주도를 닮았다.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 위로 커다란 흑백의 줄무늬 등대가 도드라지는 ‘뉴도자키’에 다다르자 녹색의 대지와 파란 바다,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멋진 풍광이 펼쳐졌다. 너른 잔디 밭위에서 바다 위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나마하게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어라
아키타 현의 대표적 전통 행사 중 하나가 직접 탈을 쓰고 ‘나마하게’로 분해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전날 대 북 라이브 쇼에서도 나마하게로 분장한 연주자들이 회장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며 흥을 북돋웠는데, 알고 보니 이는 오가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이자 나쁜 짓을 한 사람을 훈계하고 악재를 막으며 풍작과 풍획 등 길한 기운을 이끌어준다는 내방신이었다. 나마하게의 필수 레퍼토리인 “게으름뱅이는 없느냐! 우는 아이는 없느냐!”라는 우렁찬 외침으로 사람들을 맞는 전통 행사와 나마하게를 상징하는 다양한 종류의 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나마하게관, 신잔전승관이었다.

아키타의 1백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고다마 양조장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부터 봄까지 6개월 정도만 술을 빚는 곳으로 다이쇼 시대(1912~1926)에 지어진 벽돌 외관과 아키타 삼나무의 향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술은 깔끔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해 최초로 천황배 상을 받고, 몽드 셀렉션(세계적인 식품 품평회)에서 13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이곳을 값지게 만드는 공간이 바로 ‘블루 홀’이다. 사용하지 않는 양조장을 리노베이션해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아키타 현 출신의 세계적 수중 사진작가 나카무라 이쿠오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고요한 전시장에서 심해 속 총천연색의 해양 생물 사진에 매료되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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