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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미남의 SENSE&SEXIBILITY

누나는 허리가 파도 같아요

[PAGE.150]

글·미남

입력 2014.07.08 14:39:00

서른다섯 살이 지난 후부터 20대는 부담이 된다. ‘애’들한테 기가 빨린다는 느낌이었다.
누나와 나는 안 지 열흘 됐다.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관리를 잘한 예쁜 누나는 늘 남자를 원할까? 궁금했다. 피곤해, 라고 누나는 말했다. 마흔이 넘었으니까.
하지만 피곤해서 싫다는 건 아니었을 거다.
“누나 뭐해?”

“자려고.”

“불금이야. 놀자.”

“피곤해. 뭐하게?”

“누나네 집 가게.”



가고 싶기도 했고 안 가고 싶기도 했다. 모르겠다. 어린 여자‘애’들한테 그랬던 것처럼 달려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보고 싶긴 했다. 마흔 살이 넘은 여자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정말 아주 조금이다. 나는 그냥 섹스가 하고 싶었고 그녀는 어떻게 섹스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서른다섯 살이 지난 후부턴 여자들한테 기가 빨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걔들은 내 위에 올라타서 더, 더, 라는 신호를 눈과 팔과 말로 보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혹하게 휘둘렀다. 20대는 부담된다. 내가 나이가 든 것이다. 하지만 싫진 않다. 걔들 때문에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하니까. 그리고 역시 여자는 말랐든 살이 쪘든 살이 하얘야 좋다. 특히 가슴과 가슴의 거기… 높은 데가. 나이 들면 왜 살이 까매지지?

누나와 나는 안 지 열흘 됐다. 처음 만났을 때 본 게 다다. 코는 손을 댄 게 확실했고 눈은 쌍꺼풀을 집은 것 같았다. 상관없다. 손 안 대고 못생긴 거보다야 손대고 보통인 게 낫지. 하지만 얼굴은 갸름했다. 그리고 시스루 흰색 반팔 티셔츠는 가슴에서 볼록했다. 엉덩이도 동그랗다. 나이는 나와 같거나 한 살 많은 것 같았다.





“외국인 모델 사이에서 바보로 안 보이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네?”

“너, 나보다 어리지?”

뻥이다. 웃으라고 한 말이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반말을 하자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 나이가 됐으니까.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에게 누가 반말을 하겠어.

“내가 누나야. 너 몇인데?”

“78.”

“나 74야.”

칠사, 라고 발음하는 입을 보는 순간 하고 싶어졌다. 물론 섹스.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졌다. 몸속으로 온갖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내 그게 커졌다. 그걸 키운 게 성욕만은 아니었다. 마흔한 살이 저런 몸매와 얼굴을 가졌다면 더 젊었을 땐 인기가 굉장히 많았을 거다. 게다가 키도 크다. 저 누나가 젊었다면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두 시간 정도 같이 있으면서 예쁘다는 말을 2백 번쯤 해줬다. 누나는 계속 “아, 화장하고 올걸”이라고 말했다. 이상하다. 나이 많은 여자는 예쁘다고 말하면 넘어온다. 내가 만난 누나들은 늘 그랬다. 40대는 처음인데 똑같네, 뭐. 어려야 예쁘다.

누나는 여섯 명의 모델이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 동안 스튜디오에 있었다. 에이전시 대표씩이나 되는 사람이 한가한가 보다. 촬영이 끝날 무렵 내가 말했다.





“누나, 연애해요?”

누나는 두리번거렸다. 키가 최홍만만 한 영국 여자가 누나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키가 보통이라서 도무지 쟤랑은 못할 것 같았다.

“어. 근데….”

“근데, 뭐?”

“언제 우리 커피 마셔요.”

“좋아.”

누나는 허리가 파도 같아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며칠 동안 밤마다 카톡을 주고받았다. 하룻밤에 수십 개씩. 누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곤해서, 라고 누나가 말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피곤해서 안 할까?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날 때도 피곤하려나? 그저께 밤에 내가 느닷없이 카톡으로 말했다.

“누나 허리는 파도 같아.”

“파도?”

“응. 내가 해줄게.”

해줄까, 라고 적었다가 지웠다.

“뭘?”

“그거.”

대답이 없었다.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기분 나빠? 내가 미안해해야 해?

입으로 파도를 마시고 싶어.”





누나가 나를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을 걸 알았다. 여자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느닷없이 다가오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 있고, 남자가 망설이지 않으면 그의 행동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는 외모도 성격도 괜찮다. 경차를 타지만.

답이 없었다. 하자는 거네. 내가 여자를 너무 잘 다루나? 아니면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관리를 잘한 예쁜 누나는 늘 남자를 원하나? 만져본 적이 없어서 만지고 싶었다. “저도 누나,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내 그거를 누나의 거기에 넣었을 때 어떤 기분일지 많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건 뭐, 어린애들도 요즘은 워낙 많이 해서. 하지만 어린애들은 그저 늙지 않았다는 이유로 좋다. 그런데 이런 것보다 누나에게 궁금하고 기대하는 건 냄새였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 맡아봐야지.



카톡, 이라고 어린애가 섹시하게 외쳤다.

“집에? 안 돼. 남자친구 올지도 몰라.”

“커피만 마실 건데 뭐. 그리고 누나, 스릴 있잖아.”

“피곤한데.”





정말 피곤했을 거다. 마흔 살이 넘었으니까. 하지만 피곤해서 싫다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누나 남자친구랑 마주치면 내가 힘으로 맞짱 떠서 이길 수 있을까?



*미남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일러스트·조은명

여성동아 2014년 7월 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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