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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 배우 최일람의 어메이징 스토리

“나는 스파이더맨이다”

글·진혜린|사진·소니픽처스코리아, 최일람 제공

입력 2014.05.27 13:26:00

쉴 새 없이 거미줄을 쏘아대며 뉴욕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그런데 이 장면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앤드루 가필드가 아니다.
스파이더맨 가면 속에 숨은 주인공은 바로 한국계 미국인 스턴트 배우 최일람인 것.
그에게 할리우드영화계에 도전한 사연과 영화 촬영 뒷이야기를 들었다.
스턴트 배우 최일람의 어메이징 스토리

1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미국판 웹사이트 메인 화면. 이 사진의 스파이더맨은 최일람이다.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1’ 포스터. 벽에 달라붙어 있는 실루엣은 최일람의 모습이다.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는 스턴트 배우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화려한 액션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과 스턴트 배우의 노련한 몸동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4백만 관객을 돌파한 할리우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빌딩 숲을 날아다니고, 달리는 차 위로 올라타거나 돌진해오는 차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바로 스턴트 배우의 몫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의 눈부신 액션 장면을 연기한 것은 재미교포 2세 스턴트 배우 최일람(40)이다.

앤드루 가필드는 전편에 이어 최근 개봉한 2편까지 자신의 대역을 맡은 최일람에 대해 “나를 멋져 보이게 해주는 사람이고, 우리 사이에는 진정한 협력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마크 웨브 감독 또한 자신의 SNS에 최일람의 사진을 게재하며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최일람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스타트렉’ ‘토르:천둥의 신’ ‘지.아이.조’ 시리즈와 ‘아이언맨3’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활약했다. 특히 2009년 영화 ‘아바타’에서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의 대역으로 출연하는 등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스턴트 배우 중 하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켄터키 루이빌에서 태어나 한인교회에서 처음 태권도를 접했던 소년이 미술학도로 성장한 후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스턴트 배우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캐스팅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킹(인맥)인 것 같아요. 이 작품에 출연한 배경도 그렇거든요. 11년 전 처음 로스앤젤레스에 왔을 때, 우연히 성강(Sung Kang, 강성호)이라는 연기자를 만났어요. 당시만 해도 그 또한 유명하지는 않았죠.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영화배우 론 유언에게 저를 소개해줬어요. 또다시 론은 스턴트 코디네이터인 제이제이 페리를 소개해줬고요. 그 인연으로 스턴트 배우 그레이 스턴즈를 만났고, 그레이는 스턴트 감독인 앤디 암스트롱을 소개시켜줬어요. 앤디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스턴트 감독이, 그레이가 무술감독이 되자 그들이 저를 (영화감독에게) 추천했죠. 그들은 제가 가진 기술과 능력을, 또 제가 앤드루 가필드와 신체 조건이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저도 막 다른 영화를 마친 상황이라 시간적으로도 절묘한 타이밍이었죠.

영화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편을 촬영하면서 축축하고 차가운 길에 누워 있어야 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찰의 총에 맞아 스파이더맨이 택시 위로 떠올랐다가 땅에 떨어지는 장면이었어요. 마치 헬리콥터가 제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심한 바람을 맞으며 촬영해야 했어요. 얼어붙는 줄 알았죠.

스턴트 배우로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연기’예요.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디렉터의 지시를 경청해야 해요. 그래야만 그들이 원하는 연기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적응력이 필요해요. 제가 가진 것은 움직임과 싸움, 아크로바틱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언제나 제가 가진 기술을 연기하면서 걸림돌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환경이 될 수도 있고, 의상이 될 수도 있고, 혹은 특정 인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조정이나 수용이 재빨라야 해요. 영화 촬영에서의 시간은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몸을 쓰는 직업이니만큼 힘든 일도 많을 것 같아요.

부상 없이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에요. 그 밖에는 상황에 따라 힘든 이유도 다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무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해서 또 어떤 때는 추운 날씨에도 옷을 벗고 연기를 해야 해서 힘들죠.

스턴트 배우로 활동하는 데 아시아인이라는 점이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좋은 점이라면 스턴트 배우 중에 아시아인이 많지 않다는 거예요. 경쟁이 치열해 보이지 않죠. 하지만 오히려 아시아인 역할이 많지 않아서 경쟁이 치열한 편이에요.

스턴트 배우 최일람의 어메이징 스토리
스턴트 배우가 된 것이 서른 즈음이었죠.

그 전에는 시각 효과 아티스트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서배너 예술 디자인 칼리지(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컴퓨터와 비디오 아트를 전공했거든요. 그러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는 시기가 됐을 때 로스앤젤레스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시각 효과 기술을 이용해 대규모 영화 작업에 참여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때만 해도 스턴트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방법도 잘 몰랐고 항상 안정적인 수입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으니까요. 로스앤젤레스에 이주한 후 전문적인 스턴트 배우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게 됐어요. 그때 저는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고, 인생은 짧다’고 생각했죠. 만약 스턴트 배우가 되는 것에 실패하더라도 시각 효과 아티스트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무술을 좋아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일 텐데요.

어린 시절 처음 배울 때는 좋아하지 않았어요. 한인교회 청소년 프로그램에서 거의 강제적으로 해야만 했거든요. 일요일마다 해야 하는 그 수업이 저는 싫기만 했어요. 하지만 그때 배워둔 것이 비디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2’를 흉내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되면서부터, 어린 시절의 기회에 감사하기 시작했죠. 저는 활동적인 아이였고, 고난도 동작이 담긴 동영상을 따라 하면서 공중제비를 도는 방법을 스스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취미로 익혔던 기술들을 스턴트 배우로서 활용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저는 아크로바틱과 다리 기술이 결합돼 있는 브라질 전통 무술 ‘카포에이라(Capoeira)’를 가장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활약에 흥미로워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주는 관심에 참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지금껏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관심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이곳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왔죠. 그래서 지금의 관심이 막연하게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곳에 완벽하게 속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하거든요.

앞으로의 계획, 혹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애초의 목표는 스턴트를 통해 집을 사고, 부모님이 더 이상 일을 하시지 않도록 해드리는 거였어요. 또 이 분야에서 성공하는 거였죠. 그리고 저는 그 목표를 조금씩 성취해가고 있습니다. 스턴트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라면, 아시아계 미국인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액션 무술 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14년 6월 6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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